독자 번호:112080151
이름:김○○
주소:서울 강남구
전화 건 사람:천관율 기자

소소한 수다를 떨어보려 전화했는데 갑자기 분위기가 심각해졌다. 독자 김○○씨는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익명 처리를 요청했다. 국회 취재 때나 받아보던 익명 요청을 독자와의 수다에서 받다니 신선했다.

김○○씨는 10년쯤 된 한 인터넷 언론사 대표다. 가장 중요한 업무 파트너는 포털, 그 중에서도 네이버다. 네이버가 검색 알고리즘을 바꿀 때마다 비즈니스 전체가 출렁거리고, 복구에만 몇 달씩 걸린다. 그래도 그건 네이버의 업무 영역이기도 하니 감수할 수 있다.

그가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대목은 따로 있다. “지금은 언론이냐 아니냐를 사실상 네이버가 결정하는 시대다. 네이버 자체 뉴스난에 걸리는 매체(전재 매체)거나, 적어도 네이버에 검색어를 넣으면 뉴스 메뉴에 검색 대상이 되는 매체(검색 매체)여야 언론으로 인정받는다. 네이버가 그토록 막강한 권력을 가진 반면 사회적 감시는 너무 약하다.”

뉴스제휴평가위원회라고 있다. 네이버가 뉴스 검색에 걸릴 언론사, 포털 뉴스난에 실릴 언론사를 넣고 빼는 위원회다.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명단도 속기록도 비공개다. 엄청난 권한을 행사하는 반면 의사결정과정의 투명성은 매우 낮다. 네이버가 방패로 내세운 기구라고 나는 본다. 이 문제를 언론 전문 매체나 시민단체들이 제기하기는 하는데, 상황의 심각성을 국민들이나 정치권이 잘 모른다.” 그는 포털이 이런 방식으로 여론 지형을 컨트롤할 역량을 갖추고, 이를 바탕으로 어젠다를 세팅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언론의 문제를 넘어 민주주의의 건강함까지 걸린 문제라는 얘기다. 이야말로 〈시사IN〉이 관심을 가져야 할 주제라고 기자에게 거듭 당부했다.

기자명 천관율 기자 다른기사 보기 yu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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