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출간 직후 밑줄을 그으며 열심히 읽은 뒤 덮어두었다가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교육 공백을 취재하면서 번뜩 이 책이 떠올랐다. 교육 불평등과 기회 격차에 관해 분명 주옥같은 문장이 많았던 것 같은데…. 책장 뒤편에 묻혀 있던 책을 끄집어내 포스트잇으로 표시해둔 구절들을 살펴보니 역시, 기억이 맞았다.

저자는 1950년대 자신이 유년기를 보낸 동네 포트클린턴을 찾아간다. 그곳에서 함께 나고 자란 당시의 ‘우리 아이들’과 2000년대 이후 같은 동네에서 성장해나가는 현재의 아이들을 심층 인터뷰해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아이들의 삶과 미래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비교했다. 1950년대보다 현재의 빈곤 수준이 절대적으로 나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처한 환경은 극단적으로 양분되었다. 21세기 아이들은 지역사회에서 더 이상 ‘우리 아이들’로 인식되지도 불리지도 않았다.

아메리칸드림, 우리로 치면 ‘개천 용’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 그리 놀라운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소멸이 ‘완결형’이 아닌 ‘현재진행형’임을 상기시켜준다. 이미 아이들의 기회 격차는 벌어질 대로 벌어졌지만, 동시에 지금 이 순간도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부자 아이는 사람을 대면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갖고, 가난한 아이는 화면을 바라보는 시간이 더 많다(188쪽)”거나 “트롬본과 트롬본 레슨, 미식축구 코칭과 장비 모두를 고등학교에서 무료로 제공하면서 소프트 스킬을 다질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저소득층 배경을 가진 아이들에게 제공해주는 역사적인 책무를 점차 철회하고 있는 최근(263쪽)”은 바로 지금 코로나 시대 한국 아이들에게도 심각하게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수십 년 후 이것으로 말미암은 결과가 또 다른 음울한 책으로 나오기 전에, 우리 아이들을 위해 당장 해야 할 일이 많다.

기자명 변진경 기자 다른기사 보기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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