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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이혼이 감소했다. 그것도 우리나라만!’ 포털에 뜬 뉴스를 보고 주변의 기혼자들 사이에서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설마? 말이 돼? 코로나 1년 내내 같이 붙어살았는데 이혼을 적게 한다고? 이내 여러 가지 분석이 나왔다. 그래, 코로나19 탓에 법원 이혼 절차가 늦어질 수밖에 없었겠지. 실업이 늘고 새 일자리도 부족하니 경제적 압박 때문에 이혼을 결심하기가 힘들기도 하겠어. 혹자는 ‘배우자 부모님 댁 방문이 줄어서’라는 그럴싸한 이유를 생각해냈고, 누군가는 “어려운 시기에 서로 의지가 되어 더 돈독해질 수도 있지 않나요?”라고 말했다가 주변의 싸늘한 눈빛을 받기도 했다.   

진실은 뭘까? 통계를 뒤져봤다. 실제 지난해 우리나라 이혼 건수는 꽤 감소했다. 2월24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총 이혼 건수는 10만5412건으로 2019년 11만831건에 비해 3.9% 떨어졌다. 특히 3월과 8월 감소 폭이 컸다. ‘뇌피셜’을 가동하자면, 확진자 수가 폭증하던 코로나19 1차·2차 유행과도 어떤 연관관계가 있는 듯도 한데….

이혼 전문 변호사들과 가족정책 연구자들에게 의견을 물어봤다. 전문가들 역시 재판이 연기되고 경제적 독립이 힘들어진 영향 등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추측하고 있었다. 다만 주의할 점을 지적했다. ‘이혼 건수’는 ‘이혼율’과 다르다. 지속적으로 혼인 건수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이혼 건수의 감소를 좀 더 면밀하게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19가 이혼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도 섣부른 가설을 세우면 안 된다. 경제적 여건, 돌봄 부담, 사회적 자원 접근성 등 모든 조건에서 총체적인 변화가 일어난 시기인지라 한 가지 변수로 인과관계를 설명하는 건 위험하다.

그러면 남은 의문. 왜 우리나라만 이혼이 감소했을까? 해외 자료를 찾아보다 허탈해졌다. 전제가 틀렸다. ‘외국은 이혼이 증가했다는데’가 오보였다. 그 근거로 자주 인용된 미국의 한 통계는 공식 이혼 통계가 아닌, 한 ‘온라인 이혼 양식 제공 서비스’를 이용한 사람의 숫자였다. 중국의 이혼 급증 역시 코로나19 이전부터 벌어졌던 현상이다. 올해 1월1일 이혼숙려제 도입 전에 ‘막차’를 타려는 이유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오히려 최근 버지니아 대학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내 이혼율은 급감했다. 나도 기자이긴 하지만, 역시 뉴스를 그냥 믿으면 안 된다.

기자명 변진경 기자 다른기사 보기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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