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주부터 실패다. 지금까지 〈시사IN〉 기자의 ‘끊고 살기’ 체험 기획을 진행한 넉 달 동안 마트 끊기·휴대전화 끊기· 술 끊기·밀가루 끊기에 성공해온 동료 네 분과 달리, 첫 주부터 끊고 살기 실패 사례부터 전해야 하는 기자의 마음은 무겁다. 기자가 도전하려 했던 것은 ‘포털 사이트 접속 끊기’였다. 그리고 그 도전은 일주일 만에 무산됐다.

처음 인터넷 포털 사이트 없이 살아보자고 마음먹은 것은 지난해 대학 동창 송년회 때, 한 친구가 “나는 포털 사이트 뉴스난을 보지 않아”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걸 들었을 때다. 포털 사이트를 인터넷 익스플로러 초기 화면으로 고정해놓고 거의 10분 간격으로 접속해 뉴스를 보는 나로서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원하는 뉴스를 보려면 그 언론사 홈페이지에 직접 들어가면 되지 왜 포털 사이트가 짜놓은 링크를 따라 뉴스를 보느냐’는 것이 그 친구의 주장이었다. 포털 사이트 뉴스에 의존해서 사는 것은 포털의 노예가 되는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이때는 네이버가 뉴스캐스트 서비스를 하기 전이었다. 포털 사이트의 뉴스 편집 행위 역시 일종의 언론 권력이라는 비판이 일 때였다. 올해 1월 네이버가 뉴스캐스트 서비스를 하고 나서부터는 이런 비판이 잦아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뉴스캐스트에 등록된 언론사의 뉴스에 의존하는 일은, 자유롭게 내 선택에 따라 인터넷 공간을 여행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꼭 뉴스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포털 사이트에 들이는 시간은 많다. 원래 포털 사이트의 고유 목적은 검색이지만, 실제로는 검색 이외의 용도로 더 많이 접속한다. 석 달간 유럽에 체류하는 동안 한국 뉴스를 실시간으로 체크해야 할 업무적 이유가 없음에도, 브뤼셀에서 기자는 무의식적으로 컴퓨터를 켜면 한국 포털 사이트부터 접속했다. 뉴스를 보기도 하지만 뉴스 아래 달려 있는 ‘요즘 뜨는 이야기’라든지 웹툰이라든지 유머 따위 클릭질을 유도하는 유혹에 낚이기도 했다. 의미 없는 서핑 혹은 ‘포털 산책’에 상당한 시간을 빼앗겼다. 나는 일종의 포털 뉴스 중독, 또는 포털 중독자였다.

과연 ‘포털 사이트 없이’ 누리꾼으로 사는 게 가능할까. 포털 끊고 살기 기획은 이 질문에 답하는 도전이다.

포털 없이 언론사 홈페이지 직접 접속

포털 사이트에 접속하지 않고 살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과 단서를 걸어야 했다. 예를 들어 검색을 하기 위해 인터넷에 접속하는 것도 끊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있다. 이번 주부터 검색질은 구글닷컴 하나로 통일하기로 했다. 구글도 일종의 포털 사이트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구글 초기 화면에는 검색창 외에 다른 ‘유혹의 콘텐츠’가 없다. 포털 사이트를 끊으려는 목적이 엉뚱한 서핑질과 접속 중독을 막는 데 있었으므로 구글 검색은 용인하기로 했다. 마찬가지로 구글 번역 서비스(translate.google)도 불가피하게 사용하기로 했다.

다음은 우리가 흔히 ‘카페’라고 부르는 동호회, 커뮤니티 문제였다. 역시 대한민국 사람이 그렇듯 나도 포털 사이트에 속한 동호회에 가입해 있다. ‘포털 사이트 접속 끊기’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동호회 접속도 끊어야 하나 생각했으나 일단 ‘cafe.daum.net/OOOOOO’라는 식으로 포털 사이트 메인 화면을 피해서 직접 카페 서비스에 접속하는 방식을 쓰기로 했다. 이러고 보니 포털 사이트 끊기가 아니라 포털 사이트 메인 화면 끊기가 됐다.

이메일 문제를 처리하기도 쉽지 않았다. 이 문제는 자동으로 메일 내용을 회사 이메일로 전송해주는 ‘포워딩’ 기능을 이용해 해결했다. 하지만 포털에서 제공하는 이메일 서비스에 비해 회사 이메일은 느리고 이용자 환경이 불편했다.

뉴스 보기는 웹 브라우저의 즐겨찾기 메뉴에 30개 언론사 홈피를 걸어놓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국내 언론뿐 아니라 해외 언론도 수십 개 넘게 즐겨찾기에 등록했다. 가장 자주 접속하는 해외 언론사는 영국의 가디언이다.

포털 사이트를 거치지 않고 뉴스 사이트에 직접 접속하다보니 ‘제목 장사’에 낚이는 비율이 다소 줄었다. 물론 각 언론사도 홈페이지에 제목 장사 혹은 제목 장난을 치는 경우가 많지만, 포털 사이트의 ‘열 자 제목’에 낚이는 것보다는 나았다.

무엇보다 포털 사이트에 등록되지 않은 군소 언론사 홈페이지에 접속하게 된 것은 바람직한 변화였다. ‘레OO’이라든지 ‘미OOO’와 같이 포털 사이트에 등록되지 않거나, 포털 메인 화면에 노출이 거의 되지 않는, 하지만 들여다볼 만한 뉴스 사이트를 직접 보게 된 것이다. RSS로 지인들의 블로그를 들여다보는 시간도 늘어났다.

그러나 나의 ‘포털 없이 살기’ 도전은 단 사흘 만에 무너졌다. 4월23일 오후에 내가 쓴 핀란드 교육 관련 기사가 한 포털 사이트 메인 화면에 올랐다는 말을 들었다. 혹시나 포털에 전송되는 과정에서 사진·표 등이 왜곡되어 노출되지나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실제로 내가 쓴 기사가 포털 전송 과정에서 기술적인 문제로 다르게 전달되는 일이 종종 있었다. 결국 눈물을 머금고 해당 포털 사이트에 접속해 내가 쓴 기사를 체크했다. 이렇게 포털 끊기 약속은 깨졌다.

한번 실패하긴 했지만 포털 끊기는 계속된다. 다음 주부터는 본격적으로 포털 없이 어떻게 일상과 업무를 지켜갈 수 있는지 테스트해볼 생각이다. 기술적으로 포털 사이트를 비켜가면서 인터넷 바다를 헤쳐나갈 수 있는 방법을 아시는 전문가의 도움을 바란다.

기자명 신호철 기자 다른기사 보기 shi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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