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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는 언론계의 또 다른 삼성인가

윤세영 회장 장남 윤석민씨가 SBS 지주회사인 SBS홀딩스 대표이사로 취임하고, 감사위원회는 사측이 추천한 인사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이를 문제 삼는 언론·시민단체·학계 인사가 없다. 왜 그럴까?

민임동기 (PD저널 편집국장) 2009년 03월 16일 월요일 제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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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윤세영·윤석민 부자가 SBS를 ‘세습 지배’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위는 SBS홀딩스 창사 기념식.

최근 <PD저널>은 SBS 기획기사를 실었다. 지난해 지주회사로 전환한 SBS를 전반적으로 평가하는 기사였다. 크게 부담되는 기사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산이었다. 취재 과정은 순조롭지 않았다. 도중에 기사를 중단해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했다. “취재에 응해주는 사람이 없어요!” 직접 취재한 후배 기자의 한숨 어린 토로다. 결국 기사에 학계나 시민단체의 목소리는 담지 못했다.

SBS가 지주회사로 전환한 건 2008년 3월이다. 방송 부문을 담당할 SBS와 투자사업 부문을 담당할 SBS미디어홀딩스(홀딩스)로 회사를 분할했다.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SBS 최대 주주는 (주)태영건설에서 홀딩스로 바뀌었고, 태영은 홀딩스의 최대 주주가 됐다.

SBS가 지주회사 체제로 변화를 꾀한 건 시민사회가 경영 투명성 강화와 소유·경영 분리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2004년 말 SBS 노사는 옛 방송위원회가 재허가 승인 조건으로 내건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위해 민영방송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여기서 경영투명성 제고를 위한 방안으로 지주회사 도입이 처음 언급됐다.

3월3일 SBS는 지주회사 출범 1년을 맞았다. 하지만 경영 투명성과 소유·경영 분리는 여전히 미흡하다. 지난 2월27일 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윤세영 SBS 회장의 장남인 윤석민 태영 부회장이 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취임한 뒤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2004년 사회적 의제로 부각됐던 SBS 개혁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이번 홀딩스 주총을 통해 윤석민 부회장은 SBS에 공식 복귀했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은 없었다. SBS는 노조가 추천한 사외이사를 감사위원으로 선임하도록 노력한다는 노사 합의도 지키지 않았다. 현재 SBS 감사위원회는 사측이 추천한 인사 3명으로 구성돼 있다. 감시 기능이 약해질 거라는 염려가 나오는 이유다.

SBS가 ‘조·중·동 방송’이 된다면?


특이한 건 이를 문제 삼는 언론과 시민단체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학계 역시 침묵으로 일관했다. 겨우 몇 년 전, 세습경영에 대한 우려로 거센 비판을 받은 점을 고려하면 격세지감이 들 정도다. SBS 개혁을 부르짖던 많은 학자와 시민단체 사람들이 갑자기 사라진 것일까.

물론 윤 부회장이 SBS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주회사가 SBS를 포함한 자회사들의 전반적인 경영 평가를 한다는 점에서 SBS에 영향력을 행사할 여지가 많다. 윤 부회장이 사실상 SBS 경영 일선에 복귀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윤 부회장은 2004년 SBS 상무급 비상임 경영위원으로 선임됐으나 ‘방송 세습’ 논란 따위 비판이 제기되자 물러난 전력이 있다. 하지만 2009년 윤 부회장은 사실상 SBS에 ‘무혈 입성’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방송사 관계자의 말이 오랫동안 뇌리를 떠나지 않았던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학계에 대한 SBS의 로비력은 국내 방송사 가운데 1위다. ‘우리’도 로비를 하지만 SBS를 따라가지는 못한다”라고 말했다. 학계와 시민단체의 SBS에 대한 침묵이 씁쓸하게 다가온 이유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언론 관련 법에 대해 학계와 시민사회단체는 ‘조·중·동 방송’이 출현할 거라며 반대한다. 동의한다. 하지만 언론 관련 법만 막으면 ‘조·중·동 방송’은 막아지는 것일까.

 동의하기 어렵다. 언론계·학계·시민사회 진영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올인하는’ 사이 SBS가 ‘조·중·동 방송’이 되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그래서 질문 하나 던진다. 만약 모두의 무관심 속에 SBS가 ‘조·중·동 방송’이 된다면? 그땐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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