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백승기정원일·이유진씨 부부는 아들 경훈군이 원하지 않는 한 사교육을 시키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원일씨(33)는 전직 학원강사다. 대학원 졸업 후 4년간 서울 강남·송파·서초·마포구에 있는 학원에서 사회 과목을 가르쳤다. 그도 한때 ‘잘나가는 강사’라고 우쭐해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즈음 학원에서 초등학교 교사인 아내 이유진씨(33)의 제자를 만났다. 총명하지만 가난한 아이였다. 그 아이 엄마가 학원비를 벌기 위해 바느질 부업을 시작했다는 얘기를 듣는 순간 정씨는 ‘이건 아니지’ 싶었다. 지난해 여름 그는 결국 학원강사직을 그만두었다. 아내도 그의 결정을 존중했다. 학교에서 만난 아이들은 학원에 다닌다는 것만으로 큰일을 하고 있는 양 유세를 하려 들었다. 이건 학부모 교사 학생 모두가 지는 게임이었다.

지난 연말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 간사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정씨는 “수입은 비록 3분의 1로 줄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라고 했다. 현재 정씨는 사교세 사이트에 ‘학원은 어떻게 학부모를 속이는가’라는 시리즈를 연재 중이다. 그에 따르면 학원에 들어가기 전 치르는 레벨 테스트는 대부분 난이도가 높다. 부모에게 겁을 주기 위해서다. 학원 등록을 마치고 나면 상황이 정반대로 바뀐다. “목숨을 걸고 수강생을 놓치지 말라”는 것이 학원에 주어진 절대 사명이다. 이번 일제고사 파동에서처럼 학원진단 평가 결과를 조작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성적을 떨어뜨리는 학원에 아이를 보낼 부모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씨는 학원 평가 결과를 통보받을 때 자녀의 시험지와 답안지도 함께 요구하라고 조언한다.

가장 큰 문제는 선행 학습이다. 일 년씩 앞서가는 선행 학습을 확실하게 이해할 아이는 3%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그는 단언한다. 그럼에도 학원은 선행 학습을 집요하게 권유한다. 힘들어 할수록 아이들을 더 붙들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는 선행 학습으로 쓸데없이 학원 배 불리지 말고, 정 필요하다면 내신 대비를 위해서만 ‘치고 빠지기 방식’으로 학원을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중간·기말 고사를 전후해 한두 달가량만 학원을 다니게 하라는 것이다.

기자명 김은남 기자 다른기사 보기 ke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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