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적 대응이란 무엇을 뜻하는가?
남쪽을 향해서 미사일 쏘겠다는 말을 하기도 했으나 그건 좀 강하게 말하기 위해 과장한 것으로 보였다. 그보다는 서해나 동해 또는 남북 접경 지역에서의 군사 충돌이 관심의 초점이었다. 북쪽 관계자는, 역사적으로 서해 쪽이 자기들 타깃이라며 이쪽에 대해 집중적 조처가 들어갈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 뒤 돌아와서 보니까 평양에서 들었던 대로 일련의 조처가 쏟아져 나왔다. 12월1일 개성공단 관련 조처가 발표됐고 군부 성명이 나오는 등 일련의 시나리오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던 중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북쪽 관계자를 만났는데, 그때 또다시 의미 있는 얘기가 나왔다.
어떤 얘긴가?
자신들도 남북 관계가 개선되기를 원한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는 거였다. 첫 번째는 앞으로 누가 다음 통일부 장관이 되는가를 보고, 과연 남쪽 정부가 북쪽과 관계 개선할 의지가 있는지 최종적으로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최소한 자신들이 기피하는 인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였다. 두 번째는 남쪽에서 대통령하고 직접 통하면서 나름대로 힘도 있는 사람을 특사로 보내면 평양에서든 베이징에서든 만날 용의가 있다. 다만 이쪽에서 쌀이나 비료 등 인도적 지원을 재개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줬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북쪽 관계자는 이런 메시지를 여러 채널을 통해 우리 정부 쪽에 전달했다고 했다.
북측 관계자가 이런 시나리오를 자세하게 얘기한 이유가 뭘까. 그동안 북쪽의 행동 패턴으로 봤을 때 매우 이례적이다. 과거 같으면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깊이 얘기해주는 법이 없었다. 그런데 지난번 평양 갔을 때도 그렇고 중국에서 북쪽 관계자들을 만났을 때도 과거에 비해 훨씬 많은 이야기를 했다. 자기들이 지금 생각하고 행동하려는 것들이 과거에 말로 하던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 같다. 그래서 남쪽으로 하여금 정책을 바꾸도록 하려는 목적인 것 같다. 미사일에 대한 얘기는 없었나? 지난해 10월 평양에 갔을 때 미사일 얘기도 있었는데, 처음에는 그 타깃이 남쪽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건 남쪽에 대해 불만이 크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한 과장된 얘기였다. 다만 그때 미사일 얘기가 나왔다는 것은 그때부터 준비하고 있었다는 것을 뜻한다. 처음에는 서해 쪽을 겨냥해 단거리 미사일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고 그쪽만 유심히 지켜봤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들어가는 것을 보고 중국의 양해를 구하기 위한 게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후 무수단리 얘기가 나오면서 서해 쪽의 단거리 미사일과 함께 동해 쪽에서도 장거리 미사일을 준비하는구나라고 판단했다. 장거리 미사일이 등장한 이유는 뭔가? 그동안 북한과 미국 사이에 물밑 접촉이 많았던 것 같다. 북한에서는 미국에 구체적인 요구 사항을 제시했는데 미국이 미적거리고 있는 것 같다. 즉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 부분만 계속 얘기하는데 그 부분에 대해 북한은 충분히 해줄 수 있다. 그러면 미국은 무엇을 줄 수 있느냐고 계속 요구했다. 에너지·식량을 포함한 구체적인 지원을 해달라는 것인데, 미국이 답을 늦추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렇게 끌려가다가는 과거의 부시정부 때와 비슷해지는 게 아닌가라고 판단해 한반도 문제의 심각성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고 본 것 같다. 두 번째는 지금 북한 내부적으로 굉장히 혼란스러운 것 같다. 김정일 위원장이 쓰러지고 난 다음부터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러다 보니 주민과 군부, 그리고 고위층을 결속하기 위해 미사일과 대남 군사충돌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파악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남쪽 정부에 대한 불만이다. 미사일은 쏠 가능성이 높고, 쏜다면 2월 말부터 4월15일 안이 될 것 같다. 김정일 위원장 건강 문제는 뭐가 정설인가? 김 위원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정확한 시점은 지난해 8월 첫째 주다. 우리 언론에서 나온 것은 8월 말쯤인데, 북측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미 첫째 주에 쓰러졌고 8월13일 대외공관에 김 위원장에 대한 일체의 언급을 자제하라는 방침이 통보됐다. 김 위원장이 지난번 쓰러진 게 세 번째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세 번째는 거의 99%, 무조건 사망이다. 당시 김정남의 주선으로 프랑스 의사가 들어가 뇌를 정밀 촬영했다고 한다. 그런데 뇌가 좋지 않은 건 분명한데, 뭐가 원인이 되어 어디가 좋지 않은 건지가 드러나지 않았다. 그래서 의사가 분명하게 어디가 안 좋게 나왔으면 자기가 수술을 하든지 조처를 취하려고 했는데 그게 안 나와서 더 무섭다고 하면서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또 한 번 쓰러지면 100% 사망이다. 앞으로 언제 쓰러질지 모른다. 그러니 거기에 대비를 하라는 것이었다. 그때 촬영한 뇌 필름을 프랑스·미국·중국이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 뒤에는 어떻게 됐나? 김정남이 프랑스 의사까지 데리고 갔는데 의사가 해답은 주지 않고 나와버리자 김정남이 여러 군데 얘기를 듣고 한약을 이용한 방법을 동원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 말인가부터 특효약을 구하기 위해 중국·싱가포르·홍콩을 다 돌아다녔는데, 그러다 마지막에 중국산 사향을 구했다고 한다. 일반적인 사향이 아니라 특별한 사향으로 거의 특효약이었다. 100g당 40만 달러씩 500g을 사가지고 평양에 들어가 김 위원장에게 복용하게 했다. 그게 효과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모르겠는데, 하여튼 그 이후 김 위원장이 건강을 회복되기 시작했고 지금은 거의 회복되었다고 안다. 그동안 권력 승계 문제는 어떻게 진행됐나? 그렇지 않아도 그동안 북한 내부 권력 변화를 추적해왔다. 우선 김 위원장이 병상에 누워 있다가 김정남이 구해온 약을 먹고 몸을 회복하게 되기까지 몇 개월간 북한은 사실상 김정남과 장성택이 통치했다고 할 수 있다. 장성택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권력에서 밀려나 있었는데, 김 위원장이 쓰러지고 난 뒤 김정남과 손을 잡고 한때 북한을 장악했다. 장성택의 형인 장성우가 우리로 치면 민방위사령관으로 북한 주민을 언제든 동원할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고, 동생 역시 군부에 있어 뒷받침을 받을 수 있었다. 또 내각은 김정남을 통해서 장악하는 등 사실상 두 사람이 통치하는 구도였다. 그런데 지난해 10월쯤부터 장성택에게 반발하는 세력의 불만이 굉장히 많이 표출됐다. 장성택은 행정부장인데, 행정부장이 북한의 모든 권력을 쥐는 것에 대해 군부나 당의 반발이 엄청났다. 북쪽 관계자 얘기로는 막말로 권력 충돌까지 빚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지난해 12월 말쯤부터 김 위원장이 건강을 회복하면서 돌아보니 자기가 누워있는 몇 개월 사이 장성택과 김정남이 엄청나게 작업을 많이 해놓은 것을 보고 화를 굉장히 많이 냈다고 한다. 그때부터 두 사람을 견제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올해 초 신년 사설에 장성택이 김정남을 후계자로 암시하는 문구를 삽입하려 시도했는데, 김 위원장의 지시로 막판에 빠지게 됐다는 얘기도 있다. 김정남이 베이징에 와서 후계 문제는 아버지한테 물어보라고 한 것도 일종의 반발이었다고 볼 수 있다.
김정남은 왜 배제된 건가. 그리고 김정운이 등장한 이유는? 김정남은 성격이 괴팍하다고 한다. 폭군 비슷한 스타일이라 어디로 튈지 모른다. 김 위원장이 처음에는 김정남에게 주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경우 잘못하면 아버지에서 자기로 이어온 북한 체제가 무너질 위험성이 높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너는 안 된다는 식으로 마음을 굳혔고, 그 대안으로 떠오른 게 김정운이다. 김정운은 성격도 자기를 닮았고 북한 체제를 계속 이어갈 수 있는 인물이라고 보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김정운에 대한 얘기를 올해 초부터 서서히 흘려왔다. 김 위원장 처지에서는 여론의 반응을 떠보려는 의도라고 할 것이다. 하여튼 현재 시점에서는 김정운을 강조하는 쪽으로 후계 문제는 흘러가고 있다. 그러나 확정이 됐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3월6일 최고인민회의 때 후계 문제가 떠오를 가능성은 있는데, 올해 안에 결론을 내겠다는 방침인 것 같다.
차남 정철이나 딸 설송은 가능성이 없나? 정철이나 설송도 완전히 제외된 것은 아니라고 한다. 특히 설송이 될 가능성도 매우 깊이 검토하는 것 같다. 내 생각이지만 정남이나 정철이나 정운의 경우 잘못하면 왕자의 난 비슷하게 일어날 가능성도 높고 국제적으로도 3대 세습에 대한 비난이 커질 수도 있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한테 권력을 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면 제3의 대안으로 여성인 설송을 내세워 국제 여론을 무마하면서 집단 지도체제로 갈 수도 있다고 본다. 일단 후계자가 결정돼도 바로 권력을 넘기는 게 아니고 10년 정도는 김 위원장이 됐건 아니면 집단지도체제가 됐건 별도의 승계 과정을 거치고 나서 권력을 넘기는 방식이 될 거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