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안희태〈시사IN〉 신년 강좌는 마지막 날도 열기가 뜨거웠다.
질의·응답 과정에서 김수행 교수는 겸양인 듯 “나는 잘 모른다”라며 ‘제자’에게 마이크를 넘기기도 했다. 김수행·정태인은 사제지간이다. 김 교수가 영국에서 돌아와 대학원 강의를 시작했을때, 정태인 교수는 첫 학기를 수강한 학생이었다.

정 교수는 “저도 금융 위기와 관련해 200회 정도 강연을 하고 있는데 꼭 나오는 질문이 있다”라며 단골 질문 두 가지를 소개했다. 첫째, 주식은 언제 팔아야 하나? 김 교수의 답변은 간명했다. “주식해서 돈 따면 그거 남의 주머니 터는 것 아닌가. 밤새 노름해봐라, 돈이 이 주머니에서 저 주머니로 가지 어디서 나오겠나. 주식은 빨리 포기하는 게 좋다.”(청중 웃음) 정 교수 역시 “주식·부동산·사교육… 사실 우리가 타짜와 노름하는 셈이다. 보통 사람이 간혹 이기기도 하지만 부자가 이길 수밖에 없는 게임이다. 게임판에서 한꺼번에 나오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다”라고 말했다. 둘째, 자본주의 이후 사회주의가 오나? 김 교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꾸 싸우면서 새로운 사회가 나타나는 것이지 고정된 어떤 체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인간의 본성에 관한 수준 높은 질문에 김 교수의 답변은 유머러스했다. “내가 서울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고등학생 때는 서울대에 들어오기 위해 공부를 열심히 했을 텐데 들어와서는 공부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물었다. ‘너희의 본성은 뭐냐. 공부하는 거냐, 노는 거냐?’(청중 웃음) 주류경제학에서는 인간에 대해 이기적 존재라고 전제하고 있지만 마르크스경제학에서는 사회에 의해 사람이 만들어진다고 본다. 자본가의 본성이 나쁜 게 아니다. 노동자가 해방되면 자본가도 착취할 사람이 없으니 인간 해방이 이뤄지는 것이다.” 정 교수 또한 완벽한 평준화에 무상교육을 실시하는 핀란드의 예를 들며 “12년 동안 교육 목표가 ‘협동’인 핀란드와 우리처럼 사교육에서 12년 동안 키워진 경우는 결과에서 완전히 다를 것이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한 대학생이 20대의 보수화를 지적하며 서울대에 아직 공석인 마르크스경제학 후임자 임용을 위해 김수행 교수의 ‘투쟁’을 촉구하는 다소 도발적인 질문을 했다. 김 교수의 답변은 대미를 장식했다. “좋은 질문이다. 교수를 학과 교수들이 뽑는 절차는 잘못되었다. 서울대 인사규정을 바꿔야 한다. 그러려면 교육부 장관을 바꿔야 한다. 나아가 대통령을 갈아치워야 한다. 나는 지금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는 데 (많은 강연을 하는 방식으로) 엄청나게 노력하고 있다. 그렇게 해야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다.”(청중 박수)

기자명 박형숙 기자 다른기사 보기 phs@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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