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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없이 흐르는 침을 국자로 퍼 담으며 〈꽃보다 남자〉를 보고 있다. 너무 몰입했나? 종종 ‘허걱’ 한다. 구준표(사진) 때문이다. 물론 동공 확대증과 침샘 비대증, 턱관절 탈락 증세를 절로 일으킬 만큼 잘생긴 구준표와 금잔디의 키스신에 너무 감정을 몰입하는 때문이기도 하지만, 간혹 나갔던 넋이 돌아와 묻는다. 드라마이기에 망정이지. 현실이면? 진짜 웃긴다.

이제 고작 스무 살을 갓 넘긴 구준표, 드디어 본격 신화기업 후계자로 나섰다. 자기 ‘여친’을 모독했다고 “네 회사 부도났다고 내일 신문에 나게 해줄까?” 소릴 아무렇지 않게 하던 구준표가, 사랑도 액션 영화 찍듯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단 밀어붙이고 보는 독불장군 구준표가, 순간 삐끗해도 나라 경제까지 말아먹을 수 있는 우리나라 최대 기업 사장이라도 된다면? 드라마여서가 아니라 잘생겨서 십분 봐주지만, 재벌 2세는 능력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사장님이 되는 게 당연하단 이 세뇌, 살짝 무섭다. ‘도움상회’가 따로 없다. 재벌 집안엔 회사를 경영하는 천재 피라도 흐른다는 건가? 그럼 서민 집안엔 재벌 2세만 받들어 모시는 무수리 피라도 흐른단 거냐?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북한의 20대 아들 후계자 승계설만큼 황당하다.

금값은 오르고 환율도 오르고 물가도 오르고, 사람만 똥값이다. 한 누리꾼이 댓글로 그랬다.  “국밥 말아먹듯이 잘 말아 잡수시는군요.” 경제 고속 성장시켜 달랬더니, 환율과 물가만 하루가 다르게 고속 성장 중이다. 환율과 물가는 고속 성장시키고 서민 경제는 고속 사장시키는 데 혁혁한 공로를 세운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그 공로를 인정받아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장이 됐단다. 살짝 기대 만땅이다.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가 하는 일이 꼭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거라고 누가 그랬나? 원화 가치를 획기적으로 낮춰주시는 쾌거를 이룩하신 것처럼, 거기서도 국가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실력 발휘를 제대로 하시기 전에 얼른 이민을 가야 할 텐데, 걱정이다. 나라가 아니라 내 영어가.

세상사 전하는 인터넷은 와글와글 인터넷이 아니라 ‘와들와들 인터넷’이다. 놀랄 일만 한가득이다. 그 와중에 큰 별 하나마저 졌다. 돌아가신 김수환 추기경께서 1970년대 알 수 없는 죽임을 당한 장준하 선생 장례 미사에서 그러셨단다. “죽음은 새로운 별이 되어 우리 앞길을 밝혀주기 위해 잠시 눈을 감는 것.” 잠시 눈을 감아본다. 별이 된 김수환 추기경을 떠올린다. 별 헤는 밤이다. 별은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진다. 별 하나에 삽질과, 별 하나에 오른 물가와, 별 하나에 먹고살기 힘듦과, 별 하나에 어머나 어머나…. ‘꽃남’이나 봐야겠다.

기자명 조은미 (오마이뉴스 기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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