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김병식

‘당신에게 한 페이지가 주어진다면.’ 문화 잡지 〈싱클레어〉는 이 행복한 고민거리를 두 달에 한 번 독자에게 툭 던진다. 편집자가 독자가 되고 독자가 필자가 되는 자유로운 격월간지 〈싱클레어〉가 열 살 생일을 맞았다. 2000년 2월 대학생·아트 작업가·독서지도사·회사원 등 하는 일은 다르지만 ‘내 안의 소리에 귀 기울이기’를 즐기는 건 닮은 서울 홍대와 신촌 근방의 젊은이들이 모였다.

〈싱클레어〉 편집국에는 ‘압박’이 없다. 100% 독자의 글로 채우니 창작 압박이 없고, 원고료를 안 줘도 글이 넘쳐나니 제작비 압박이 없고, 하루쯤 책을 늦게 발행해도 아무도 재촉하지 않으니 마감 압박이 없다. 〈싱클레어〉 창간 멤버이자 현재 편집장인 김용진씨(35·왼쪽에서 세 번째)는 광고 한 쪽 없이 10년을 버틴 〈싱클레어〉의 장수 비결로 ‘약간의 무심함’을 들었다. “좋은 잡지를 만들고 싶다는 진득한 꿈이 있으니 아등바등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오래 가더라고요.”

〈싱클레어〉는 젊은이만의 잡지가 아니다. 여섯 살배기 아이와 60대 할아버지도 〈싱클레어〉의 한 페이지를 채운다. 편집국 식구들은 〈싱클레어〉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대중 잡지’가 되길 바라지만 덩치가 커지는 건 원치 않는다. “우린 목표가 작아요. 작게, 오래 가고 싶어요. 대신 경쟁자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잡지와 음반, 영화계에서 〈싱클레어〉처럼 ‘작은 것’들이 많이 생겨나면 우리 문화가 훨씬 풍성해질 거예요.”

기자명 변진경 기자 다른기사 보기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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