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조사나 부사를 모두 들어낸, 물기와 기름기가 쪽 빠진 MBC 〈뉴스데스크〉 신경민 앵커(사진)의 멘트는 붕장어, 속칭 ‘아나고’의 오독오독한 회 맛을 연상케 한다. 그의 뉴스 클로징은 ‘양쪽의 반성을 촉구한다’거나 ‘귀추가 주목된다’는 식으로 관점을 어물쩍 뭉개버리지 않는다. 고추냉이가 코를 뚫듯 명쾌하지만 입에 거치적거리는 뼈를 발라내는 대신 뼈째 먹으라고 잔칼질을 해서 내오기 때문에 오래 씹어 삼켜야 제 맛을 본다.

지난해 김성이 보건복지부 장관이 쇠고기 협상이 농림부가 아닌 외교통상부 주도로 이뤄졌다고 말한 것에 대해 신경민은 그날 뉴스 마무리에서 “고백인지 폭로인지 실수인지 헛소리인지, 말의 의도와 실제를 따져봐야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신경민의 카랑카랑한 일성에 담긴 본질은 고백이든 폭로든 실수든 간에 있을 수 없는 헛소리에 가까운 일이 사실로 일어났다면 그 일의 본말을 캐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회 맛은 초장 맛’이라는 사람도 있고 회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듯 신경민이 언급하는 것이나 그의 스타일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마치 양복 뒤판 목덜미에 대나무 구두주걱을 꽂아둔 듯 빳빳한 자세와 차가운 목소리는 이제껏 봐온 뉴스 앵커에 비해 이질적이긴 하다(신 앵커는 가끔 미소 짓는 게 더 무섭더라). 또한 신경민의 발언은 앵커로서 중립을 지키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나로 따지자면 요즘 제일 무섭고 소름끼치는 것이 그 ‘중립’이란 말이다. 복잡한 사안에 끼어들어 괜한 트러블을 일으키지 않는 것, 발언하지 않는 것을 중립으로 착각하는 이가 많다. 중립은 무입장·무의견이 아니다.

신경민이 자주 입에 올리는 ‘따져봐야 한다’는 말은 번잡한 말들이 오가는 이면, 혹은 사건의 시초나 절차를 이르는 것이었음을 기억하자. 사건의 원인부터 진행까지의 맥락을 살피는 대신 발화 지점이나 누가 불을 냈나 따위를 들이파는 이들. 그들이 찾아 헤매는 팩트보다 더 견고한 진실이 있다.

기자명 유선주(자유 기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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