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안희태
올 3월 연세대 영문과 3학년에 복학하는 장윤희씨(22)에게 2008년 한 해는 매우 특별했다. ‘미스 서울 진’에 이어 ‘미스코리아 미’로 뽑혀 눈코 뜰 새 없이 ‘미의 사절’ 구실을 했는가 하면, 틈틈이 미국의 ‘행복 전도사’가 쓴 자기 계발서까지 번역한 것이다. 동·서양 철학에 밝은 미국 작가 크리스 프렌티스가 쓴 잠언집 〈The Little Book of Secrets:Gentle Wisdom For Joyful Living〉은 장씨의 손을 거쳐 〈행복한 성공을 여는 키위-Key Wish, Key Whisper, Key Wisdom, Key Winner〉라는 책으로 거듭났다.

장씨가 이 책에 관심을 기울인 계기는 짧은 문장에 중국 고전과 불경, 성경을 넘나드는 인생의 지혜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대개 학생들이 그렇듯 영어 공부도 할 겸 책상머리나 노트에 써놓곤 했어요. 통째로 외워도 좋을 만큼 간단하거든요. 그러다 그 안에 담긴 뜻이 각박한 삶을 살아가는 또래 친구들에게 뭔가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까 싶어 아예 번역을 해보기로 했죠.”

겁 없이 달려들긴 했지만, ‘순수 토종’이 풀어가기엔 벅찬 대목이 적지 않았다. 결국 이 작가가 쓴 다른 책을 몽땅 읽고, 관련 번역서도 섭렵하고 나서야 81개 주제를 다 풀어낼 수 있었다.

“‘물질적 소유에 지나치게 집착해 시간을 낭비하지 마세요. 마지막 가는 길에 입는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습니다’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원문은 ‘죽음이 너의 귓가에서 맴돌 때까지 시간을 허비하지 마라’였는데, 그것만으로는 좀 밋밋해서 ‘수의’라는 상징성 강한 소품을 동원했더니 훨씬 설득력이 높아지더라고요. 뛰어난 번역가는 국어 실력에 풍부한 교양까지 갖춰야 한다는 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연예계 진출은 영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장씨는  여느 대학생처럼 열심히 공부해서 취업 전선을 뚫는 게 관건이라고 심각한 표정을 짓는다. 경영 부전공을 살려 패션이나 화장품 사업을 하는 게 꿈이라는 그녀는 요즘 영어 학원 새벽반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기자명 이숙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ook@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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