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윤무영한나라당 청년위원회는 각계의 민심을 듣는 ‘리스닝 투어’를 펼친다. 위는 광주 조선대에서 대학생과 대담 중인 강용석·정두언·조전혁 의원(왼쪽부터).
한나라당이 ‘조직의 재발견’ 작업에 나섰다. 그 선봉은 45세 이하 당원을 구성원으로 하는 청년위원회다. 한나라당 청년위원회(위원장 강용석·마포을)는 새해부터 시민과 청년당원의 목소리를 듣는 리스닝 투어 ‘제게 말하세요’를 진행하며 조직을 다졌다. 지난 1월13일 대전을 시작으로 22일에는 광주, 29일에는 수원을 다녀왔다. 앞으로도 강원·제주·영남권 등 전국을 돌 예정이다.

청년위는 한동안 현역 의원 대신 원외 인사가 도맡던 ‘한직’이었다. 한때 40세(현재는 45세)로 엄격히 제한하던 나이 기준을 충족하는 현역 의원을 찾는 것부터가 힘들었던 탓이다. 현 위원장인 강용석 의원의 참모도 “의원이 청년위원장 출마를 저울질할 때, 그보다는 원내부대표를 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라고 말할 정도다.

청년위 조직은 수십년 가는 ‘장기 투자’

하지만 청년위가 처음부터 한직이었던 것은 아니다. 그 산증인이 한나라당 강재섭 전 대표다. 강 전 대표를 이야기할 때면 ‘청자봉’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청년위의 전신인 ‘청년자원봉사단’의 준말이다. 강 전 대표는 초선 시절인 13대 국회 때 ‘청자봉’을 맡아서 든든한 친위 조직으로 키워냈다. 청년 시절부터 대의원으로 활동하는 ‘열성 당원’은 대부분 평생 대의원으로 남는다. 한번 자기편으로 만들어놓으면 수십 년간 든든한 ‘빽’이 되는 ‘장기 투자’인 셈이다. “강 전 대표는 ‘청자봉’ 한번 잘해서 20년 동안 전당대회 출마하고 결국 당대표도 된 거다”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전당대회에 투표권을 행사하는 한나라당 대의원은 1만명 안팎이다. 이 중 절반 이상이 선출직 대의원인데, 이 선출직의 50% 이상을 40세 이하로 채우도록 규정돼 있다. 최소한으로 잡아도 대의원의 4분의 1이 청년위 소속이란 얘기다. 적어도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독자세력화도 가능한 규모다. 5월로 예정된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청년위의 ‘부지런한’ 행보가 당 안팎에서 주목을 받는 이유다.

청년위원회가 각 지역마다 동행하는 의원의 면면도 눈길을 끈다. 대전에는 원희룡, 광주에는 정두언·조전혁, 수원에는 남경필·박순자 의원이 동행했다. 한나라당 소장파의 대표주자 남·원 의원과 친이 직계에서 밀려난 정두언 의원의 조합이 특히 예사롭지 않다. 강용석 청년위원장 역시 이들과 마찬가지로 온건·소장 친이계로 분류된다. 강 위원장 측은 “다음 지역인 강원·제주·영남권에도 친이·친박 둘 모두와 거리가 있으면서 합리적이고 개혁적인 인물을 섭외하려 한다”라고 말해 청년위 전국 투어를 ‘소장파 스킨십’의 계기로 활용할 뜻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강 위원장은 “친이 강경파와 친박계 사이에서 또 다른 비전을 제시하는 이들이 나와야 한다는 고민이 있다”라고 말해 일종의 ‘소장파 세력화’ 구상을 내비쳤다. ‘미래연대’와 ‘수요모임’의 실패를 거울 삼아, 이제는 독자적인 정치 지도자를 키워내는 소장파 모임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다. 당장 5월로 예정된 원내대표 후보로 소장파 의원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18대 국회가 개원한 이후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은 ‘인고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친이·친박으로 갈라선 계파 갈등의 벽이 원체 공고했던 데다, 지난해 8월 상임위원장 경선에서 남경필(외통위)·정병국(문방위) 두 의원이 고배를 마신 것도 내상을 키웠다. 2010년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친이계와 친박계가 전면적 권력투쟁을 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한나라당 소장파가 청년위를 기반으로 제3의 정치 공간을 확보하는 ‘생존 투쟁’에 나선 모양새다.

기자명 천관율 기자 다른기사 보기 yu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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