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대선 당시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이명박 후보의 제1공약으로 내건 한나라당은 이를 뒷받침할 두뇌 집단으로 ‘운하정책 환경자문교수단’을 결성하고 명단을 발표했다. 당시 대운하 자문단 명단에 포함된 전국의 대학교수는 총 111명이었다.

이들은 당초 어떤 경로로 대운하 자문단에 이름을 올렸으며, 한반도 대운하 불씨가 되살아나는 요즘 어떤 생각을 할까. 〈시사IN〉은 당시 자문교수단 전원을 상대로 일주일에 걸쳐 전화 면접 조사를 실시했다. 참여 당시부터 익명으로 참여한 교수 7명을 제외한 104명에게 네 차례씩 전화를 걸었다. 해외에 체류 중이거나 통화가 힘들다고 한 이들을 제외하고 응답자는 총 64명이었다.
 

자문교수단 교수 대다수는 4대강 정비 사업과 대운하는 별개라고 답했다. 위는 대운하 관련 서적.

 

대운하 자문교수단의 숨은 실상
교수들이 자문단에 참여한 계기는 다양했다. 이들은 대운하를 하는 게 국익이기 때문에(박석순 이화여대 교수), 4대강 정비 사업을 찬성하므로(이호식 충주대 교수), 대운하에 관한 반대 의견을 내기 위해(성기준 부경대 교수) 등여러 이유를 댔다.

전체 응답자 64명 중 11명은 ‘자의로 자문단에 들어간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름만이라도 올려달라’는 지인의 권유로 자문단에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이상돈 교수(이화여대 환경공학전공 에코과학부)는 “동료 교수의 부탁으로 명단에만 들어갔을 뿐 활동은 전혀 없었다”라고 말했다.

심지어 본인도 모르게 자문교수 명단에 이름이 들어간 사람도 있다. 최돈형 교수(한국교원대)는“자문단에 내 허락 없이 이름이 올라간 걸 보고 바로 명단에서 빼달라고 했다”라며,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했다. 강호정 교수(연세대)는 기자의 전화를 받기 전까지 자신이 대운하 자문단에 오른 사실조차 몰랐다.

대운하 자문단과 대운하에 반대하는 환경단체에 모두 이름이 오른 이도 있다. 이태구 교수(세명대)는 “양쪽 다 내 의견을 최종 확인하지도 않고 명단에 이름을 넣었는데 자문단 명단이 언론에 공개될 줄은 몰랐다”라고 해명했다.

“대운하를 반대하기 때문에 대운하 자문단에 들어갔다”라고 주장한 이도 있다. 조경제 교수(인제대)는 “자문단에 찬반 양쪽 학자가 고루 참여하는 줄 알고 들어갔다가 찬성하는 사람 일색이라 탈퇴했다”라고 말했다.

자문단에서 수행한 역할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 대부분은 자문단 명의로 회의나 세미나를 한번도 가진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상일 교수(동국대)는 “자문 교수단의 이름으로 회의 한번 제대로 연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심지어 자신은 비전문가여서 한 일이 없다고 말한 교수도 있다. 임호진 교수(경북대)는 “대기오염 전공이라 운하에 대해선 할 말이 없었다”라고 답했다. 자문단 모임의 정체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대운하 주민 홍보에 적극 나선 이도 있다. 하상안 교수(신라대)는 “주말마다 부산 시민 50여 명을 모아 17회 정도 대운하 지지 강연을 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후 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대운하TF팀 상근 자문위원을 지냈다.

자문교수단 대다수는 4대강 정비 사업이 대운하와는 별개이며, 반드시 추진해야 할 중요한 사업이라고 답했다.

조경제 교수(인제대)는 “강 정비 사업은 원래 주기적으로 해오던 일이다. 4대강 정비를 대운하로 전환하는 경우 비용이 엄청나게 들 텐데 그런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정부가) 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조원철 교수(연세대)는 4대강 사업은 김대중 정부 때부터 구상한 일이라며 “DJ가 하면 로맨스고 MB가 하면 스캔들이냐”라고 반문했다.

두 사업 간의 연계성을 지금은 판단할 수 없다고 말한 교수도 있다. 성기준 교수(부경대)는 “정부가 지금 내놓은 계획대로라면 4대강 정비와 대운하는 다른 사업이겠지만 후에라도 추가 공사가 이뤄진다면 같은 사업이 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4대강 정비 사업이 대운하와 관련 있다고 보는 이들도 있었다. 신계종 교수(충주대)는 “하천을 정비한다는 점에서 4대강과 운하는 충분한 연계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김종수 교수(선문대)는 “강 정비는 물길을 잇는 일이기에 어느 정도 관련이 있다”라고 말했다.

4대강 정비 사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한 만큼 현재 4대강 정비 사업과 관련된 일을 맡고 있거나 계획 중인 교수도 11명에 달했다. 이병헌 교수(부경대)는 “4대강 정비 사업과 관련한 연구회를 만들고 부산시 낙동강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4대강 정비 사업이 적극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한 교수 가운데에서도 대운하에 대해서는 의사 표명을 유보하는 이가 많았다. 지금은 말할 시점이 아니라며 ‘노코멘트’한 교수가 23명이나 되었다.

김귀곤 교수(서울대)는 “현재는 대운하에 관해 아무것도 말할 수 없다”라며 인터뷰를 꺼렸다. 김형수 교수(성균관대)는 “자문교수는 그저 자문에 응하는 교수일 뿐이다. 타당성을 검토하기도 전에 반대 여론에 밀려 아무런 연구를 할 수 없었기에 찬반 의견을 분명히 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대운하 ‘찬성’ 7명, ‘반대’ 6명

여전히 대운하를 추진해야 한다고 소신을 밝힌 이는 7명이었다. 신계종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도로가 한계가 있으므로 운송을 위해서라도 운하가 필요하다. 운하에 대한 국민 인식을 높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양수 교수(경동대)는 “대운하는 사회적 인프라 마련을 위해서 필요하고, 대통령 공약이었기 때문에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반대 여론을 의식해 추이를 봐가며 대운하를 추진해야 한다고 단계적 접근법을 주장한 이는 5명이었다. 한명수 교수(한양대)는 “대운하는 여론상 잠시 미루는 게 낫다”라고 말했다. 권오열 교수(서울산업대)는 “대운하는 시대정신에 부합하므로 인내심을 발휘해 반대 의견을 잘 설득해야 한다”라고 답했다.

대운하에 반대한다고 밝힌 자문단 교수도 6명이었다. 원래부터 대운하를 반대했던 이가 있고, 나중에 생각이 바뀐 사람도 있다. 한무영 교수(서울대)는 “예나 지금이나 한반도 대운하는 반대한다”라고 대답했다. 이상일 교수(동국대)는 “상황이 많이 바뀌었고, 국민이 원치 않으니 안 하는 게 맞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김은지·최은정 인턴기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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