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의 대표적 관광 대국인 타이는 방콕·파타야·푸껫 등 유명 관광지와 맛있는 음식, 특유의 미소를 살린 서비스 등 이른바 ‘관광으로 먹고사는 국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타이는 전기·전자·자동차 같은 주요 제조업을 기반으로 동남아시아 경제 성장을 견인해온 대표적인 산업국가다.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로 시작된 전세계적 경기 침체는 미국·EU·일본 등 선진국 시장으로 향한 수출이 주요 성장 기반인 동아시아 국가에는 심각한 타격이 되었다. 동남아시아의 대표 산업국가인 타이도 예외일 수 없는 상황이다.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60%를 넘는 타이는 최근 환율 하락과 경기 침체로 빚어진 수출 감소가 내수시장 침체로 이어지는 실정이다. 

반면 관광산업은 숙박·외식·교통 등 여러 분야에 걸친 폭넓은 파급 효과로 동아시아 외환 위기 이후 타이 경제의 회복을 돕는 대표적인 ‘캐시 카우’ 구실을 담당해왔다. 2008년 11월 국민민주연대(PAD·People Alliance for Democracy)가 주도한 타이 반정부 시위인 수완나품 국제공항 점거 시위로 일주일간 외국인 여행객 수십만명이 발목을 잡히자 ‘미소의 나라’로 인식되던 관광 대국 타이의 이미지가 단번에 무너졌다. 최근 타이 중앙은행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08년에 입국한 관광객 수가 약 1400만명으로 4년 사이 최저치를 기록했다. 2009년에도 약 1280만 명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함에 따라 정정 불안으로 인한 타이 관광산업의 피해는 당분간 지속되리라 보인다.

경기 부양 실패하면 정권 유지 어려울 수도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와 정정 불안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타이의 주요 성장 기반이 위협받는 가운데 2008년 12월 취임한 아피싯 신임 총리는 정정 불안으로 실추된 국가신인도를 회복하고 경기 부양을 최우선 과제로 선정하는 등 각종 정책을 발표하면서 경기 부양에 나서고 있다. 특히 아피싯 신임 총리가 총선을 거쳐서가 아닌 솜차이 전임 총리의 실각으로 총리가 된 만큼 이번 경제 위기 극복 여부가 7년 만에 정권 창출에 성공한 민주당 정권의 성패를 가름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아피싯 총리는 총리직 취임과 동시에 지지도가 취약한 농민·노동자·서민층을 주 대상으로 하는 경기 부양책과 기존 지지층인 방콕의 중·상층과 엘리트 계층을 주 대상으로 추가 경기 부양책을 발표하며 경기 부양 의지를 다지고 있다. 이들 경기 부양책은 대부분 2분기부터 예산 집행이 시작되어 3분기 이후에나 효력이 나타나리라 전망한다. 경기 부양이 가능할지 여부는 2009년 말 혹은 2010년에나 알 수 있을 것이다. ‘미소의 나라’가 미소를 찾기까지는 짧지 않은 시일이 걸리리라 보인다.

기자명 이재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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