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안희태

스물아홉 오정민씨는 올해 잊지 못할 ‘아홉수’를 치러야 한다. 원한다면 피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 옥죄는 길을 선택했다. 오씨는 지난 1월6일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를 선언했다. 병역통지서 일정대로라면 그날 오씨는 신병교육대의 연병장에 서 있어야 했다. 그는 종교적 신념 때문에 병역을 거부한 것이 아니다. 전쟁을 반대한다는 자신의 양심에 따른 결정이었다. 오씨는 “어리석어 보일 수도 있지만, 반전·평화 운동을 하면서 가졌던 신념을 지켜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오정민씨의 필명은 ‘우공’이다. 어리석은 사람이 산을 옮긴다는 고사성어 ‘우공이산’에서 따왔다.

우공인 그가 군대 대신 가야 할 곳은 17척 담장 안 감옥뿐이다. 국방부는 지난해 말 대체복무제 도입을 전면 보류했다. 2004년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병역법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도 도입 필요성을 언급한 대체복무제를 국방부가 거부한 꼴이다. 나아가 국방부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라는 용어도 ‘집총 거부자’로 통일했다.

오씨는 병무청의 고발에 따라 지난 1월29일 서울 종암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조사를 받고 나온 오씨는 “이르면 2월에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구속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오씨는 구속될 때까지 자신이 속한 연구모임인 ‘다중지성-정원’에서 양심적 병역거부 강좌를 열 계획이다.

기자명 고제규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jus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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