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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카메라 시대에 흘러간 흑백사진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현상소’가 있다. 서울 용산에 있는 미미현상소 오세찬 실장(47)은 30년째 흑백사진 현상을 업으로 삼고 있다. 그가 2000년에 30여 년 된 현상소를 인수했으니 이 현상소의 역사는 40년이 된 셈이다.

 미미현상소가 흑백사진 현상만 고집하는 이유를 묻자 그는 “컬러사진과 흑백사진은 현상  기술과 시스템이 다르다. 컬러는 또 매력이 없고…”라며 멋쩍게 웃는다.

 손님들은 미미현상소의 이런 전통이 좋아 찾는다. “난 모르겠는데 손님들은 우리 현상소 특유의 약품 냄새를 좋아한다. 냄새가 좋아서 이곳을  찾는다는 손님도 봤다. 손님들이 현상소를 오래 지켜달라고 부탁한다.” 

디지털카메라가 보편화되면서 현상소 운영이 어려워졌지만 그는 요즘도 하루 평균 100롤을 현상한다. 예전에 비해 일이 많이 줄었는데도 그는 잊지 않고 찾아주는 손님 덕분에 미미현상소의 일과 전통을 놓을 수 없다.

오씨라고 세상의 변화에 마음 편할 리 없다. 그는 “누가 그러는데 다시 필름 카메라 시대가 온다더라. 내 생각도 같다. 지금도 조금씩 그런 조짐이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생계를 위한 희망에서 한 말만은 아닌 것 같다. 장인의 고집이 묻어난다.

기자명 이환희 인턴기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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