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권상 주필은 재직 시 ‘창간 동지’라는 표현을 즐겨 썼습니다. ‘동지’의 참뜻과 참모습이 사라진 이 시대, 우리는 이 동아리 의식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표완수 부장님이 떠날 때 우리는 창간 동지라는 말을 새삼 떠올렸습니다. 의욕과 열정이 넘치는 기자를 말할 때 우리는 표 부장을 늘 말할 것입니다. 그만큼 〈시사저널〉에 이바지한 바 크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표 부장님을 떠올리듯 우리와 함께했던 지난 2년간이 늘 좋은 기억으로 되살아나길 바랍니다. 1991년 11월 〈시사저널〉 기자협의회 일동.”
인천국제공항이 바라보이는 영종도 바닷가 저의 집 책상에 놓여 있는 손잡이 달린 주석 컵 밑면에 새겨 있는 제 소중한 과거의 한 장입니다. 17년도 더 지난 지금 〈시사IN〉으로 이름을 바꾼 이곳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옛 후배들과 다시 만났습니다. 그 후배들의 새 후배들과도 만났습니다. 저는 놀랐습니다. 작업환경은 예전만 못하지만, 사무실 분위기와 구성원들이 풍기는 느낌이 어쩌면 저렇게도 바뀌지 않았을까. 세월의 그림자만 언뜻언뜻 그들의 얼굴과 머리카락에 스칠 뿐 그 시절의 순수와 열정은 하나도 달라진 게 없습니다. 저는 마음으로 그들에게 머리를 숙입니다.
아울러 독자 여러분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제가 다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독자 여러분의 따뜻한 관심과 사랑 덕분입니다. 변함없는 여러분의 애정이 그들의 순수와 열정을 고스란히 지켜주었고, 그 위에서 〈시사IN〉이 탄생했기 때문입니다.
감사의 마음을 담아 이제는 발행인으로서 저는 독자 여러분께 몇 가지 약속을 드립니다. 첫째, 우리는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보도하지 않을 것입니다. 당연한 이야기를 새삼스럽게 하느냐는 분이 계실지 모르지만, 우리 언론은 아직 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게 현실입니다. 둘째, 우리는 사실과 의견을 엄격히 구분할 것입니다. 이전에 〈시사저널〉 편집국장을 역임한 김훈 작가가 어느 인터뷰에서 지적했듯이, 우리 언론은 아직도 의견을 사실인 듯 전달하고 사실을 의견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습성이 있습니다.
셋째, 우리는 사실을 왜곡하지 않고 전달하되 그 속에 깔려 있는 진실을 드러내 보이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시사IN〉은 우리 언론의 자부심이자 최후의 보루가 될 것을 다짐합니다. 우리는 권력·금력을 포함한 외부의 어떠한 압력도 거부할 것입니다. 또한 자신의 오만과 편견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 항시 노력할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끊임없는 애정과 따끔한 질타를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09년 2월 7일 〈시사IN〉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