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한 명은 정래권 기후변화대사(사진)다. 외교부에서 환경과 경제 분야 업무를 거친 정 대사는 노무현 정부 시절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이사회(ESCAP) 국장을 역임하고,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초대 기후변화대사에 임명됐다. 한국을 대표해 기후변화 국제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그는 이 대통령이 온실가스 감축 의지를 밝힌 지난해 일본 도야코 G8 정상회의에서 대통령을 수행했다. 정 대사는 이명박 정부가 국가 비전으로 제시한 ‘녹색성장’이라는 말을 국내에 소개한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녹색’과 ‘성장’이라는 서로 상충하는 개념의 조합은 학계에서 정립된 용어는 아니다. 2000년대 들어, 아시아 개도국들이 중심이 된 유엔 ESCAP에서 사용하기 시작한 일종의 조어다. 이미 성장을 멈추고 후기 산업사회로 진입한 선진국들과 달리 개도국들은 성장과 함께 환경을 고려해야 하는 이중적 위치에 놓였다는 점에 착안, “경제성장을 하되, 생산과 소비를 생태적으로 한다”라는 다소 이상적인 목표를 내세운 표현이었다. 녹색성장 개념이 국내 도입된 건 2005년 3월, 서울에서 열린 제5차 아·태지역환경개발회의에서 ‘녹색성장(Green Growth)’이 첫 공식 의제로 채택되면서부터였다. 당시 유엔 ESCAP 국장이던 정 대사가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최근 정 대사는 녹색성장을 주제로 열리는 강연과 세미나에 참석하기 바쁘다. 그는 “전세계 최초의 발전 패러다임”이라며 녹색성장을 둘러싼 이견과 반발을 일축했다. 온실가스를 줄이면서 성장을 도모하는 ‘유례없는 시도’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2007년에 비해 2008년(10월 기준)에 늘어난 에너지(석유·석탄·가스) 수입 대금이 422억 달러에 달한다. 같은 기간 경상수지 적자가 90억 달러다. 에너지 부문의 적자를 줄이지 않고서는 한국경제의 흑자 기조를 유지하기 어렵다.” 녹색성장은 어떤 목표를 향한 ‘수단’일 뿐, 사회의 ‘비전’이 될 수 없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세계 각국이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개념을 사용해왔지만 실행이 되었나. 개념이 너무 모호해서 레토릭으로 끝나고 말았다. 정책 수단이 없다. 하지만 저탄소 녹색성장은 구체적인 개념이라 ‘액션 플랜’을 짤 수 있다. 녹색성장을 하다 보면 지속 가능한 발전에 이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