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바르떼
가난한 예술가, 가난한 이웃에 문화를 심다

신나는 문화학교 교사협회 ‘자바르떼’는 2004년 6개월짜리 프로젝트 그룹으로 출발했다(자바르떼는 ‘일자리’와 ‘예술’을 뜻하는 영어·프랑스어의 합성어다). 지역 소외 계층에게 문화예술을 가르치자는 목적 아래 지역 예술인이 뭉친 것이었다. 이를 위해 자바르떼 이은진 대표는 먼저 서울, 인천, 안산 세 지역의 공부방·복지관·사랑방 등을 돌며 사전 조사를 벌였다. ‘먹고살기도 버거운 이들한테 문화 교육은 사치가 아닐까’ 하는 염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니었다. 문화예술에 대한 깊은 갈증을 호소하는 가난한 이웃들을 만나며 이 대표는 자신감을 얻었다.

이후 자바르떼는 ‘신나는 문화 강좌’를 운영하면서 폭발적 인기를 얻었다. 소외 계층 공부방을 비롯해 피아노·바이올린·오카리나 따위 악기 교실, 미술 교실, 사진 교실 등 소외 계층이 평소 접하기 어려웠던 분야를 교육하면서 이를 정착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자바르떼는 틀에 박힌 예술 교육을 하지 않았다. 피아노를 가르칠 때면 바이엘을 훈련시키기보다 곧바로 ‘나비야’ 코드를 가르쳐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며 피아노를 즐기게 하는 식이었다. 2008년 말 현재 자바르떼 강좌는 60개에 이른다.

2007년 자바르떼는 1차 사회적 기업 선정 과정에서 제외됐다. 노동부는 문화예술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사회적 기업으로 인정된 선례가 없다고 말했다. 인건비를 지원받음으로써 좀더 안정된 문화 교육을 해보고자 한 자바르떼의 의도와 달리 사회는 ‘예술가=배부른 집단’이라는 편견을 갖고 이들을 대했다. 배부른 예술가에게 사회적 일자리 예산을 배분하기는 곤란하다는 식이었다. 그러나 이것이야말로 진짜 편견이라고 ‘함께 일하는 재단’ 이은애 국장은 말한다. “한국에는 예술인을 수용할 만한 일자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문화예술 전공자 중 97%가 안정적 일자리 없이 살아간다는 통계도 있다.”

실제로 자바르떼 교사 중에서도 시간이 흐르면서 안정된 수입을 원하는 이들이 생겨났다. 초창기 이들 대다수는 ‘돈을 벌기 위해서라기보다 좋은 사업이라 참여한다’는 생각에서 동참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교사 일부는 이 일이 일자리로 안정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내비쳤다. 개인과외 등으로 불안하게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2008년 초 자바르떼는 마침내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았다. 그러나 이은진 대표는 이로 인해 생각지 않은 혼란을 겪었다고 한다. 인건비는 지원받게 됐지만 애초에 정해놓은 자바르떼의 이념과 충돌하는 지점들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소외 계층을 위해 공익 활동을 해왔는데 사회적 기업이 되면서 돈을 벌어 이윤을 많이 내라고 하니 처음에는 어리둥절했다”라고 말했다.

2008년 8~12월 자바르떼 매출은 약 5억원이다. 2억원은 노동부 지원금이고 3억원은 자체에서 벌어들인 것이다.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면서 자바르떼는 일부 강좌를 유료로 전환했다. 60개 강좌에서 벌어들이는 금액은 500여 만원에 불과하다. 물론 마음 먹으면 입시교육 등 돈이 되는 사업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당분간 자바르떼는 애초 목표대로 문화 양극화를 해소하는 활동에 주력할 예정이다.


▒시민문화네트워크 티팟
동네를 바꾸는 문화예술 컨설팅

경상남도 양산시 원동면 대리 배내골. 이곳에 예술마을 조성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은 2007년이다. 시민문화네트워크 티팟이 사업을 맡았다. 티팟 직원들은 배내골에서 생활하며 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처음에는 외지인을 경계하던 사람도 차츰 자기 이야기를 털어놨다. 티팟 공간문화팀 김선미씨는 이집 저집을 붙임성 좋게 찾아다니다가 ‘마을 며느리’라는 애칭을 얻었다. 배내골 사람들 이야기는 ‘마을공동체 박물관’에 전시됐다. 조주연 대표는 “박물관을 박제된 물건이 아닌, 지금 살고 있는 사람과 마을의 기억을 볼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자 했다”라고 말했다.

티팟은 공간(지역) 디자인, 전시 기획, 문화 교육, 콘텐츠 개발 등을 하는 문화예술 단체이다. 2004년 설립했고, 2007년 4월 문화예술 분야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았다. 사회적 기업이 되면서 티팟은 노동부로부터 직원 12명 채용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현재 티팟 전체 직원 14명 중 노동부 지원을 받는 직원은 8명뿐이다. 노동부 지원을 받아 채용한 직원에게도 기존 직원과 동등한 임금 수준을 보장하다보니 추가 비용이 많이 들어 4명분을 어쩔 수 없이 포기한 것이다. 티팟의 대졸 초임은 1800여 만원으로 일반 디자인 회사 평균 임금과 비교해 적지 않은 수준이다.

입사 1년차 김지영씨는 “정부기관의 프로젝트 팀에서 근무할 때와 비교해 티팟의 조직 문화가 자유롭고 개방적이라고 느낀다”라고 말했다. 수평적 조직 문화의 장점은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도 나타난다. 프로젝트에서 누구 하나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이들의 배려다. 티팟 측은 이를 ‘아래로부터의 기획’이라고 정의했다.

조직 문화뿐만이 아니다. 티팟은 지역 프로젝트에서 주민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은 물론이고, 전시에서도 관람객이 소외되지 않게 배려한다. 지난해 잠실 올림픽경기장에서 열린 서울디자인올림픽에 참가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서울의 미래를 보여준다는 디자인 전시가 관람객이 보기에 ‘허망한’ 인상을 남길 수 있겠다고 티팟 측은 판단했다. 그래서 ‘어!어!어! 마을대회’라는 체험 전시를 열었다. 사라진 부리도(잠실경기장이 있는 곳의 옛 지명)를 전시물로 재현해, 관람객이 이 마을에 얽힌 사연들을 만지고 체험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티팟은 2008년 매출액을 12억원 정도로 추산한다. 5억여 원이었던 2007년에 비해 두 배 이상 성장했다. 그러나 내실을 따져보면 이제 막 적자를 벗어나려는 수준이다. 문화예술 사업의 특성상 인건비를 제외한 제작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다른 사업에 비해 이윤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조 대표는 “조직 내부, 그리고 우리가 몸담고 있는 공동체와의 소통을 통해 회사의 시너지를 최대한 끌어내고자 한다”라고 2009년 활동 목표를 밝혔다.


▒전통문화사랑모임
청운의 꿈이 모여 전주의 꿈을 일구다

전주 남부시장 ‘할머니 공방’. 예순이 넘은 어르신 셋이 무릎에 이불을 덮고 앉아 무언가를 만들고 있다. 볼펜에 지점토를 덧바르고 모양을 잡는 과정이 한없이 느리다. 정해진 디자인도, 목표하는 수량도 없다. 각자 만들고 싶은 대로 만든다. 그래도 이곳에서 생산되는 물건은 세상에 단 하나뿐이다. 쿠션, 거울, 수납장, 식탁보, 가방 등 ‘할머니 공방’에서 만든 수공예 제품은 3개월 전 작업장이 문을 연 이후 250여 만원어치 팔려나갔다.

할머니 공방은 사단법인 전통문화사랑모임에서 운영한다. 한 달 코스의 미술 워크숍에 참여한 이 지역 할머니 30명 중 손재주와 창의력이 뛰어난 3명을 채용했다. 정식으로 공예를 배운 적은 없지만 바느질에 익숙한 할머니들의 손기술을 묵혀둘 게 아니라 일자리로 연결해보자는 발상이 현실이 된 것이다. 김병수 전통문화사랑모임 상임이사는 “공방에서 일하는 할머니께 많이 생각하고 다양한 작업을 해보라고 주문한다. 디자인 잡지와 미술 전시회를 보여주는 등 교육 프로그램도 지원한다”라고 말했다.

‘문화를 통한 지역사회 통합 프로젝트’를 지향하는 전통문화사랑모임은 전주에 숨은 문화자원을 찾아 소비자와의 만남을 주선한다. 직원 58명 중 대다수가 전주나 전주 인근 지역 출신이다. 전주대사습놀이의 권위에서 알 수 있듯 전주에는 어려서부터 판소리 등 전통문화에 노출된 인재가 많다. 한옥 등 전통가옥과 지역 특유의 음식문화도 훌륭한 자원이다. 전통문화사랑모임은 현재 전주한옥생활체험관, 전주전통술박물관, 공공작업소 심심, 자연음식연구소 풀꽃/효소사업단, 달이앙상블 등을 운영한다.

직원의 자기계발에 아낌 없이 투자

전주한옥생활체험관은 지역 주민에게 무상임대받은 한옥에 차렸다. 2인 기준 6만~12만원인 1일 숙박 프로그램은 아늑한 잠자리뿐 아니라 최상의 지역 특산품으로 차려진 6첩반상을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곳에서 운영하는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도 인기다. 2008년 마지막 날에는 영어연극 체험이 한창이었다. 김병수 관장은 “한옥이라고 전통 프로그램만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 조사를 해보니 전주시민은 도시에서 받는 일반적인 교육 프로그램도 받기를 원했다”라고 말했다. 지역 수요를 충실히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전통문화사랑모임은 직원의 자기계발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긴다. 전통술박물관에서 학예사로 일하는 나하나씨는 “서울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라도 교육을 위해 필요하다고 신청하면 대부분 보내준다. 3년 일하면 한 달 유급휴가도 받는다”라고 말했다. 전통술박물관에는 입사 이후 회사 지원으로 공부해 학예사 자격증을 딴 직원도 있다. 김병수씨는 “지역에는 발굴하지 못한 문화자원이 산재해 있다. 지방대학을 나와 일자리를 찾지 못한 우수한 인력 또한 곳곳에 숨어 있다. 이 둘을 결합시키면 지역이 몰라보게 달라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박근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young@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