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백승기이길여암·당뇨연구원이 보유한 게놈 해독기 솔렉사.
생명과학도들의 토론장인 브릭(gene.postech.ac.kr/community)은 이번에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김성진 이길여암·당뇨연구원장이 지난 12월 초에 발표한 ‘한국인 게놈 염기 서열 분석’의 진위 여부를 두고 토론을 벌였고, 나름 해답도 얻은 것이다. “너무 성급했고, 믿기 어렵다. 다시 검증해야 한다”가 이들이 내린 결론이다.  왜 이같은 결론에 이르렀을까.

ID ‘관련전’은 “한국인에게 나타나는 새로운 SNP의 개수(320만 개)가 너무 많다”라고 지적했다. 김 원장이 사용한 기계(solexa)는 잦은 에러 때문에 염기 분석을 20배(600억 개) 정도 해독해야 하는데, 234억 개만 해서 잘못된 결과가 나왔다는 말이다. ID ‘매드’는 아예 “새로 발견된 SNP 개수가 너무 많아 사람을 해독한 건지, 침팬지를 해독한 건지 알 수 없다”라며, 재검증을 하면 상당수가 가짜 SNP로 밝혀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김성진 원장은 〈네이처〉 지에 6배(180억 개) 이상이면 정확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논문이 실렸다며, 자신들의 연구 결과가 결코 틀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의 저명한 연구자는 “솔렉사 기계로 7.8배를 해독했다면 완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또 다른 연구자는 “국제 학술지에 논문 게재도 안 하고 발표부터 한 것도 문제다”라고 꼬집었다.
김 원장은 이 부분에 대해 이미 국제적으로 ‘선 보도, 후 게재’된 사례가 두 번 있었다며 아무 문제없다고 말했다. “제임스 왓슨과 양후안밍 박사도 언론에 보도하고 1년 뒤 논문을 게재했다.” 덧붙여 그는 마크로젠이 먼저 한국인 게놈의 염기 서열을 분석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자신은 ‘처음’이라는 말을 쓴 적이 없다고 한 뒤)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그 사실을 인정받으려면 여러 자료를 공개해야 하는데, 이제껏 아무것도 보여준 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브릭의 토론에 참여한 한 연구자는 김성진 원장이 발표한 자료가 인정받으려면 두 가지 방식으로 검증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기계로 김 원장이 확인한 ‘새로운 SNP’ 검증, 다른 ‘한국인 게놈’과의 비교 분석이다. 두 번째 방법의 경우,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개별적으로 수행한  데이터를 총합해 비교 분석하면 된다. 그런데 김성진 원장은 누군가 이 제안을 하면 받아들일까.

기자명 오윤현 기자 다른기사 보기 noma@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