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지기 전까지 한국인의 일본 여행은 꾸준히 늘고 있었다. 일본 여행자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저점을 찍은 후 지난해까지 계속 증가했다. 일본정부관광국(JNTO)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은 총 753만9000명으로 전체 일본 방문객의 24.1%에 달한다. 일본을 찾은 외국인 4명 중 한 명은 한국인이었던 셈이다. 같은 기간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은 298만명이었다.

더 들여다볼 지점은 일본 여행 스타일의 변화이다. 일본 전문 여행사들의 분석을 들어보면, 패키지 여행보다는 자유 여행으로, 가족이나 친구 등과 가기보다는 혼자 가는 여행으로 급속히 변하고 있다. 저가 항공사들은 일본 왕복 항공권을 제주 왕복 항공권보다 싸게 내놓는 경우도 많아 계획 없이 혼자서 훌쩍 다녀오기도 한다.

일본의 여행 환경은 여러모로 우리보다 유리하다. 일단 여행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지역의 랜드마크 호텔이나 온천호텔 등이 거품경제 시기에 만들어졌다. 내국인 관광 시장이 활성화되어 있어 소프트웨어도 잘 가동된다. 자연도 잘 보전되어 있고 경관의 스펙트럼도 다양하다. 상대적으로 바가지가 적어서 ‘가성비’ 혹은 ‘가심비’를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 국내 저가항공이 경쟁적으로 취항하면서 일본 여행은 호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소확행)’을 추구하는 요즘은 일본 소도시로 가는 여행이 늘고 있다. 일본에서도 유명한 곳이 아니라 잘 알려지지 않은 곳, 자기만 아는 곳을 찾아 떠나는 것이다. 이런 여행을 가능하게 하는 일본 소도시의 자기완결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 소도시 중에는 숙박과 미식, 그리고 카페와 산책로 등이 한국인의 취향에 맞는 곳이 많다.

일본 여행지를 대신할 국내 여행지를 추천할 때 가장 대체하기 어려운 것이 바로 이런 소도시 여행이다. 이 정도 비용에, 이렇게 짧은 일정으로, 이만큼 만족스럽게 다녀올 수 있는 곳은 사실 찾기 어렵다. 그나마 추천할 만한 곳은 울릉도나 흑산도, 매물도, 그리고 굴업도나 문갑도 등 덕적군도의 섬이다. 일본 소도시 여행의 호젓함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들 섬의 한적함도 사랑하게 될 것이다.

기자명 고재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coop@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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