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에는 듣도 보도 못한 교내 대회들이 정말 많다. 내 아이 학교에서는 지난 1학기에만 스물다섯 개였다. 매주 한 개 이상이다. 이런저런 발표나 실험, 글쓰기, 겨루기, 그리기 등은 알겠는데 영어 프레젠테이션, 수학 노래 UCC, 독서 퀴즈, 창의적인 생활 소품, 발명 아이디어, 중국어 홍보물 만들기 등에 이르면 어안이 벙벙하다. 그나마 올해는 교장 선생님의 결단으로 줄인 것이란다. 
 
대체 왜 하지 싶은 대회가 난립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것이 중학교 내신의 마지막 ‘공그르기’이기 때문이다. 특히 외고나 과학고 등을 준비하는 아이들은 교과활동이 거의 최고점일 터다. 비교과활동에서 점수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이 중 출결 상황과 봉사활동은 시간만 채우면 모두 만점이니, 남은 건 수상 실적과 자치회 임원 등 학교활동이다. 여기서 소수점 이하 점수로 당락이 갈리기도 한다. 상 하나 타면(0.5점) 회장 노릇 한 학기 한 것에(월별 0.1점) 버금간다. 학교마다 학년 초 고지하는 ‘연간 수상계획’은 자사고와 특목고가 중학교 1학년 교실에까지 드리운 ‘그늘’이다. 

 

ⓒ박해성 그림
도시에 사는 중위소득 이상 가구의 아이라면 늦어도 초등학교 5~6학년부터는 영어·수학 학원을 다닌다. 중학교 1학년이면 영어 세 시간씩 주 2회, 수학 두 시간씩 주 3회가 ‘기본 코스’처럼 되어 있다. 오가는 시간과 숙제 시간까지 합하면 여기에 최소 두 시간씩은 더해야 한다. 토요일에는 ‘보충 수업’도 한다. 그럴 경우 주 6일 학원에 매인다. 어른들도 주 52시간 근무가 법제화된 시대에 상당수 아이들은 학교 수업 6~7시간을 포함해 하루 10~12시간을 학습노동에 바치는 셈이다. 게다가 요즘에는 논술 그룹과외를 주로 일요일에 몰아서 하는 추세다. 주중에는 비는 날짜가 없어서다. 주 7일 학습노동. 살인적이다. 20세기에 태어난 지금의 20대들은 적어도 일요일은 공식적으로 쉬었다. 21세기에 태어난 ‘중딩이들’에게는 주말이 없다. 
 
다시 교내 대회로 가보자. ‘교육적으로’ 대부분의 대회가 전교생을 참가 대상으로 하다 보니 아이들도 힘들고 교사들은 더 힘들다. ‘어른 손을 탄’ 작품도 적지 않게 출품된다. 과열 경쟁이다. 교육부가 지난 6월, 상급학교에 제공할 수 있는 수상 경력을 학기당 한 개로만 제한하는 등 기재 항목과 방법을 간소화한 ‘학교생활기록부의 신뢰도 제고 방안’을 내놓으며 그나마 제동을 걸었다. ‘덜 바쁜 1학년 때 일단 상을 몽땅 받아놓는’ 폐단은 줄일 수 있게 됐다. 참가 인원의 5% 이내이던 수상 인원도 내년부터는 20% 이내로 넓혀 수상 실적 자체를 ‘보편화’했다. 그러면 ‘무력화’된다. 디테일이 살아 있는 정책이다. 
 
고교 서열화와 과열된 입시 사라져야 
이 느낌 그대로 교육 당국과 정책 입안자들이 흔들림 없이 나아갔으면 좋겠다. 고교 서열과 과열된 입시는 사라져야 한다. 자사고 지정 취소와 특목고 존폐를 둘러싸고 ‘빅 마우스’ 학부모들과 업계(사학재단·사교육·부동산)의 목소리가 지나치게 크게 울린다. 아무리 봐도 과잉 대표되고 있다. 불편하다. 다수의 학부모들은 대단한 욕심을 부리는 게 아니다. 그저 내 자식이 처질까, 손해 볼까 불안하고 걱정되어서 그러는 것이다. 없으면 당연히 보내지 않는다. 
 
굳이 차별화된 교육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면 이미 우리 주변에 즐비하다고 말하고 싶다. ‘면학 분위기 좋고’ ‘다양한 선택권이 보장되는’ ○○어학원이나 ○○영재교실에 보내면 된다. 열정과 신념을 갖고 특별한 교육을 할 분들은 그리 하시라. 그렇지 않은 이들은 이제 한 걸음씩 공교육 걱정 없는 세상으로 가자. 
기자명 김소희 (학부모∙칼럼리스트)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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