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6건. 1주일(7월4~11일) 기간을 설정하고 네이버 뉴스에서 ‘이재용 일본’을 검색한 결과다. ‘길어지는 이재용의 일본 출장’ ‘이재용, 아베 멘토에게 도움 요청’ ‘이재용, 일본에 올인한다’ ‘일본 수출규제 담판 나선 이재용’….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뒤 이 부회장의 행보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 병상의 아버지도 소환되었다. ‘이건희와 일본 친구들(LJF)’ 등 이 회장이 구축한 일본 재계 인물들과 이 부회장이 접촉했다는 뉴스였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의 동선을 언론에 일절 알려주지 않았다고 한다.


‘해결사 이재용’ 뉴스를 보며 원 〈시사저널〉에 몸담았을 때 기사가 떠올랐다. 2005년 9월 ‘삼성은 어떻게 한국을 움직이나’라는 이른바 삼성 통권호(제830호·831호)에 실린 기사다(통권호 발간 1년 뒤 삼성 기사 삭제로 인한 ‘〈시사저널〉 사태’가 터졌다. 해직에 가까운 사직을 한 기자들이 〈시사IN〉을 창간했다). 현재 경제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신호철 전 기자가 당시 삼성의 언론 관리 백태를 취재했다. 4단계 전략이다. ‘1단계:평시에는 꾸준한 광고 관리, 2단계:취재가 시작되면 전화를 걸어라, 3단계:기사를 막을 수 없다면 고쳐라, 4단계:기사가 나오면 물타기 하라.’

지금은 굳이 이런 4단계 전략을 펴지 않아도 된다. 언론이 알아서 잘 써준다. 일본의 경제 보복 발표 전만 해도 삼성바이오 사건 기사가 가끔 보도되었다. 어느새 관련 기사가 쏙 들어갔다. ‘해결사 이재용’ 보도는 이미 차고 넘친다. 〈시사IN〉은 잊혀가는 삼성바이오 사건을 이번 호에 집중 해부했다.

경제 전문가 이종태 기자는 마감을 하면 편집팀 기자들에게 “기사가 어렵지 않나요?”라고 묻는다. 삼성바이오 기사가 조금 어려웠다는 반응이 나오자, 이 기자는 갈아엎고 다시 썼다. 삼성바이오 사건은 그가 보기에도 쉽지 않은 주제다. 회계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기자는 시민단체 주장을 인용 보도하기보다는 완벽히 소화해 이 사건의 전체 그림을 설명했다.

삼성바이오 사건 줄기는 두 갈래다. 회계 사기와 증거인멸 의혹이다. 증거인멸은 김은지 기자가 맡았다. 김 기자는 2016년 이른바 ‘안종범 수첩 특별취재팀’에서 주진우 기자와 함께 주요한 역할을 했다. 두 의혹의 줄기는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라는 한 뿌리에서 나왔다. 이번에 우리는 뿌리까지 따라가 보았다.

14년 전 신호철 기자가 쓴 기사는 기자들에 대한 한 교수의 부탁으로 끝난다. “삼성의 사이비 민족주의 논리에 함몰되지 마라. 공부를 하지 않으면 삼성의 노련한 언론 플레이에 말릴 수밖에 없다.” 지금도 유효한 말을 한 교수는, 현재 청와대 정책실장을 맡고 있다.

기자명 고제규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unjus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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