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칵’ 하는 순간 카메라 뒤 LCD 화면에 촬영한 사진이 바로 뜬다. 지금은 흔하디흔한 이야기지만, 촬영한 사진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사진의 역사에서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요즘은 찍은 사진을 곧바로 지인에게 전송하고 SNS에 올리는 게 모두 가능하다. 원스톱은 아니지만 이 모든 과정이 일사천리로 이루어진다. 이런 과정이 쉽게 이루어지기까지 사진을 보고, 나누고, 이야기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과 이를 이루기 위한 수많은 기술적 혁신이 뒤따라야 했다. 이렇게 진보한 사진은 대인 커뮤니케이션, 즉 사람들이 사진을 통해 관계 맺는 방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런 시대적 상황을 생각하면서, 즉석카메라가 처음 발명되었을 때 사람들은 어떻게 느꼈을까 상상해본다. 즉석카메라를 최초로 만든 폴라로이드 사는 원래 군사용 편광 렌즈와 편광 고글을 만드는 회사로 1937년에 창립됐다. 폴라로이드라는 말은 편광이라는 영어 단어 ‘polarization’에서 따온 것으로 추정되는데, 즉석카메라가 발명된 계기가 재미있다.

김성민캄보디아 프놈펜 외곽의 한 마을 주민들이 폴라로이드 사진을 흔들어 말리고 있다.


이 회사를 창립한 에드윈 랜드는 휴가를 맞아 가족과 뉴멕시코로 여행을 떠났다. 에드윈 랜드는 사랑하는 딸의 사진을 멋진 배경과 함께 촬영했다. 그런데 딸아이가 “왜 아빠가 찍은 사진을 지금 볼 수 없느냐?”라며 휴가 내내 보챘다고 한다. 아이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자신이 찍은 예쁜 딸의 사진을 빨리 보고 싶기도 했다. 그는 1944년 카메라 안에서 인화 과정까지 이루어지는 즉석카메라를 만들어냈다. 발명자의 이름을 따 ‘랜드 카메라’가 되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폴라로이드 카메라가 세상에 태어난 것이다.

폴라로이드는 촬영한 후 그 자리에서 사진이 바로 나타나고, 서로 돌려 볼 수도 있다. 자연스럽게 사진을 보며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이렇게 화제를 사진에 집중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사람들을 한자리에 끌어 모은다. 이런 특징을 ‘폴라로이드의 파티장 효과’라고 부른다. 폴라로이드를 한 번이라도 경험해본 이라면 사진을 받아들고 마를 때까지 흔들면서 상이 떠오르고 정착되기를 기다린 적이 있을 것이다.

왜 즉석카메라가 쏟아져 나올까

디지털카메라의 위세가 당당한 요즘 폴라로이드 사는 물론이고 다른 많은 회사에서 즉석카메라를 쏟아내고 있다. 왜 그럴까? LCD 화면을 켜서 사람들에게 사진을 바로 보여줄 수 있는 이 시대에 폴라로이드가 다시 각광을 받는 것은 너무 쉽게 변하고 고쳐지는 디지털 사진에 대한 반동 효과일까? 폴라로이드는 우리가 직접 만지는 감촉을 통해서, 그리고 물리적인 여러 개의 층을 통해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폴라로이드는 디지털 사진이 대체할 수 없는 실체를 가졌다. 더 중요한 것은 세상에 단 하나만 존재한다는 유일성이다.

액자에 담긴 사진 같은 외형을 가진 폴라로이드는 최초의 사진인 다게레오 타입이 만들어낸 명함 크기의 사진(carte-de-viste)을 떠올리게 한다. 사진을 쉽게 찍고 편하게 나눌 수 있는 디지털 시대에 최초의 사진을 닮은 폴라로이드 사진이 다시 유행하는 것이 단순히 레트로 현상인지, 아니면 희소성에 대한 갈망인지 궁금하다.

기자명 김성민 (경주대학교 교수)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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