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의 기본은 증거 확보다. 이를 위해 압수수색을 벌인다. 특히 휴대전화기 확보가 중요하다. 스마트폰은 걸어 다니는 개인 PC다. 사용자의 통화 내역뿐만 아니라 동선 그리고 문자 메시지, SNS 등으로 웬만한 혐의 입증이 가능하다. 물증을 종합해 유죄라고 판단하면 검사는 증거 등을 수사기록에 첨부해 기소한다. 수사-기소를 거쳐 재판에서 유죄를 이끌어내야 사실상 검사의 일이 끝난다. 현재 한국의 형사사법 절차에서 검사는 수사권, 수사지휘권, 영장청구권, 기소권, 공소유지권을 갖는다. 집중되어 있는 권한만큼 책임이 요구된다.   
그렇기에 장자연 사건에서 뒤늦게 드러난 검찰의 행태는 ‘이례적인 일의 연속’이라고 볼 수 있다. 장자연 사건을 수사한 검사는 2009년 당시 CD에 첨부된 통화 내역 파일을 열어봤다고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에서 진술했다. 하지만 보존된 기록에는 통화 내역 파일이 담긴 CD가 없었다. 장자연씨 등의 1년치 통화 기록 원본이 사라진 것이다. 유독 장씨가 누구를 만났는지와 관련한 자료가 집중적으로 사라졌다. 장씨의 휴대전화 3대, 컴퓨터 1대 및 메모리칩 2개를 압수수색했지만 관련 디지털 포렌식 수사기록이 남아 있지 않았다. 장씨가 즐겨 사용한 싸이월드 압수수색 계획은 수사기록상 확인되지만, 결과를 담은 수사 보고는 없었다. 장씨가 사용한 이메일 내용이 일일이 첨부된 것과는 대조된다.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활동한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는 검찰권 남용 사건 17건을 조사했다. 이 가운데 상당수 사건에서 핵심 기록이 없어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같은 기록 상실은 법무부의 검찰 과거사위원회(이하 검찰 과거사위) 조사가 아니었으면 밝혀지지 않았을 사실이다. 장자연 사건만이 아니다. 검찰 과거사위가 조사한 검찰권 남용 사건 17건 중에는 기록이 사라진 사례가 여럿 발견됐다. 대부분 논란이 된 사건의 핵심 증거가 없어졌다.   
‘민간인 사찰·김학의’ 사건 자료 실종   
통화 내역 실종은 검찰권 남용으로 ‘망가진 사건’에서 주로 되풀이되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민간인 사찰 사건’에서도 핵심 증거인 USB나 대포폰(차명전화기) 통화 내역이 사라졌다. 검찰 과거사위는 1차 수사 당시 검찰이 청와대 행정관의 대포폰 통화 내역 전체를 기록에 붙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당시 검찰 수사팀장이 수사팀 검사들과 협의 없이 USB 8개를 대검 중수부에 전달했지만, 관련 대검 디지털 포렌식 분석 결과 보고서는 없다고 밝혔다. 현재까지도 그중 USB 7개의 소재는 파악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명박 청와대 개입 가능성을 수사하는 길목이 차단된 모양새였다. 이에 대해 최재경 당시 대검 중수부장은 “검찰의 수사기록과 증거물 원본을 찾지 못하는 등 기록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아 관련 자료를 찾지 못한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또한 검찰 과거사위는 김학의 사건에서도 자료가 사라졌다고 밝혔다. 건설업자 윤중천씨가 사용한 메모리 카드, 노트북 등 포렌식 자료나 사진·동영상 등이 없어졌다. 윤씨에 대한 수사는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한 수사로 직접 연결되는 핵심이었다. MBC 〈PD수첩〉 사건도 예외가 아니었다. 검찰 과거사위는 “대검 진상조사단이 〈PD수첩〉 관련 수사기록 제출을 요구했는데 보존되어 있지 않다는 서울중앙지검의 회신을 받았다. 이는 검찰보존사무규칙 위반 행위다”라고 밝혔다. 
 
 
기자명 김은지 기자 다른기사 보기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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