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천막’이 사라진 지 꽤 되었다. 2014년 7월14일 이래 광화문을 지나갈 때마다 보았던 애도와 기억의 공간이 1708일 만인 3월18일 철거되었다. 같은 자리에 지난 4월12일 ‘기억·안전 전시공간’이 문을 열었다. 이 또한 한시적이지만 일단 광화문광장은 기억과 애도의 공간으로서 기능은 지속되는 셈이다.
세월호를 떠올리면 늘 아찔하고 어이없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세월호가 가라앉던 날 나는 가거도에 촬영하러 가 있었다. 목포에서 배를 타고 도착해 민박집에 짐을 풀고 사진을 찍느라 다른 데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민박집 텔레비전이 고장 나 저녁에도 뉴스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 뉴스를 본격적으로 접한 것은 다음 날 만재도에서였다. 초등학교를 개조해 만든 마을 공동 민박집 넓은 방에서 혼자 뉴스를 보았다. 등줄기가 서늘했고 지금까지 내가 살아 있는 게 기적이라는 생각과 더불어 죄책감과 무력감이 밀려왔다. 가까이서 보면 산 같은, 큰 여객선이 저처럼 무력하게 넘어져 가라앉는다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싶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내가 탔던 배들은 무엇이란 말인가? 섬에서 태어나 섬에서 자랐기 때문에 섬 밖으로 나오기 위해서는 늘 배를 타야 했다. 노를 젓는 작은 목선부터 200t쯤 되는 여객선들을 탔다. 어린 시절 건너편 큰 섬에 장이 서는 날이면 나룻배를 타야 했다. 사람들이 몰려와 배를 타면 사공은 돛을 세워 가기도 하고 바람이 없는 날은 노를 저어 갔다. 사람과 짐을 가득 실은 나룻배는 어떤 때는 정말 아슬아슬하게 물 위에 떠 있었다. 뱃전에 앉아 손을 내밀어 바닷물을 만질 수 있었다. 200t쯤
되는 여객선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바람이 거센 날은 파도가 2층 객실까지 튀었고, 어느 때는 배가 45°쯤 기울어 바람을 맞받으며 겨우 나아가기도
했다. 그래도 배는 가라앉지 않았다.
물론 지금 생각하면 운이 좋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
그런 배도 잘 가라앉지 않는데 6825t이 넘는 배가 그처럼 무력하게 가라앉는다는 것은 모든 최악의 경우가 모여야 겨우 일어날까 말까 한 사고다. 구조 실패도 마찬가지다. 그 이후 일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유가족을 향한 막말과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 행위는 또 어떠했나.
광화문광장의 세월호 천막은 사라졌지만 아직 노란 리본을 달고 다니는 이들이 있다. 한때는 일부 사람들의 시빗거리가 되기도 했던 그 노란 리본은 기억을 위한 노력이자 작은 추모소이며 안전을 위한 기원이다.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이라는 의미를 담았다는 노란 리본. 이 리본을 만든 사람들은 주로 광화문에 있던 ‘노란리본공작소’의 자원봉사자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대로 ‘인간의 고통 앞에 정치적 중립은 없다’. 노란 리본은 아마 가방이나 옷에 달지 않았더라도 모든 이들의 마음속에 늘 달려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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