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쩐의 전쟁이 났다. 박신양(사진)이 주인공이고 상대역은 드라마제작사협회였다. 지난 12월5일 드라마제작사협회가 이사회를 열고 박신양의 드라마 무기한 출연 정지를 의결하면서 시작됐다. 여론이 들끓었다. 박신양을 희생양으로 볼 것인지, 파렴치한으로 볼 것인지에 대해 갑론을박 의견이 갈렸다.

고액 개런티가 문제였다. 드라마 〈쩐의 전쟁〉 방영 당시 연장 4회분 출연료로 박신양이 6억8200만원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회당 1억7050만원이다. 제작비를 훌쩍 뛰어넘는 금액이다. 박신양에 대해서는 원래부터 이래저래 말이 많았다. 과연 그는 좀 특이한 사람이다. 그는 끊임없이 할리우드적인 제작 환경을 주장했다. 한국의 전근대적 제작 환경으로는 좋은 작품을 만들어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런 생각을 관철시키고자 하는 와중에 현장에서 종종 마찰을 일으켰다. 그의 방법론은 강직하되 효과적이지 못했다. 괘씸죄가 적용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는 자기만 잘난 천둥벌거숭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는 결국 “한국 드라마 발전에 심한 방해를 일으켰고, 이로 인해 시장을 교란시킨” 죄로 추방당했다.  

거품은 빼야 한다. 자명한 일이다. 모두가 손해를 보고 있다. 그런데 이 모든 게 배우 한 명을 ‘조진’다고 해결될 문제인지 모르겠다. 배우 개런티의 폭발적 증가는 배우 몇 명이 고집을 부려 얻어낸 결과가 아니다. 모든 건 외주 제작 드라마가 압도적인 양적 성장을 이루면서 시작됐다. 이미 2006년부터 방송국 자체 제작 드라마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 그렇게 드라마 시장이 완연한 시장경제 체제로 편입되면서 제작비와 개런티가 동반 상승하기 시작했다. 2005년 〈프라하의 연인〉에서 전도연의 회당 개런티는 1500만원이었다. 다음 해 고현정은 〈여우야 뭐하니〉로 2500만원을 받았다. 당시에는 이것도 초특급 대우라 여겨졌다. 지금은 웬만하면 억대다. 배용준은 〈태왕사신기〉를 찍으면서 회당 2억5000만원을 챙겼다. 배우 몸값은 모두의 욕망이 동업해 시장 논리로 올려놓은 것이다. 대한민국 드라마판은 이미 개판이다. 최소한의 공익성이 배제된 자유경쟁 시장이 어떻게 모두를 망쳐놓는지, 어떻게 아무도 돈을 벌지 못하게 만드는지 보여주는 기가 막힌 사례다. 그런데 십자가를 왜 배우 개인에게 지우려 하나.

기자명 허지웅 (프리미어 기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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