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이코노미스트〉에 기사 한 편이 실렸다. 제목은 ‘캄브리아기의 순간(Cambrian moment)’. 전 세계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밀도 높은 리포트였다. 생물의 종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캄브리아기처럼 스타트업의 종류가 늘고 있었다. 창업이 과거에는 모험이었지만 현재는 나와 있는 서비스만 조합해도 새로운 사업이 될 수 있다. 때마침 접한 벤처기업 투자가 폴 그레이엄의 에세이도 이연대 스리체어스 대표(39)에게 영감을 주었다. ‘세상에 없는 가치를 만드는 게 부’라는 게 핵심 내용이었다.
그렇게 ‘세상에 없던 가치를 창출하는 미디어 스타트업’ 스리체어스를 만들었다. 한 호에 한 인물을 소개하는 계간지 〈바이오그래피〉를 창간했다. 열 번째 인물이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었다. 취재하며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인터뷰하면서 부끄러웠어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저와 완전히 달랐거든요. 인터넷이 태동할 당시 전 미국 사이트에 들어갈 수 있겠구나 정도를 생각했는데 김 의장은 앞으로 많은 게 바뀔 테니 사전에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스마트폰 확산을 앞두고도 마찬가지였다. 앞의 두 번처럼 또 기회가 올 것 같았다. 이번에는 플레이어가 되어야겠다고 이 대표는 생각했다. ‘북저널리즘’ 브랜드를 론칭했다.
북(book)과 저널리즘의 합성어다. 복잡하고 빠르게 변하는 세상을 깊이 이해하기에 책은 너무 느리고 뉴스는 너무 가벼웠다. 사람들이 다양한 정보를 매일 접하는 것 같지만 단편적이라 남는 게 없었다. 맥락을 알려면 어느 정도 분량이 있어야 했다. ‘책처럼 깊이 있게, 뉴스처럼 빠르게 지금 읽어야 할 주제’를 다루기로 했다. 해당 주제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전문가에게 글을 맡겼다. 콘텐츠는 100여 쪽 분량의 작은 책으로 만들어졌다. 기획, 집필, 편집, 발행까지 매뉴얼화해 제작 시간을 대폭 줄였다. 2017년 2월부터 지금까지 종이 콘텐츠 36종, 디지털 콘텐츠 68종(30여 종은 디지털 전용)이 나왔다.
언론도 출판도 위기라고 하는데 둘을 합친 모델이라 주변에서 걱정이 많았다. 이 대표는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했다. 위기라고 한 지는 오래되었지만 대안이 나온 것도 아니고 여전히 큰 산업이었다. 스리체어스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전년도 대비 108% 증가했다. 설립 초기에 2명이던 직원이 9명으로 늘었다. 최근에는 온라인 정기구독 모델을 궁리 중이다. 외부 미디어와 협업도 늘리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가디언〉 등에서 나오는 단편소설 분량의 심층 리포트를 선별해 제공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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