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조남진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방혜주씨(21)는 ‘배신감’을 느꼈다. 중학교 때와 너무 달랐다. 자유가 박탈된 채 야생에 던져진 것 같았다. ‘고등학교라서’만은 아니었다. “중학교와 달리 고등학교는 혁신학교가 아니어서다.” 일반 중학교에서 혁신 고등학교로 진학한 학생들은 반대로 느낀다는 게 근거다. 자연히 ‘모든 학교가 혁신학교처럼 운영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이 비슷한 혁신학교 출신 학생들과 단체를 만들었다. 3월16일 창단식을 연 혁신학교졸업생연대 ‘까지’다.

방혜주 ‘까지’ 대표는 혁신학교에 다니던 때가 살면서 가장 행복했다고 말했다. 시험 부담이 적었다. 국어나 체육 시험을 객관식으로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졸업할 때까지 상상하기 어려웠다. 체육 지필고사는 농구 만화를 읽은 뒤 느낀 점을 쓰는 등 논술 방식이었다. 방 대표는 학생들의 암기 부담을 덜 뿐 아니라 학습 자체에도 더 이롭다고 여긴다. “스포츠를 익히기에 더 효과적인 방식은 이쪽 아닐까?” 방 대표가 꼽은 혁신학교의 특징은 커리큘럼만이 아니다. 그녀는 혁신학교에서는 학생에게 ‘틈’을 준다고 말했다. “진로를 스스로 선택하도록, 진학 여부를 자신이 결정하도록 학교에서 기다려준다는 것이 좋았다.” 학생 개인에게 자율을 부여한다는 게 혁신학교 시스템의 본질이라는 설명이다.

혁신학교 출신들이 고등학교에서 ‘티’가 났는지, 말하자면 혁신학교 교육은 어떤 가시적 효과가 있는지 물었다. 방혜주 대표는 기억에 남는 일화 하나를 들려주었다. “학기 초 선생님이 봉사활동 지원할 사람이 있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 보상은 없었다. 말이 끝나자마자 6명이 손을 들었는데 전부 혁신학교 출신이었다. ‘대가가 뭐지? 생기부(학교생활기록부)에 적히나?’ 하는 의문은 갖지 않았다. 그냥 ‘공동체를 위해서는 자원하는 게 좋다’고만 생각했다.”

대학에 간 뒤 마음 맞는 친구 5명과 모임을 만들기로 했다. 혁신학교의 기치를 교육 전반에 확대하자는 취지였다. 교육 간담회 등에 가서 혁신학교 경험을 공유했다. 모교의 교사가 적극 도왔다. SNS로 사람을 모아 지금은 25명이 있다. ‘까지’라는 단체 이름에는 “혁신학교가 더는 혁신학교가 아닐 때까지, 더 많은 학교들이 혁신학교 시스템을 받아들일 때까지”라는 뜻을 담았다.

혁신학교졸업생연대 ‘까지’가 향후 내놓을 메시지는 무엇일까. 방 대표는 ‘대학 안 가도 괜찮다’라고 말했다. 외부에서 듣기에 가장 쉽게 와닿을 법한 명제라고 부연했다. ‘내부’에서 공유하는 메시지는 무엇인지 묻자 그녀는 활짝 웃으며 답했다. “행복하게 학교 다닐 수 있다.”

기자명 이상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prode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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