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째 모든 경제 이슈를 뒤덮어버린 ‘신재민 폭로 사건’. 도대체 그는 무엇을 폭로한 걸까. 세수가 남아도는데 왜 정부는 추가로 적자국채를 발행하려 했을까? 온갖 음모론이 제기됐지만 내 결론은 세계잉여금, 즉 국회의 감독을 받지 않는 주머닛돈을 남겨서 다음 해에 쉽게 재정을 충당하려 했다는 것이다. ‘꼼수’라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는 이 기술은 ‘증세 없는 복지’라는 대통령의 공약을 조용히 지키기 위해 동원되었다.
문제는 다른 데 있다. 문재인 정부도 2018년 성장률을 실제보다 높게 예측했다. 2017년을 빼고 지난 세 정권 모두 0.5% 내지 1% 포인트가량 실제보다 더 높은 성장률을 예상했다. 교과서 수준의 경제학에서 세금 수입은 GDP에 평균세율을 곱해서 얻는 것이고, 이런 예상 성장률에 기초해 세수를 계산했다면 예상보다 세수가 부족해야 마땅한 것이 아닌가? 지금까지 내가 수소문한 바, 이 수수께끼의 답은 지난 정부 국세청이 신기술을 도입하고 기재부가 세금 부과 대상을 확대해서 줄어든 성장분보다 더 많이 세금을 거뒀다는 것이다. 훌륭하다. 이제 부동산을 잘 안다는 청와대가 개혁 진영의 온갖 비판을 들으면서도 종부세율을 찔끔 올리고 만 이유도 이해가 간다. 세율 인상 없이 공시지가를 현실화하면(즉 세금 부과 대상을 늘리면) 된다.
‘공유경제·수소경제 활성화’ 정책의 허와 실
물론 이것도 명백한 증세다. 하지만 정치권의 논쟁을 일으키지 않고 세법 개정을 위해 국회에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 증세다. 기획재정부는 세원을 늘렸으면 세수 예측도 이에 따라 높여야 하는데 왜 계속 틀리는 걸까? 무능해서가 아니라면, 한편으론 각 부처나 청와대에 세수 부족이 예상되니 지출을 최대한 줄이라 하고 실제론 계속 세입을 확대해서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의도적으로 긴축재정을 지속한 것이 아닌가? 봉황의 큰 뜻을 알 리 없는 참새가 정의로운 폭로를 했으며 청와대는 어떻게든 국회를 에돌아가고 싶어 묵인했을 것이다.
새해가 열리자마자 대통령 주재하에 두 가지 주요 정책이 전광석화처럼 발표됐다. ‘공유경제 활성화 방안’과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이 그것이다. 둘 다 미래 기술, 그리고 생태 혁신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하지만 내 눈엔 대통령 보고서가 아니라 대기업의 투자유치서였다. 경제성장률이 떨어지자 이리저리 잴 것 없이 재벌들의 투자에 목을 매달고 있다.
우버와 에어비앤비로 대표되는 ‘공유경제’는 플랫폼의 독점가격 설정 및 가격차별화, 극히 불안정한 노동(프리캐리아트)의 양산, 그리고 데이터 독점 위험 때문에 세계적으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데, 문서 전체를 통틀어 이에 관한 대책은 단 한 줄도 없다. 현실 세계에서 이 경제는 ‘소유에서 공유로’라는 아름다운 구호를 실현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과연 자동차 소유가 줄어들었을까?) 오직 알고리즘이 발행하는 무면허 개인택시만 증가했을 뿐이다.
“누구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의 선점”이라는 점에서 수소경제는 더 위험하다. 수소경제의 혁신성은 화석 에너지인 석탄이나 석유를 수소로 대체한다는 데 있다. 대량으로 오랫동안 저장할 수 없는 전기 대신 압축수소나 액화수소의 형태로 에너지원(energy carrier)을 저장할 수 있다면 정부 말대로 “미래 경제의 핵심+친환경 에너지 혁명”을 달성할 수 있다. 문제는 “우주 물질의 75%를 차지하는” 수소의 압도적 부분이 물 안에 들어 있어서 전기분해해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수소경제는 재생 가능 에너지로 생산한 전기가 남아돌 때만 의미가 있다. 이 문서에는 나오지 않지만 이명박 정부 때 핵심 생산 기술로 제시된 원자력 수소나, 한마디 언급된 대규모의 태양광발전소의 수소를 내심 고려하고 있다면 스스로 강조한 분산 발전과 모순될 뿐 아니라 이 정부의 기본 정신을 위배하는 것이다.
경제는 잘 모르니 관료들을 그저 믿을 뿐이고, 투자 증대를 위해 재벌의 말을 순순히 따라야 한다면 이 정권은 과연 촛불 정부일까, 아니면 관료와 대기업의 정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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