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 대상자 9개 사업장 236명을 모두 직접 만났다.
3~4개월 걸린 것 같다. 지역도 워낙 다양했고 어떤 공장은 3교대 출퇴근 시간을 맞추느라 오전 7시, 오전 11시30분, 오후 3시, 오후 7시… 이런 식으로 다 따로 약속을 잡아야 했다. 손배·가압류 소송을 겪으며 노조가 많이 깨져서 복수 노조인 데도 워낙 많고, 현재 노조원이 아닌 사람도 있었다. 이들과도 연락해 섭외했다. 야간근무를 한 사람의 피로도를 고려하면 질문이 많고 불친절하기도 했다(웃음). 참여한 이들이 “이게 무슨 효과가 있겠어”라면서도 열심히 작성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면 ‘효과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이 아니었을까 싶더라. 특히 이번 설문에는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규모가 작은 사업장이 다수 포함된 점이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손배·가압류 대상 사업장 수가 적다 보니 여러 노동문제 중에서도 ‘일부 사례’에 해당하는 이슈가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일부 사례라고 해서 해당 기업 노동자에게만 적용되는 문제가 아니다. 지난 10년 넘게 지속적으로 손배 청구 소송이 남발되다 보니 이제는 ‘노조 파괴 시나리오’가 없어도 된다. 노조가 아예 파업할 엄두를 못 낸다. 지난해 파업으로 인해 손배·가압류를 당한 사업장이 한 곳밖에 없다. 최근에는 기자회견이나 피켓 하나 드는 것도 힘들어졌다. 그런 작은 쟁의행위에도 다 손배·가압류를 건다. 일부가 경험한 일의 학습효과가 전체 사업장으로 퍼져서 노동 3권을 제약하는 셈이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끊임없이 자살을 결심하고, 심지어 시도한다. 누군가 죽어야만 이 문제를 ‘겨우’ 돌아보는 일을 언제까지 반복할 건가.
손배·가압류 사건이 복잡해 보이는 이유는 법과 노동자의 거리가 너무 멀기 때문이다. ‘손잡고’ 활동을 하면서 지난 4년간 법·제도 개선에 앞서 제대로 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정부와 국회에 여러 차례 요구해왔다. 손배·가압류 금액 규모 같은 단순 현황 파악은 ‘손잡고’가 매년 계속 해왔다. 하지만 실제 피해 노동자 개개인이 어떤 노동권 침해를 경험했는지, 또 이러한 권리침해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파악하는 일은 절실했지만, 우리 역량 밖의 일이었다. 김승섭 연구팀은 손배·가압류 관련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했을 때 ‘가능하다’고 말해준 최초의 전문가였다. 유엔 사회권규약위원회나 국제노동기구(ILO)는 피해자의 증언이 담긴 영상이나 사진이 아닌 수치화된 자료를 요구한다. 그 자료가 마련된 셈이다.연구 결과는 어떻게 활용되나?
민주노총 금속노조 국제국과 논의 중이다. 국제통합제조산별노련 등에 관련 내용을 공유하거나, ILO 제소 등도 고려해볼 수 있다. 양대 노총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폭넓게 논의하려 한다. 2~3월 중 국회에서 관련 토론회도 열 계획이다.
-
손배·가압류 소송은 어떻게 희망을 빼앗나
손배·가압류 소송은 어떻게 희망을 빼앗나
장일호 기자
“우리가 경찰 헬기 망가뜨렸다니까 고철이라도 좀 주면 좋겠어. 그거 팔아서 손배 갚는 데 보태게.”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장이 농을 건넸다. 도성대 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
- 인포그래픽으로 보는 ‘손배·가압류 소송 연구’ 인포그래픽으로 보는 ‘손배·가압류 소송 연구’ 정리:장일호기자 디자인:최예린기자
-
갚을 길 없는 돈, 죽음 택하려 했다
갚을 길 없는 돈, 죽음 택하려 했다
장일호·김동인 기자
아무리 뜯어봐도 좀체 익숙해지지 않는 숫자들이 있다. 어느 정도 짐작했으면서도 놀라게 된다. 지난 1년간 자살을 진지하게 생각해본 경험이 있는가를 묻는 질문이었다. 손해배상(손배)...
-
자영업자가 꼭 알아야 할 상가임대차보호법
자영업자가 꼭 알아야 할 상가임대차보호법
박현정 (변호사)
한국은 자영업의 나라다. 자영업자 비율은 전체 취업자 대비 25.5%로, 취업자 네 명 중 한 명은 자영업자나 무급가족종사자(가족이 경영하는 사업체에서 일하는 사람)이다. 경제협력...
-
9년 만에 받은 월급 ‘85만1543원’ [프리스타일]
9년 만에 받은 월급 ‘85만1543원’ [프리스타일]
장일호 기자
지난해 7월18일 서울 최고기온은 33℃였다. 대한문에서 취재를 마치고 도망치듯 사무실로 돌아왔다. 마감이 코앞이라 마음이 바빴다. 녹취를 풀던 중 현장에서 흘려들은 목소리 앞에 ...
-
부당한 해고이기에 41년째 투쟁 중
부당한 해고이기에 41년째 투쟁 중
윤지선 (‘손잡고’ 활동가)
“41년 복직 투쟁이라니, 쌍용차 해고 10년은 명함도 못 내밀겠어요.” “400억원 손해배상 청구라니, 우리 1650만 엔(약 1억8000만원)은 너무 작게 느껴지네요.” 한국 ...
-
일본 기업 대표는 슬며시 웃지 않았을까
일본 기업 대표는 슬며시 웃지 않았을까
윤지선 (‘손잡고’ 활동가)
“당사는 한국 법령과 한국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지만 해당 사안은 고등법원에 계류 중이며 본건이 원만히 해결되길 바란다.” 10월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국정감사에 출석한 ...
-
정보라 “‘데모’는 특별한 사람만 하는 줄 알았습니다” [퀴즈쇼 노란봉투]
정보라 “‘데모’는 특별한 사람만 하는 줄 알았습니다” [퀴즈쇼 노란봉투]
정보라 (소설가)
안녕하세요. 저는 〈저주토끼〉 작가 정보라입니다. 전직 대학 강사였고 현재 학교를 상대로 퇴직금 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강사로 일하던 시절에 저는 비정규직 강사도 퇴직금을 받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