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백승기
‘흩어진 집단 피해자를 위한 전문 서비스’를 모토로 내건 법무법인 한누리는 주가조작, 분식 회계 같은 증권 관련 소송과 기업지배구조 관련 소송에 특화한 법률가 집단이다. 이번 소송과 유사한 러시아펀드, 바이코리아펀드에서 승소한 전력도 있다. 김주영 대표변호사(사진)를 11월20일 서울 서초동 한누리 사무실에서 만나 펀드 관련 소송의 양상과 전망을 들었다.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인 펀드는 무엇인가?우리파워인컴펀드다. 10월20~24일 원고 160명을 대리해 8건으로 나눠 이 기간에 순차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 펀드는 설계 과정부터 판매 과정까지 조직적 문제가 발견된다. 이 상품은 복잡한 구조의 파생상품 펀드인데, 특이하게도 6년간 분기별로 고정금리(국고채 금리+1.2%)가 지급되는 내용으로 구성되었고, 판매할 때 이 점을 내세우며 정기예금보다 안전하다고 말했다. 원금 손실이 날 수 있다는 말은 빼고 고정금리 지급을 강조한 것이다. 적어도 판매회사가 투자 위험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고 마치 확정 수익이 보장되는 것처럼 말한 것을 문제삼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전단과 Q&A 같은 입증 자료가 있다. 이 펀드를 은퇴자와 주부 같은 펀드 경험이 없는 정기예금 가입자에게 공격적으로 판매한 것도 승소 가능성을 높인다고 본다.

소송을 계획 중인 펀드도 있나?우리2스타KH-3호 펀드다. 우리CS자산운용이 기획해 경남은행이 판매했는데, 이 펀드도 독특하다. 한국전력과 현대자동차 보통주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하는 펀드로 지난 9월12일 조기상환 조건을 충족했다. 그런데 돌연 이 펀드의 발행회사가 (파산한) 리먼브러더스인데, 리먼이 돈을 넣어주지 않아(채무불이행) 상환을 할 수 없다는 주장을 폈다. 조사해보니 우리CS자산운용은 단순 운용사가 아니라 기초자산을 뭘로 할지, 상환조건을 어떻게 할지 등을 리먼과 같이 정해 공동 발행회사 성격이 짙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CS자산운용이 발행 과정에 깊숙이 간여한 실질적 발행 주체이며 발행회사가 리먼이라는 사실을 사전 고지하지 않았다는 점을 다툴 작정이다. 펀드 관련 소송이 급증했나?최근 들어 늘어났지만, 엄청나게 증가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법적 책임을 입증할 만한 객관적 자료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될 만한 펀드를 골라내 승소로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소송을 부추기는 변호사도 있다고 한다.

업계가 어려워지면서 소송을 유도하는 변호사도 늘어났다고 하더라. 어느 법무법인은 펀드에서 손실이 난 사람들을 다 모아서 소송한다는데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떻게 투자 내용이 개별적으로 다 다른 사람들을 집단으로 묶어낼 수 있나? 승소 가능성을 부풀려 펀드 피해자를 소송으로 내모는 것은 또 다른 의미의 불완전 판매이자 피해자를 두 번 울리는 일이다.미래에셋 인사이트펀드의 승소 가능성은? 검토해보니 인사이트펀드는 이렇다 할 투자전략이 없더라. 그동안 우리가 이렇게 잘해왔으니까 우리를 믿고 투자해달라는 건데, 가입한 투자자들은 이런 광범위한 재량을 미래에셋에 부여한 것이므로 승소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물론 손실의 고의성을 드러내는 증거가 있으면 가능할 것이다. 일반인도 펀드의 위험성을 인지하는 일반 주식형 펀드나 파생상품 펀드 가운데 ELS펀드는 승소하기가 어렵다고 본다. 펀드 광풍이 빚어낸 참사인데, 해법은? 인간의 탐욕 때문에 이런 일이 반복될 것으로 본다. 2~3년 뒤 시장이 좋아지면 또 슬금슬금 같은 행태가 빚어지지 않을까 싶다. 금융기업이야 돈이 벌린다고 생각하면 뛰어든다. 감독당국이 잘해야 하는데, 정부가 그동안 외환 운용이나 금융선진화 같은 정책 목적을 내세워 분산투자라는 제일의 투자자 보호 원칙을 훼손해서 이런 재앙을 불러들인 측면이 있다.
기자명 장영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coo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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