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1980년대 전 세계를 휩쓴 전설적인 영국 밴드 퀸(Queen)의 전기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11월21일 현재 관객 수 355만명을 넘었다. 흥행 역주행이다. 개봉 4주째에 접어들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찍었다. 음악영화 역대 흥행 순위 1·2위였던 〈라라랜드〉(359만명), 〈비긴 어게인〉(342만명)도 사실상 넘어섰다.
흥행 역주행에 김판준씨(43)도 요즘 하루하루가 얼떨떨하다. 김씨는 한국 퀸 팬클럽인 ‘퀸포에버(Queen Forever)’ 회장이다. 퀸포에버는 1999년 다음(Daum) 카페 개설 후 아직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유일한 팬클럽이다. 2011년 5대 회장으로 뽑힌 김씨는 책 〈Queen 보헤미안에서 천국으로〉의 감수를 맡을 만큼 국내 퀸 팬 사이에서 ‘이름난 덕후’로 꼽힌다. 퀸 공식 국제 팬클럽인 ‘퀸월드(Queen World)’ 정식 회원이기도 한 그는 각종 영상, 책, 피규어 등을 수집하며 수차례 영상회와 음감회를 진행했다. 2010년에는 다니던 직장(IT 회사)을 그만두고 2년간 영국 런던에 머물면서 ‘퀸 성지 투어’를 하기도 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김씨는 지난해 음악 펍 ‘보헤미안 PJ’를 열었다. “요즘은 정말 제가 ‘성덕(성공한 덕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곳은 팬들 사이에서 아지트 같은 공간이다. 11월21일 저녁에 찾은 이곳에는 이미 몇몇 회원이 모여 있었다. “마침 프레디 머큐리 27주기 행사 준비 모임을 하는 날이에요.” 매년 돌아오는 프레디 머큐리의 기일(11월24일)은 김씨가 가장 분주한 시기다. 올해는 영화가 흥행 대박을 치면서 기념행사 참석자가 늘었다. 팬클럽 멤버들이 만든 ‘트리뷰트 밴드(헌정 밴드)’의 공연 티켓도 모두 매진됐다. “영화 개봉 전만 해도 4000명 수준이던 팬클럽 회원 수도 영화가 흥행하면서 3주 만에 5000명이 넘었어요. 이전까진 30·40대가 주축이었는데, 영화를 보고 퀸에 빠진 20대 신규 회원도 늘었습니다.”
개봉 전 수입사에서 팬클럽 회원을 초청해 시사회를 할 때만 해도, 이 정도 열풍은 생각지 못했다. “물론 이 열풍이 언제까지 이어지진 않겠죠. 다만 퀸이라는 전설적인 밴드가 만들어낸 음악의 힘이 이런 결과를 낸 것 같아 뿌듯합니다.”
김씨의 남은 바람은 퀸의 단독 내한 공연이다. 퀸의 남은 멤버 브라이언 메이(기타)와 로저 테일러(드럼)가 2014년 국내 록페스티벌에 참석한 적이 있지만, 단독 내한은 아직 성사된 적이 없다. “아마 내년 투어 일정을 짤 텐데, 전 세계에서 두세 번째로 영화가 흥행한 나라를 빠뜨리진 않겠죠?” 잠실 주경기장 정도는 가득 메울 수 있으리라 자신하는 김씨는 조만간 퀸 멤버들에게 한국 팬 특유의 ‘떼창’을 보여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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