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A코다라인은 아일랜드 출신 밴드이다.
아래는 코다라인의 보컬 스티브 개리건.

날이 추워지면 이어폰으로 자주 손이 간다. 세찬 바람 때문일 수도, 왠지 모르게 허전해지는 마음 탓일 수도 있을 게다. 어쨌든, 나에게 10월과 11월은 속된 말로 음악이 무척 당기는 시즌이다. 직업상 꾸준히 음악을 챙겨야 하지만 이즈음에는 ‘마음에 쏙 드는 곡을 발견할 확률’이 비약적으로 높아진다. 하긴, 온전히 객관적인 상태에서 음악 듣기라는 건 허상에 불과하다. 과학자들이 증명했듯 음악 듣기에서 당신의 기분은 당신 생각보다 훨씬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런 이유에서였을까. 이번 주에는 좋은 곡이 너무 많아서 그중 몇 곡을 쭉 설명해보려 한다. 당신의 플레이리스트가 조금이라도 풍성해지길 바란다.

가장 먼저 손에 꼽고 싶은 노래는 아일랜드 출신 밴드 코다라인 (Kodaline)의 ‘브러더(Brother)’이다. 코다라인은 무엇보다 멜로디를 기가 막히게 잘 쓸 줄 아는 밴드다. 그중에서도 서서히 고조되는 후렴구 전개와 시적인 가사는 코다라인 음악의 키포인트로서 강력하다. 다음의 노랫말을 보라. “만약 네가 바다에 빠진다면 나는 내 폐를 줘서라도 너를 숨 쉬게 할 거야.” 글쎄. 사람마다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이런 유의 음악에 반하지 않기란 적어도 나에겐 불가능한 일이다. 만약 당신이 콜드플레이나 킨 팬이라면 이 곡도 애정할 거라고 장담할 수 있다. 실험 삼아 라디오에서 선곡해봤는데 아니나 다를까, 반응이 폭발이었다는 점만 밝혀둔다. 가능하다면 낮보다는 해 질 무렵 혹은 밤에 감상하길 추천한다.

감동으로 따지면 윌리 넬슨의 ‘마이 웨이(My Way)’도 만만치 않다. 아마도 당신은 살면서 프랭크 시나트라 버전의 ‘마이 웨이’를 가장 많이 들었을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이 곡의 샹송 오리지널 ‘Comme d’habitude(언제나 그랬던 것처럼)’보다 프랭크 시나트라의 것을 훨씬 자주 접했다. 한데 나의 경우, 들을 때마다 프랭크 시나트라의 과시적인 보컬이 괜히 걸렸다. 이 곡이 원래 품고 있는 정서와 미스매치를 이루는 게 아닌가 하는 인상을 받았던 까닭이다. 곡의 노랫말을 찾아서 한번 보라. 자신의 죽음을 덤덤하게 받아들일 정도가 되면 겨우 부를 수 있을, 그런 노래 아닌가. 이런 측면에서 나는 윌리 넬슨의 ‘마이 웨이’가 프랭크 시나트라의 것보다 훨씬 훌륭한 커버(다른 사람의 노래를 자신만의 음색으로 편곡해서 부르는 것)라고 확신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독후감이 어떨지 가장 궁금한 곡이기도 하다.

두아 리파와 블랙핑크의 ‘비트 돋보이는’ 만남

마지막 추천이다. 나는 이 곡을 듣자마자 기절할 뻔했는데 이유는 별것 없다. 그냥 곡이 끝내주게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과연 그럴 만도 하다. 세계 최고 팝스타 중 한 명이라고 할 두아 리파와 ‘뚜두뚜두’로 유튜브를 휩쓴 블랙핑크가 만났으니까 말이다. 참고로, ‘뚜두뚜두’의 유튜브 조회 수는 4억3000만 클릭을 훌쩍 넘었다. “대체 BTS의 다음 주자는 누구일까”를 궁금해하는 분이 꽤 많을 거라 본다. 그 밑에 주렁주렁 달린 ‘리액션 비디오’까지 보면 블랙핑크를 0순위로 꼽지 않을 수 없다. 적어도 내 판단은 그렇다.
이 둘이 함께 발표한 ‘키스 앤드 메이크 업(Kiss And Make Up)’은 두아 리파의 제안으로 성사된 곡이라고 한다. 두아 리파는 특히 이런 곡을 아주 잘 쓰는데, 멜로디의 고저는 그리 높지 않지만 미묘한 톤 변화로 박자를 여유롭게 타고 넘실거릴 줄 안다. 동시에 중독적인 비트가 돋보이는 곡으로 방심하다간 무한 반복 루프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음을 미리 경고한다. 자, 이제 당신이 이용하고 있는 스트리밍 사이트에 접속할 시간이다.

기자명 배순탁 (음악평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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