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하 〈골목식당〉)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활력을 잃은 골목상권을 찾아 컨설팅을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올해 1월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에피소드마다 이슈가 된다. 백 대표 조언을 따르지 않는 출연자들에게 공분이 쏟아진다. 일선 식당들 위생을 점검해달라는 청와대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음식평론가 황교익씨는 막걸리집 편에 이의를 제기했다가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의회도 반응했다. 백 대표는 10월1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 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국회의원들은 백 대표에게 자영업 대책을 물었고, 백 대표는 “준비 없이 식당을 해선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용주 민주평화당 의원은 질의 막바지에 자신의 지역구인 전남 여수의 청년몰(전통시장과 연계해 청년창업을 지원하는 사업)도 봐달라고 했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백 대표 같은 분이 손오공이 되어 분신을 많이 만드셔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쯤 되면 ‘백종원 현상’이다. 왜 백종원에 열광하는가. 백종원이라는 캐릭터는 한국 자영업 시장의 모순 구조를 드러내는, 시대를 보여주는 콘텐츠다. 어떤 모순인가? 백종원의 위치가 갖는 독특함에 단서가 있다. 그는 요리 연구가이지만, ‘하이엔드(최고급)’ 셰프와는 결이 다르다. ‘새마을식당’ ‘홍콩반점0410’ 등 비교적 높지 않은 가격에 대중적인 메뉴를 내놓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여럿 갖고 있다. 외식업 프랜차이즈의 아이콘이다.

ⓒ시사IN 신선영2017년 기준 한국의 자영업자와 무급 가족 종사자의 비중은 전체 취업자의 25.4%에 이른다. 사진은 서울 종로의 한 식당가.


한국 자영업 시장의 피라미드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프랜차이즈 시장부터 이해해야 한다. 프랜차이즈의 핵심은 ‘숙련의 표준화’다. 외식 자영업에 필요한 숙련이란, 메뉴와 가격을 정하고, 재료를 조달해 관리하고, 음식을 조리하고, 가게를 운영하고, 손님을 응대하고, 잠재적 고객에게 홍보하는 능력을 포함한다. 이 같은 능력에서 기술과 노하우, 곧 숙련을 갖춘 자영업자라면 프랜차이즈와 경쟁해도 이긴다. 유명 셰프가 하는 식당이나 입소문이 난 맛집, 단골이 많은 동네 빵집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반면 자기 숙련이 없으면? 이 모든 것을 프랜차이즈 본사에 맡기는 대신 자본과 노동력을 제공한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다.

프랜차이즈가 대행하는 것은 ‘표준화된 숙련’이지 ‘장인의 숙련’이 아니다. 한계가 뚜렷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창업자들이 프랜차이즈에 뛰어든다. 왜 그럴까? 자신도 숙련을 갖추지 못하고, 프랜차이즈에게 숙련을 외주 주지도 못한 자영업자의 현실에 답이 있다. 〈골목식당〉이 폭로하는 현실이 바로 여기다.

“백종원 선생님은 이 시대의 홍길동이셔. 서민을 도와주는.” 홍춘기씨(63)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홍씨는 올해 1월 〈골목식당〉에 출연했다. 백 대표가 처음 찾은 골목이 서울 이화여대 앞이었다. 홍씨가 백반집을 운영하는 곳이다.

백종원 대표는 홍씨가 만든 제육볶음을 맛보고 “행주 냄새가 난다”라고 했다. 홍씨의 ‘요리 선생님’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이었다. 레시피와 노하우가 나올 때마다 빼곡하게 수첩에 적어두었다. 홍씨는 처음 백 대표에게 맛 평가를 받을 때 ‘백 대표 프로그램을 보고 그대로 따라 했으니, 맛이 없으면 백 대표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홍씨 부부는 마장동에서 직접 떼어온다는 돼지고기 부위의 이름을 알지 못했다.

 

ⓒ시사IN 이명익10월12일 외식 사업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서 있는 이)가 국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대답하고 있다.


홍씨는 백 대표 조언에 따라 12가지이던 메뉴를 제육볶음·순두부찌개·카레순두부 3가지로 단순화했다. 세 메뉴 모두 백 대표 레시피를 전수받았다. 카레순두부는 백 대표가 준 ‘신메뉴’다. 레시피는 “유출될까 봐” 집에 고이 보관했다. 버스를 타고 오갈 때도 달달 외웠다. 이전에는 눈대중으로 넣던 재료를 이제는 g 단위로 넣는다. 재료도 백 대표가 정해준 곳에서 산다.

가장 달라진 건 매출이다. “백 선생님이 오시니 불황이 없어. 빨간 날에도 전국 방방곡곡에서 오니까.” 홍씨는 “혼을 담아서 장사하면 백 선생님이 찌개 레시피 하나 더 준대”라고 말했다. 손가락에는 반창고가 칭칭 감겨 있었다. 남편 이상철씨(60)는 “장사하는 사람은 자세가 중요하다는 걸 백 대표에게 배웠다”라고 말했다.

〈골목식당〉이 던지는 질문

노부부의 이야기는 여러 방송 출연자 가운데 하나로 흘려들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엔 한국 자영업 현실의 일면이 담겨 있다. 노부부는 식당을 열었지만, 식당 운영에 요구되는 숙련의 핵심인 메뉴 선정, 재료 조달, 조리, 접객, 나아가서는 장사하는 사람의 ‘자세’까지도 새로 배워야 했다. 노부부에게 이 모든 것을 처음으로 가르쳐준 사람은 외식업 프랜차이즈의 대부였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자영업 문제를 다룬 책 〈골목의 전쟁〉을 쓴 김영준씨는 이렇게 말한다. “자영업에 뛰어드는 사람은 많지만, 골목의 가게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경쟁력이 무엇인지 제대로 아는 경우는 많지 않다. 〈골목식당〉이 던지는 질문은 생각해볼 지점이 있다. 프랜차이즈가 골목상권을 망친다고 하는 지금, 우리 골목의 가게들은 프랜차이즈에 비해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가.” 그런데 이화여대 앞 백반집 사례는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노부부는 가게를 운영하기에는 충분한 숙련을 갖추지 못했지만, 프랜차이즈에 숙련을 외주 주지도 못했다. 왜 프랜차이즈로 창업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노부부는 “2억원 든다던데…”라고 답했다. 프랜차이즈 창업은 어느 정도 자본이 있어야 가능한 선택지다.

의문은 또 있다. 왜 노동시장에서 일하는 대신 외식 자영업을 택했나? 홍씨는 “식당을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다”라고 말한다. 홍씨 부부는 원래 청계천 시장에서 옷 장사를 오래 했다. 그러다 남편 이상철씨가 수십억원 부도를 내면서 신용불량에까지 몰렸다. 홍씨는 식당 직원, 파출부를 전전했고 남편 이씨는 법인 택시 기사로 뛰었다. 장시간 노동을 했지만 저임금이었다. 몸도 따라주지 않았다. 자살을 생각했지만 신앙 때문에 그럴 수도 없었다. 서대문구청에서 비용 일부를 지원받아 식당을 열었다. 홍씨가 3년 반 일해온 지인 가게를 인수했다. 2016년 5월의 일이다.

 

ⓒ시사IN 이명익이화여대 앞에서 백반집을 운영하는 홍춘기·이상철씨(왼쪽부터) 부부는 〈골목식당〉에 출연했다.


〈골목식당〉에 출연한 뒤에야 겨우 카드빚을 다 갚았다는 홍씨 부부는 노동시장으로 돌아가는 대신 계속 자영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백종원 컨설팅’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프랜차이즈가 답일까? 간단치 않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는 영업상 재량권이 없다. 어디에서 무엇을 얼마에 팔지를 본사가 정한다. 전통적인 자영업자에 대비되는 ‘종속적 자영업자’이다(〈시사IN〉 제569호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는 사장님이 아니다?’ 기사 참조).

권성훈씨(56)도 프랜차이즈에 뛰어든 사람 중 하나다. 설비업계 중소기업에 다니던 권씨는 회사를 그만두고 경기도 하남에서 PC방을 5년간 운영했다. 재개발이 되자 PC방을 팔고 나왔다. 입주청소 업체를 하려다 동업자를 구하지 못했고 2011년부터 프랜차이즈 ‘피자에땅’을 운영했다. 메뉴 개발, 재료 조달, 인테리어, 마케팅을 본사가 대행했다. 하지만 피자 업계는 이미 레드오션이었다. 수요는 점점 줄어드는데, 식재료를 시중 가격보다 비싸게 본사에서 사야 했다. 점주들은 단체를 결성했지만 본사는 핵심 멤버의 가맹 계약을 해지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공정위는 3년이 지난 뒤인 10월7일에야 가맹사업법 위반 혐의로 피자에땅 본사에 과징금 14억원을 부과했다.

아직 가맹점주들이 본사와 대등하게 협상할 수 있는 구조는 갖춰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프랜차이즈에 뛰어든다. 아무런 숙련 없이 개인 창업을 하는 것보다는 그 편이 그나마 안전하다. 그만큼 자영업 시장에서 저숙련 상태가 심각하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비임금근로자(자영업자와 무급 가족종사자) 부가 조사 결과’를 보면, 최근 2년 이내 사업을 시작한 자영업자들 중 73.7%가 6개월도 안 되는 기간만 준비하고 창업했다.

 

ⓒ연합뉴스숙박·음식점업의 3년 생존율은 30.2%에 그친다. 위는 임대 공고를 낸 한 식당 모습.


현재 사업을 하기 직전에 임금노동자로 일한 경우가 57.4%로 가장 많았다. 자영업이나 무급 가족종사자로 일한 경우가 34.6%, 일자리 경험이 없는 경우가 19.0%였다. 전체의 76.4%가 사업 경험이 없다. 경험 없는 이들의 선택지는 많지 않다. 전인우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이 한국 자영업의 50%를 차지하는 양대 업종이다. 진입 장벽이 낮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진입 장벽이 낮은 만큼 도태되기도 쉽다. 2015년 주요 산업별 기업 생존율을 보면 숙박·음식점업의 3년 생존율은 30.2% (전체는 39.1%), 5년 생존율은 17.9%(전체는 27.5%)에 불과하다. 자영업 가운데 음식·숙박업 생존기간이 3.1년으로 가장 짧다(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남윤미 미시제도연구실 부연구위원, 〈국내 자영업의 폐업률 결정요인 분석〉, 2017). 자영업자의 연령 구성을 보면, 변하는 트렌드에 빨리 맞추기가 쉽지 않다. 통계청이 2016년 말 발표한 ‘자영업 현황 분석’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등록사업자의 57.1%가 50대 이상이었다.

“그나마 프랜차이즈가 낫다. 일반 자영업은 월 소득 220만원, 프랜차이즈는 229만원이다. 3년 생존율도 프랜차이즈가 더 높다. 직장 생활을 정리하고 자영업에 뛰어들려면 막막하다 보니 프랜차이즈를 많이 선택한다.” 프랜차이즈 본사에 맞서 가맹점주의 이익을 대변하는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정종열 정책국장의 말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4년 기준 골목상권 내 일반 업소와 프랜차이즈 가맹 업소의 생존율을 비교한 결과 일반 업소의 3년 생존율은 58.4%로, 프랜차이즈 가맹업소(73%)보다 14.6%포인트 낮았다.

 


이제 한국 자영업 시장의 피라미드를 그릴 수 있다. 오른쪽 〈그림〉을 보자. 피라미드의 맨 위는 숙련을 보유한 자영업자다. 프랜차이즈와 경쟁해도 밀리지 않는 이연복 셰프 같은 사람들이다. 그 밑에는 자기 숙련이 없어서 프랜차이즈 본사에 숙련을 외주 주고, 그 대가로 자본과 노동력을 제공하는 이들이 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이다. 이런 프랜차이즈 모델의 아이콘이 백종원 대표다. 그 아래에, 프랜차이즈에도 밀리는 자영업자들이 있다. 자기 숙련도 없고, 프랜차이즈에 대행을 맡기지도 못한 자영업자들이다. 〈골목식당〉의 ‘뒷목(잡게 만드는 사장님)’들이 여기에 속한다. 피자에땅 가맹점주였다가 지금은 또 다른 피자 프랜차이즈 가맹점에서 배달원으로 일하는 권성훈씨는 “중소기업청에 자영업 교육을 받으러 가면 ‘웬만하면 프랜차이즈 하라’고 권하는 게 현실이다. 〈골목식당〉도 결국 (숙련도 없이 독립 자영업을 하느니) 프랜차이즈를 하라는 얘기다”라고 냉소했다.

권씨의 말처럼 우리 시대에 백종원은 논쟁적인 인물이다. 방송 출연으로 광고 효과를 누린다는 댓글이 늘 달린다. “외식업 진입 장벽을 높여야 한다”라고 하지만 정작 자신이 자영업 진입 장벽을 낮추는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백종원은 프랜차이즈라는 ‘표준화된 숙련’을 공급하는 것만으로도 대다수 저숙련 자영업자를 밀어낼 수 있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수많은 논문과 데이터가 이야기하지만 정책 결정권자들과 입법자들이 좀처럼 입 밖에 내기 어려웠던, 자영업 저숙련 현실의 폭로자 구실을 하고 있다.

백종원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질문은 한국 노동시장의 핵심 모순과 닿아 있다. 저숙련 자영업의 과잉은 어디서 왔나? 이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자영업 차원인가, 노동시장 차원인가?

자영업 차원에서 문제를 풀 수 없다는 데 연구자들의 견해가 대체로 일치한다. 궁극적인 문제는 자영업 희망자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노동시장에 좋은 일자리가 구조적으로 말라붙은 게 문제의 뿌리다. 정이환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사회학)는 “임금노동 부문의, 자영업보다 더 나은 일자리가 충분하지 않은 게 문제다. 좋은 일자리는 기업 내부 노동시장과 공공부문인데 이들은 전체 임금노동자의 30~40%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저임금 일자리다”라고 말했다.

일단 노동시장에 진입하더라도 밖으로 밀어내는 구조적인 힘 때문에 오래 버티기 어렵다. 다시 정 교수의 말이다. “좋은 일자리에서도 임금은 연공에 따라 가파르게 오르는 반면, 그에 맞는 숙련을 형성하는 기제가 없다 보니 기업이 나이 든 사람을 자꾸 내보내려고 한다. 직장에서 나오더라도 다시 자기 숙련을 인정받을 좋은 일자리가 굉장히 적다. 저임금 단순 노동자가 되든지 자영업자가 되든지 선택할 수밖에 없다. 결국 자영업보다 더 매력 있는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관건이다. 이게 풀려야 자영업 문제도 풀린다.”

한국 사회·경제의 축소판인 자영업 현실

다시 국정감사 현장. 백 대표는 “시장 원리를 따라서 어쩔 수 없이 도태될 수밖에 없는 자영업자들은 도태도 되어야…. 그분들한텐 정말 죄송한 이야기지만 시장에 비해서 포화상태다”라고 말한다. 현실이 그렇다. 2017년 기준 한국의 자영업자와 무급 가족종사자의 비중은 전체 취업자의 25.4%로, OECD 평균 14.8%보다 10.6%포인트 높다. 그리스, 터키, 멕시코, 칠레에 이어 OECD 35개국 중 5위다. 영국 15.4%, 일본 10.4%, 독일 10.2%, 스웨덴 9.9%, 미국 6.3%와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특히 서비스업의 자영업자 비중은 한국이 25.2%로, 영국(12.8%), 독일(10.3%), 일본(9.9%), 스웨덴(3.6%)보다 높다. 그중에서 도·소매 분야의 자영업자 비중은 40.2%로, 스웨덴(11.9%), 독일(9.9%), 영국(9.6%), 일본(9.0%)보다 28.3~31.2%포인트 높다. 숙박·음식 분야 자영업자 비중은 36.7%로, 일본(15.4%), 독일(15.3%), 스웨덴(14.5%), 영국(9.8%)에 비해 21.3~ 26.9%포인트 높다(2015년 기준, OECD, 김태일, ‘너무 많은 자영업자, 어디로 갈 것인가’, 〈자신에게 고용된 사람들〉(후마니타스), 2017). 글로벌 수준으로 봐도 한국의 도·소매와 숙박·음식 자영업 비중이 과잉이다.

그런데 도태된다면, 어디로 가야 할까. 지난해 나온 책 〈자신에게 고용된 사람들〉은 자영업의 현실이 한국 사회·경제의 축소판이라고 주장한다. 책의 공저자로 자영업 데이터와 씨름한 김태일 고려대 교수(행정학)는 지금의 자영업자들이 어디로 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이 없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책에서 저숙련 자영업자를 흡수할 수 있는 임금 일자리로 요양보호사, 간병사와 같은 돌봄 서비스 일자리를 꼽았다. 한국은 서비스업 가운데 보건·복지 분야의 고용 규모가 다른 나라보다 작다. 하지만 압도적으로 여성이 많이 고용된 영역이다. 남성 인력을 모두 흡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김 교수는 “지금의 자영업은 정해진 수요를 갈라 먹고 있다. 〈골목식당〉 같은 프로그램을 보고 적어도 함부로 뛰어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최소한의 준비를 하고, 상권 분석도 하고, 컨설팅도 받아야 한다.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화도 고려해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서울시 자영업지원센터 홈페이지에 접속해 지역과 업종을 선택하면 ‘창업 위험 지수’를 데이터로 알려준다. 전문가로부터 경영 컨설팅도 받을 수 있다.

2005년 노무현 정부는 ‘영세 자영업자 종합대책(5·31 대책)’을 내놓았다. 카드 대란 이후 자영업 문제가 본격 부각된 시점이었다. 영세 자영업자를 ‘취업자’로 간주하고 이들을 위한 직업훈련과 고용보험 제도를 마련하는 내용이 담겼다. 영세 자영업자를 노동시장 정책 대상에 포함시킨 첫 대책으로 평가받는다. 그로부터 13년이 지났다. 자영업 비중은 꾸준히 줄었지만, 저숙련 자영업 과잉은 여전히 한국 사회의 숙제로 남았다. 2010년에서 2017년까지 한국노동패널조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의 93.4%,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의 90.6%가 자영업 부문을 벗어나지 못했다(이승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다시 자영업을 생각한다〉, 2018). 

기자명 전혜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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