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취임 당시, 남북문제를 잘 이끌어나가길 간절히 바랐다. 기대의 근거도 있었다. 그는 2002년 북한 최고 지도자였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매우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만났다. 정치적으로도 거침없는 입장이었다. 이른바 보수 우파라는 이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북한에게 대한민국을 넘긴다’라며 딴지를 걸지는 않았을 것이다.
박근혜 게이트로 시끄럽던 2016년 말 인터넷에는 ‘문재인이 김정일에게 쓴 편지’라는 게시물이 떠돌았다. 편지의 필자는 김정일 위원장에게 극존칭을 사용하면서 심지어 ‘남북’을 ‘북남’으로 표현한다. 극우 성향의 누리꾼들은 문재인 후보를 가리켜 ‘북남’이라느니 ‘종북’이라느니 하며 댓글을 달고 여기저기 퍼 날랐다. 이런 열광은 곧바로 수그러들고 만다. 편지를 쓴 ‘빨갱이’가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자유한국당 계열의 정당들을 지지한 적이 없다. 그런데도 박근혜 청와대 당시엔 남북관계 개선으로 그들의 집권이 연장되어도 좋다고까지 생각했다. 공포 때문이다. 북핵 문제는 나 자신과 친구, 친척들, 거리에서 만나는 귀여운 어린이들의 목숨이 걸린 절실한 문제였다. 유감스럽게도 박근혜 정부는 북한 문제를 민족공동체 및 국제평화 차원에서 접근하기보다는 자기 세력의 협소한 이익에 활용했을 뿐이다. 종북 몰이와 전쟁불사론이 날뛰고 심지어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탈북을 부추기던 미친 시대가 지나간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시민 절대다수가 남·북·미 관계의 정상화와 평화 정착을 염원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극우 세력들은 지금도 과거의 질서로 퇴행하기를 갈망한다. 진지하게 전쟁을 원한다기보다 문재인 정부의 실패에만 목마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전설적 기자 밥 우드워드의 최근 저서 〈공포:백악관의 트럼프〉에 대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까지만 해도 미국 최고 수뇌부들 사이에서는 전쟁 발발 시 서울에서만 100만명이 비명횡사할 수 있지만, “그것이 벌어지는 장소는 한국(over there)이지 미국(here)이 아니”라는 따위의 ‘아무 말 대잔치’가 벌어지곤 했던 모양이다.
남·북·미 관계의 파탄을 염원하는 분들에게 당부드린다. “당신들은 ‘here(미국)’가 아니라 ‘over there(한국)’에 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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