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서울을 탈출했다. 지방에 정착했다. 처음에는 불편했다. 적응하고서야 이점이 보였다. 집값 체감이 가장 큰 변화였다. 서울 살 땐 전세 만기 6개월 전부터 부동산 뉴스를 봐야 했다. ‘서울 밖’에 살아보니, 그럴 필요가 없었다. ‘부동산 광풍’에서 한발 비켜나 있다. 시세 사이트를 들어가보니 내가 사는 지역 집값은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고 그대로다.

한국 인구는 5142만3000명. 서울 인구는 974만2000명. 전체 인구의 18.9%가 모여 산다(2017 인구주택총조사 기준). 서울은 돈도 빨아들인다. 부동산 폭등 뉴스가 이슈를 압도하고 있다.


정부는 결국 종합부동산세 강화를 담은 9·13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9월21일에는 공급 대책을 발표한다. 보수 언론과 야당은 참여정부 때보다 보유세가 3배나 증가한다며 다시 ‘세금폭탄론’ 프레임을 들고나왔다. 그런 뉴스에 달린 댓글을 읽어보시라. 더 강화하라는 목소리가 많다. 시가 18억원짜리 집을 가진 사람이 이번 대책으로 낼 세금이 지금보다 10만원 늘어난 연간 104만원이라는 뉴스에 달린 댓글에서는 분노가 읽혔다. 청년 세대는 당장 자신들이 내는 월세 50만~60만원과 비교했다.

이번 호에 부동산 논쟁을 〈시사IN〉만의 시각으로 조명했다. 부동산 대책 논쟁의 양대 축인 ‘공급 확대론’과 ‘보유세 강화론’을 두루 담았다. 지금 내가 서울에 살고 있다면, 출근 때마다 한숨을 푹푹 쉬었을 것이다. 전세 만기가 닥쳤다면 밤잠을 설쳤을지도 모른다. 부동산 뉴스를 읽으며 불편한 대목이 바로 이 지점이었다. ‘서울특별시민’만의 뉴스가 아닐까? 전체 인구 81.1%를 차지하는 지방 사람들에게 서울 아파트 값 뉴스가 과연 얼마나 피부에 와 닿을까? ‘똘똘한 강남 아파트 한 채’를 사려는 돈 있는 지방 사람들 빼고 지방에 사는 이들에겐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닐까?

독자들에게 양해를 구할 일이 생겼다. 남북 정상회담이 9월18~20일 평양에서 열린다. 9월21일로 추석 합병호(제576·577호) 제작 마감을 늦췄다. 배송이 늦어진다. 독자들 손에는 추석 연휴가 끝난 뒤에나 도착할 것 같다. 대신 정기 구독 독자들에게 합병호 전자책을 무료로 배포한다. 휴대전화 안내 문자에 따라 〈시사IN〉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한 뒤 쿠폰 등록을 하면 9월24일부터 무료로 볼 수 있다. 또 이맘때 광고가 ‘이례적으로’ 많다. 11년 전 9월 〈시사IN〉이 창간되었다. 이번 호에 이어 추석 합병호에도 창간 기념 광고가 적지 않게 실릴 것이다. 한국 ABC협회가 매년 발표하는 시사주간지 유가 부수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시사IN〉에, 매주 이렇게 많은 광고가 실리면 좋겠지만 1년에 한두 번이다. 양해 부탁드린다.

기자명 고제규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unjus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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