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SBS 스페셜〉은 ‘며느라기-화목하고 불편한 가족 이야기’를 방영했다. 1월에는 다큐멘터리 영화 〈B급 며느리〉가 개봉되었다. 시어머니 처지에서 보면 눈치 없고, 개념도 없고, 그래서 가정의 평화를 깨뜨리는 며느리에 관한 이야기다. 이 영화의 영문 제목이 이를 잘 드러낸다. 〈Myeoneuri:My Son’s Crazy Wife〉(며느리:내 아들의 미친 아내).
며느리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일차적 주체는 같은 여성인 시어머니다. 시어머니는 상대에게 부담과 상처가 되는 줄도 모르고 자신이 경험한 방식대로 며느리를 대한다. 며느리는 그 와중에도 누군가의 며느리였을 시어머니를 연민하며 함부로 거스를 수도, 미워할 수도 없다. 그리고 사회는 이런 두 여성의 갈등을 고부갈등이라 명명하며 여성들 간의 문제로 축소한다. 이 ‘을들의 전쟁’에서 최대 수혜자는 (당연히) 남편이다. 가부장 체계의 꼭대기에 위치한 아버지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이 체계가 평화롭게 유지되어야 수혜자가 될 남편은 이 불합리한 구조를 개선할 생각이 없다. 그저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길 희망하며 먼 곳을 바라볼 뿐이다.남편이 방관자로 전쟁터 바깥에 있는 사이
이 전쟁은 어떻게 끝낼 수 있을까? 남편이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 프로그램 패널로 참석한 김지윤 소장(좋은연애연구소)의 지적처럼 “고부 관계에서 남편은 자신을 중간자로 놓고, 그들 사이에 끼어 있다고 생각해 자신의 일로 여기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그렇게 남편이 방관자로 전쟁터 바깥에 있는 사이 이 전쟁의 내상은 깊어지고 결국 모두 패배자가 된다. 그런 점에서 며느리의 서사가 ‘채팅방’을 뚫고 공적 담론으로 자리매김하는 건 중요하다. 지금까지 남성 가부장의 관점으로 우리 사회를 보았다면, 이제는 며느리의 관점으로 보자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아야 우리가 사는 곳이 얼마나 이상한지 폭로할 수 있다. 문제는 ‘내 아들의 미친 아내’에게 있는 게 아니라 ‘이상한 나라’가 정상이라고 우기는 가부장 사회의 ‘남편들’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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