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가장 중요한 사회과학 연구 주제로 떠오른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가짜 뉴스(Fake news)다. 가짜 뉴스와 음모론은 2016년 대선 때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다. 선거철마다 가짜 뉴스는 늘 있었고, 음모론은 인류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다만 2016년은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의 영향력이 급격히 커지면서, 가짜 뉴스가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친 듯했다는 점에서 특별했다. 게다가 (가짜 뉴스 덕을 본 것 같은) 트럼프가 선거에서 이기자 가짜 뉴스가 민주주의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관심도 증폭됐다. 휴렛팩커드의 창업자 윌리엄 휴렛과 부인 플로라 휴렛이 1966년 설립한 휴렛 재단은, 가짜 뉴스가 민주주의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프로젝트에 1000만 달러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또 페이스북과 포드 재단 등은 뉴욕 시립대학(CUNY) 저널리즘스쿨과 손을 잡고 ‘뉴스 바로 세우기(News Integrity Initiatives)’에 140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뉴스 바로 세우기란 시민들이 온라인에서 읽는 정보와 뉴스를 정확히 분간해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프로젝트다. 이렇듯 가짜 뉴스의 파급력을 이해하고 그 방지 대책을 세우는 일은 민주주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시급한 과제가 되었다.

ⓒWIRED 갈무리보리스(가명·아래)는 트럼프에게 유리한 가짜 뉴스를 쏟아낸 웹사이트 100여 곳을 운영했다.
미디어는 사람들의 생각과 민주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 질문에 관해서는 지금껏 많은 연구가 이뤄졌다. 미국 민주주의 역사에서도 주요 미디어의 변화는 정치 전반에 큰 영향을 주고 정치 지형을 바꾸기도 했다. 그래서 매체가 변하고 언론의 지형이 바뀔 때마다 그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다. 19세기 당파적 신문의 급격한 증가, 20세기 초반 라디오와 텔레비전의 출현, 2000년대 이후 케이블 방송의 약진에 이르기까지 매번 언론 지형 변화는 실제로 정치 지형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가장 최근 변화는 역시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 매체의 등장이다. 새로운 매체가 등장했다는 면에서는 비슷하지만, 과거 신문이나 라디오, 텔레비전 뉴스에 비해 진입 장벽이 훨씬 낮은 매체가 주류로 올라선 것은 큰 차이점이다.

이제 웹사이트를 만드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쉬워졌다. 광고를 달면 어느 정도까지는 알아서 수익이 난다. 뉴스를 전달하는, 매체를 자처하는 플랫폼이 급격히 늘어난 가장 큰 이유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언론사를 차릴 수 있는 세상에서 나타난 부작용이 바로 가짜 뉴스의 출현이다.

검증해보면 명백히 사실이 아닌 거짓 정보임에도 의도적으로 이를 퍼뜨려 독자들을 오도하거나 호도하려고 만들어낸 뉴스를 가짜 뉴스라고 한다. 정치 관련 뉴스에 대해 중립적인 팩트체크 웹사이트 폴리티팩트(PolitiFact.com)는 2016년 미국 대선 이후 1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1년간 페이스북과 함께 가짜 뉴스를 만들어내는 웹사이트 330여 곳을 찾아냈다. 어떤 웹사이트는 ‘ABCNews.com.co’와 같이 실제 미국 지상파 방송국 ABC 사의 인터넷 페이지와 주소부터 아주 비슷했다(ABC의 인터넷 홈페이지는 abcnews.go.com). 물론 콘텐츠는 하나같이 가짜 뉴스밖에 없었다.

누가 가짜 뉴스를 만드는 걸까? 〈와이어드〉의 사만다 수브라마니안 기자가 가짜 뉴스 공장 한 곳을 찾아가 쓴 르포 기사는 우리에게 많은 사실을 알려준다. 수브라마니안 기자가 찾아간 곳은 마케도니아의 인구 5만명이 겨우 넘는 작은 도시 벨레스였다. 트럼프에게 유리한 가짜 뉴스를 쏟아낸 웹사이트 100여 곳을 운영하는 인물은 바로 이곳에 사는 열여덟 살 학생 한 명이었다. 보리스라는 가명으로 소개된 이 언론사 사장은 자신이 어쩌다 가짜 뉴스 사업을 시작했고 수익은 얼마나 올렸는지 자세히 이야기했다.

가짜 뉴스 사업의 생명줄은 트래픽·광고 수입

2016년 대선을 앞둔 어느 날, 보리스는 트럼프가 자신과 의견이 다른 유권자를 폭행했다는 기사를 온라인 어딘가에서 읽었다. 가짜 뉴스였다. 이 기사를 퍼다가 자신이 운영하던 웹사이트에 올리고, 페이스북에도 링크를 올렸는데, 페이스북 포스팅은 800회 가까이 공유되고 웹사이트 트래픽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광고로 그달에만 150달러를 벌었다. 마케도니아 직장인의 평균 월급이 371달러임을 감안하면 큰돈이었다. 보리스는 아예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가짜 뉴스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2016년 8월부터 11월까지를 가짜 뉴스 사업의 적기로 보고, 웹사이트 수십 개를 만들어 가짜 뉴스를 쏟아냈다. 넉 달 동안 올린 광고 수입은 1만6000달러. 마케도니아 직장인이 3년6개월을 꼬박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이었다. 보리스 같은 사람은 다른 데도 얼마든지 더 있었다. 실제로 2016년 대선 기간 페이스북에서 가장 많이 공유된 가짜 뉴스 10개 중 4개는 루마니아에 사는 24세 남성이 만들어낸 것이었다.

가짜 뉴스의 표적 소비자가 있는 미국에도 당연히 가짜 뉴스 생산자들이 있다. 미국 공영 라디오 NPR은 가짜 뉴스 웹사이트 25개를 소유한 디스인포미디어라는 업체의 대표를 만났다. 익명으로 인터뷰에 응한 이 대표는 디스인포미디어의 직원이 20~25명이고, 한 달에 광고 수입으로 1만~3만 달러를 번다고 밝혔다. 그는 사실 민주당원으로, 2012~2013년 미국의 극우 정치운동인 ‘대안 우파’가 확산될 때 가짜 뉴스를 만들어 대안 우파를 믿는 사람들에게 망신 줄 생각에 이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먼저 가짜 뉴스를 믿게 한 뒤 나중에 이 정보가 거짓말이었다는 것을 폭로해 믿은 사람들을 허탈하게 만들 심산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가짜 뉴스 덕분에 트럼프가 대통령이 됐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가짜 뉴스 사이트를 계속 운영하는 이유로 광고 수입이 괜찮기도 하지만, 자신이 만들어내는 가짜 뉴스를 읽는 보수주의자들의 삶을 엉망으로 만드는 것이 기쁘다는 이유를 댔다. 정치적 동기도 없지 않겠지만, 가짜 뉴스 사업의 생명줄은 역시 쉽게 웹 트래픽을 늘려 광고 수입을 올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트래픽을 올려주는지도 같이 살펴봐야 한다. 도대체 가짜 뉴스를 읽고 믿는 사람은 누구일까? 앞서 NPR 인터뷰에 등장한 사업가가 생각하는 것처럼 보수적인 사람들이 가짜 뉴스를 더 믿을까? 2016년 대선 기간 유포된 가짜 뉴스를 보면 트럼프에게 유리한 기사가 힐러리 클린턴에게 유리한 기사보다 많긴 했지만, 가짜 뉴스에 속아 넘어간 민주당 지지자도 적지 않았다. 공화당 지지자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밖에서 태어났다고 믿는 사람이 40%였다.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으면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이른바 ‘출생신고 스캔들’로, 명백한 가짜 뉴스였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이를 철석같이 믿고 있으니 성공한 가짜 뉴스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민주당 지지자 가운데 가짜 뉴스를 믿는 이들도 만만치 않다. 9·11 테러는 부시 행정부가 꾸며낸 일이라고 믿는 민주당 지지자가 40%를 넘는다. 보수냐 진보냐를 떠나서 지지 정당에 대한 선호가 확고할수록 자신이 지지하는 당에 유리한 소식이나 반대편에 불리한 소식이면 진짜건 가짜건 덜컥 사실로 받아들이고 믿어버리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민주당 지지자 중에도 가짜 뉴스 소비자가 많지만, 유달리 가짜 뉴스라는 키워드는 공화당과 더 자주 엮인다. 그 이유는 전체 가짜 뉴스 가운데 공화당에 유리하게 만들어진 가짜 뉴스가 아무래도 더 많기 때문이다. 경제학자 헌트 앨콧 교수와 매슈 겐츠코 교수는 2016년 대선에서 가짜 뉴스가 어떻게 소비되었는지를 연구했다(Hunt Allcott, and Matthew Gentzkow, 2017, 〈Social Media and Fake News in the 2016 Election〉). 이들은 가장 많이 공유된 가짜 뉴스 156건의 내용을 분석했는데, 이 가운데 41건만이 힐러리 클린턴에게 유리한 뉴스였고, 이보다 두 배 이상 많은 115건은 트럼프에게 유리한 뉴스였다. 공화당에 유리한 가짜 뉴스가 많이 생산된 것은 지난 20년간 지상파 방송과 주요 신문사에 대한 공화당 유권자들의 신뢰가 낮아진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 1997~2016년 갤럽이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위 〈표 1〉 참조).

먼저 전체 응답자 중에서 주요 언론 매체가 뉴스를 공정하게 보도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은 대체로 감소 추세다. 하지만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자로 응답자를 나누어보면, 이러한 감소 추세는 대부분 주요 언론 매체에 대한 공화당 지지자들의 신뢰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생겨난 것임을 알 수 있다. 특히 2016년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주요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떨어졌는데, 이는 당시 트럼프 후보가 CNN이나 〈뉴욕타임스〉 같은 주류 언론을 대대적으로 공격하면서 지지자들의 언론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가짜 뉴스가 키워드로 떠올랐던 2016년 대선에서 가짜 뉴스는 실제로 얼마나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까? 앨콧 교수와 겐츠코 교수는 가짜 뉴스 156건과 대선 이후 유권자 1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분석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첫째, 지상파 방송이나 주요 일간지의 웹사이트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유입되는 웹 트래픽이 10% 정도였지만, 가짜 뉴스 사이트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들어오는 사람들 비중이 41.8%로 높다(아래 〈표 2〉 참조). 즉 소셜 미디어가 가짜 뉴스의 확대, 재생산에 중요한 구실을 한다. 둘째, 트럼프에게 우호적인 가짜 뉴스가 더 많고 더 잘 퍼졌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읽은 가짜 뉴스 156건 가운데 트럼프에게 유리한 기사 115건이 페이스북에서 공유된 횟수는 총 300만 번이나 되었다. 셋째, 선거가 치러진 2016년 11월에 무작위로 추출된 유권자는 평균 가짜 뉴스 1개에 노출되었다고 저자들은 추산했다. 여전히 유권자들이 정치에 관한 뉴스를 얻는 주요 매체는 텔레비전이었다. 설문조사에서 가짜 뉴스가 널리 유통되는 소셜 미디어를 가장 중요한 뉴스 소스라고 답한 응답자는 13.8%에 그쳤다. 종합하면 가짜 뉴스 덕분에 트럼프가 대통령이 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저자들의 결론이다.



‘팩트체킹’ 늘었지만, 그 효과는…

가짜 뉴스가 2016년 대선 결과를 낳은 결정적 원인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가짜 뉴스의 영향력을 앞으로 어떻게 줄일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언론이 민주주의와 정치적 공론 과정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최근 과학 전문지 〈사이언스〉에 발표된 논문에서 하버드 대학의 게리 킹 교수와 공저자들은 48개 언론사와 협력해 언론 보도가 사람들이 트위터에서 특정 이슈를 논의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실험한 결과를 밝혔다(Gary King, and Benjamin Schneer, and Ariel White, 2017, 〈How the news media activate public expression and influence national agendas〉). 언론사가 무작위로 뽑힌 날짜에 특정 이슈에 대해 기사를 쓰면 그렇지 않은 날보다 트위터에서 사람들이 이 이슈에 관해 언급하거나 토론하는 비율이 62.7%나 증가했다. 언론이 어떤 주제를 다루는지가 보통 사람들의 정치적 논의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뜻이다. 바꿔 말하면 가짜 뉴스도 사람들의 사고와 정치적 논쟁에 얼마든지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셈이다.

2018년 3월, 〈사이언스〉의 정책 포럼 난에 연구자 16명이 가짜 뉴스를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을 두 가지 제시했다(David Lazer et al., 2018, 〈The Science of Fake News: Addressing Fake News Requires a Multidisciplinary Effort〉). 먼저 개인이 가짜 뉴스를 쉽게 걸러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사실과 거짓을 구분하도록 하는 것이다. 최근 많이 등장하는 주요 언론사의 팩트체킹도 이러한 노력 중 하나인데, 다만 팩트체킹이 사람들의 생각을 거의 바꾸지 못한다는 연구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두 번째 대책은 구글이나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뉴스 플랫폼의 역할에 초점을 맞췄다. 즉, 개인이 노력해도 가짜 뉴스를 걸러내기 쉽지 않으므로, 봇이나 가짜 뉴스 걸러내기 알고리즘을 활용해 독자와 시청자들에게 뉴스 매체의 신뢰도를 적극 알려줌으로써 가짜 뉴스 확산을 막는 것이다.

정부 정책으로 가짜 뉴스를 직접 규제하려다가는 자칫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검열로 비칠 수 있기 때문에 인터넷 플랫폼의 자발적인 노력이 먼저 요구된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클릭 수에 따라 결정되는 광고 수입에 크게 의존하는 인터넷 플랫폼이 알아서 자정에 나서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가짜 뉴스의 시대에 페이스북이나 구글 같은 플랫폼이 수익 모델과 사회적 공공선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아갈지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기자명 유혜영 (뉴욕 대학 교수·정치학)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