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파격은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 위원장이 주고받은 선물의 질과 양이었다. 먼저 김정은 위원장이 시진핑 주석 부부에게 전달한 선물은 산삼 1뿌리, 고려인삼 1뿌리, 청색 돌주전자 등 중국 돈 17만 위안(약 2890만원)어치 정도였다. 시진핑 주석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증정한 답례품은 높이가 3m에 가까운 대형 화조무늬 경태람 화병, 20개로 된 홍색 경태람 식기 1벌, 12개로 된 백자 다구 1세트, 1980년 이전에 생산된 아이쭈이 장핑 마오타이주 5병, 1990년대 생산된 페이톈 마오타이주 6병 등이다. 시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도 김 위원장의 부인 이설주에게 브로치·귀걸이·반지 같은 장신구와 청화자기 모양을 수놓은 치마, 구름을 수놓은 각기 다른 디자인의 고급 비단 6필 등을 선물했다.
고가의 선물에 담긴 정치적 함의는?
시진핑 주석이 왜 김정은 위원장에게 파격적인 선물 보따리를 안겼을까? 압도적인 선물 공세에는 시진핑 주석이 어렵사리 회복된 북·중 관계를 공고히 하려는 포석이 깔려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사를 재확인하고,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수락하는 등 김 위원장의 전격적인 변신을 격려하는 성격도 짙다. 또 다른 정치적 함의도 담겨 있다. 시 주석이 정상회담 과정에서 김 위원장에게 어떤 ‘제안’을 했으며, 김 위원장도 그 제안을 이행하겠다는 약속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 약속을 잘 이행해주길 바라는 기대가 고가 선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앞서 살펴본 대로 이번 방중 과정에서 북·중 양측 모두 당 고위급 인사가 총동원되었다. 북쪽에서도 최룡해 조선노동당 중앙부위원장 겸 조직지도부장, 박광호 노동당 중앙부위원장 겸 선전선동부장, 리수용 노동당 중앙부위원장 겸 국제부장, 김영철 노동당 중앙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이용호 외무상 등이 김 위원장을 수행했다. 수행 인사 면면을 보면 오랫동안 소원했던 조선노동당과 중국공산당의 관계 회복에 중점을 둔 듯하다. 다음으로 북한 비핵화에 따른 중국의 대(對)북한 경제지원 및 중국 지도부의 의사 확인, 대미 대응 전략 조율이 주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북한 비핵화에 상응하는 미국의 양보를 어떻게 받아낼 것인가, 또 북한이 비핵화를 실행에 옮기면 중국이 북한에 어떤 경제지원이나 경제협력을 할지 북·중 사이에 원칙적인 합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짙어 보인다. 중국이 북한에 사회적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자금과 기술을 제공하면 그에 상응하는 반대급부를 두고도 대화가 심도 깊게 오갔을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해 왕치산 국가부주석과 왕후닝 중앙상임위원이 중국의 대북 경제지원 혹은 경제협력 정책을 주도하리라 보인다. 이들은 북한을 점진적으로 중국의 새로운 사회주의 경제체제, 즉 시진핑식 사회주의 독재로 유도할 공산이 크다.
중국 정부가 공개한 정상회담과 댜오위타이의 국빈관 양위안자이(양원재)에서 연 환영 오찬, 인민대회당에서 연 만찬에서 언급된 김정은·시진핑 발언을 살펴보면 양국이 현 정세에 어떤 대응책을 마련하고 무엇을 약속했는지 가늠할 수 있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가 새로운 시대로 진입했고, 북한의 사회주의 건설도 새로운 역사 시기에 진입했”으니 “우리는 북한과 함께 공동으로 노력하기를 원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김정은 위원장은 중국을 찾아 양국 관계를 회복하기로 한 것은 자신이 결단한 “전략적 선택”인데, 이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선배 지도자들의 숭고한 의지를 받들어 북·중 양국 관계를 계승 발전”시켜서 “새로운 정세에 직면한 양국이 더 가까워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김 위원장이 점진적으로 시 주석이 권유한 시진핑식 사회주의 일당독재 체제로 나아가겠다는 의사를 완곡하게 밝힌 것이라고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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