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시사IN〉 대학기자상 - 대상 〈대학주보〉 박지영·장유미

 

‘회기동 위반 건축물 2년 사이 14.5% 증가’

 

ⓒ시사IN 신선영〈대학주보〉 박지영(위)·장유미 기자는 학교 주변의 불법 건축물 실태를 고발했다.

‘왜 이렇게 한 층에 많은 가구가 사는 걸까?’ 학교 앞 원룸에 사는 박지영 〈대학주보〉 기자(경희대 언론정보학과 3학년)는 어느 날 이런 의문이 들었다. 같은 층에만 여섯 가구가 세 들어 살고 있었다. 방은 고시원보다 조금 더 넓은 크기였다. 주변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학보사의 다른 기자를 보니 입주한 다음에야 사는 곳이 위반 건축물(건축 기준법 등에 위반하는 건축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경우도 있었다. 건축물 대장에는 한 가구가 사는 걸로 나와 있지만 집주인이 여러 개의 원룸으로 ‘방 쪼개기’를 한 곳도 있었다. 무단으로 증축하거나 용도를 변경한 건물에 대학생들이 살고 있었다.

주거 문제를 다루되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싶었다. 데이터 다루는 일을 하는 학보사 출신 선배의 도움으로 학교 주변인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과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서천동 등의 위반 건축물 실태조사에 들어갔다. 그렇게 시작된 취재가 한 달 가까이 이어졌다. 박지영 기자와 장유미 기자(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3학년)의 ‘회기동 위반 건축물 2년 사이 14.5% 증가’ 기사는 그렇게 나왔다. 정문 1㎞ 내 주택 중 위반 건축물의 건축물대장을 일일이 떼어보았다. 위반한 일자, 위반 사유, 시정 여부 등이 나와 있었다. 사흘 밤낮으로 조사했다. 그 결과 서울캠퍼스의 경우 인근 주택의 20.5%가 위반 건축물로 드러났다.

실제 현장이 어떤지도 살폈다. 서류상에는 식당이나 고시원 같은 제2종 근린생활시설로 나와 있는데 가보니 원룸이었다. 그것도 여덟 개로 쪼개져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너무 좁은 곳에 여덟 가구나 살고 있었다. 충격적이었다. 세입자 대부분이 그런 줄 모르고 살고 있었다.” 적발 내용 중에는 무단 증축이 가장 많았다. 옥탑방이 대표적이다. 이런 곳은 지진이나 화재 같은 재난에 특히 취약하다. 집주인 처지에선 과태료를 내더라도 월세를 받는 게 훨씬 이득이니 바뀔 리 없었다. 결국 비용의 문제다. 보금자리의 안락함과 안전성을 담보한 대가였다.

두 사람은 일주일 내내 지도 하나만 들고 위반 건축물 앞에 서서 사람이 나올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기도 했다. 11월 바람이 매서웠다. 건물에서 사람이 나오면 여기에 사는 사람이 맞는지, 위반 건축물인 사실을 아는지, 불편한 점은 없는지 물었다. 각각 스무 곳씩 총 40군데를 돌았다. 접촉에 성공한 건 10여 명에 불과했다. 그렇게 만난 사람들 모두 자신의 주거지가 위반 건축물이라는 점을 몰랐다.

박지영 기자는 기사를 쓴 뒤로 친구들이 집을 구한다고 할 때마다 “불법 아니야?”라고 말한다. 건축물대장을 떼어보고 서류상 소유자가 실제 집주인이랑 일치하는지 알아보라는 조언도 해준다. 대학생들의 주거 문제는 수년간 이어져온 이슈다. 기사를 쓰며 비판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변할 수 있는지 궁리했다. 주거 문제에 대한 대안을 중심으로 후속 보도를 준비 중이다.

개인적으로도 학보사 생활의 전환점이 된 기사였다. “우리 기사를 보고 많은 학보사가 새로운 시도를 해봤으면 좋겠다. 같은 주제를 다루더라도 다양하게 얘기하면 바뀔 수 있다.” 힘들지만 중독성이 있다는 박 기자의 학보사 생활은 올해도 계속된다.

 

 

제9회 〈시사IN〉 대학기자상 - 대상 부문 심사평

발품 팔아 고발한 대학가 불법 건축물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시사IN 조남진

심사위원들이 대상으로 선정한 〈대학주보〉 박지영·장유미 기자의 ‘회기동 위반 건축물 2년 사이 14.5% 증가’ 기사는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 정문에서 반경 1㎞ 내 건축물 562채를 전수조사해 불법 건축물 실태를 고발했다. 기사에 따르면, 놀랍게도 조사 대상의 20.5%인 115채가 법규 위반 건축물이었다. 경희대 국제캠퍼스 인근 건물의 경우에는 684채 중 3.1%인 21채가 법규를 위반했다. 위반 유형은 무단 증축, 방 쪼개기, 무단 용도변경 등으로 다양했다. 기사는, 위반 적발로 내는 벌금보다 월세 수익이 많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라고 지적한다. 

대학생다운 참신한 문제의식이 돋보였다. 자취방의 실제 면적은 20㎡(약 6평)에 불과한데 건축물대장에 119㎡(약 36평)로 올라와 있다면 “왜 그럴까?” 하는 궁금증이 생길 것이다. 두 기자는 이를 그냥 넘어가지 않고 취재에 나섰다. 취재 과정 역시 매우 꼼꼼했다. 해당 건물에 사는 사람 2~3명을 인터뷰해서 전달하는 손쉬운 취재 방식이 아니라, 국가공간정보포털의 GIS건물통합정보를 토대로 건물 1312채를 전수조사해 실태를 고발했다. 전달 방식에도 정성이 담겼다. 사진을 찍어서 실태를 고발한 것이 아니라 해당 건물의 위치를 꼼꼼히 지도에 그려넣어 문제의 심각성을 한눈에 보여주었다. 

대학언론 기자들은 바쁘다. 수업과 과제 속에서 대학 내 교육 행정, 사건, 사고, 변화, 여론의 트렌드를 잡아서 보도해야 한다. 한 주 혹은 두 주 간격으로 신문이 발행되다 보니 깊이 있는 취재가 이뤄지기 어렵다. 의례적인 현상 보도를 몇 번 반복하다 보면 대학언론은 학생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 학기에 한두 건이라도 의미 있는 기사를 발굴해 깊이 있게 취재하고 보도할 필요가 있다. 그런 면에서 대상작 기사는 대학언론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기자명 〈시사IN〉 대학기자상 팀(김은남·임지영 기자, 윤원선)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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