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하듯이 연구하는 콤 켈러허 박사.
콤 켈러허 박사는 지난 20여 년간 세포학과 분자생물학을 연구해왔다. 그동안 논문 35편을 발표했고, 4년 전 〈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 그리고 숨겨진 치매〉를 펴냈다. 이 책에서 켈러허 박사는 ‘2010년께 인간광우병이 최고점에 도달할 것’으로 점치고, 알츠하이머나 치매 등이 광우병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기록했다. 광우병 소와 인간광우병 환자가 줄고 있는 이 즈음, 그의 의문과 두려움은 사라졌을까. 한 생명공학연구소(켈러허 박사는 구체적 소개를 원하지 않았다)에서 은둔하듯이 프라이온 질병을 연구 중인 그와 이메일 인터뷰를 했다. 프라이온 질병(크로이츠펠트 야코프병=CJD)에 관한 새로운 정보가 있는가.  2008년에 새로운 형태의 인간 프라이온 질병(CJD)이 미국에서 발견되었다. 전국프라이온질병감시센터 감베티 박사의 발표에 따르면, 이제까지 프라이온 질병(광우병이 아님)은 단백질 분해 효소에 반응을 안 했는데, 새로운 프라이온 질병은 단백질 분해 효소에 민감하다. 증상은 불규칙 근육 운동으로 인한 보행 실조, 파킨슨증, 진행성 치매 등이 나타난다. 현재 미국에서 이 병을 앓는 환자는 10명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매우 심각한 사실이다. 이 10명 외에 새로운 프라이온 질병 환자가 얼마나 더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새로운 프라이온 질병은 여느 CJD와 달라서 산발성 크로이츠펠트 야코프병(sCJD) 통계에 들어가지 않을 것 같다.

새 CJD의 발병 원인은 무엇인가?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 섭취와 관련이 있는가.  간단하게 말하면 “아마도”이다. 최근  광우병 쇠고기를 섭취하면 인간광우병뿐만 아니라, sCJD에도 걸릴 수 있다는 과학적 증명이 증가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새로운 CJD도 광우병 쇠고기 섭취로 걸렸을 수 있지만, 더 많은 증명이 필요하다.

광우병의 잠복기가 30개월이다. 이 말은 30개월령 미만 소도 광우병에 걸려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안전하지 않은 것 아닌가.  광우병(BSE)의 마지막 증상이 30개월 이후에 나타난다. 하지만 이미 30개월 이전에 뇌가 스위스 치즈와 같은 모양으로 변할 수 있으므로, 30개월령 미만 소를 먹는 것이 안전하다고 할 수는 없다(그러나 프라이온 함량이 훨씬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신은 살코기도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말한다.수혈로 인간광우병이 전염된다는 것은 확인된 사실이다. 이것은 곧 프라이온 단백질이 혈액 속에 있다는 뜻이다. 광우병으로 오염된 고기에는 혈관과 말초신경이 가득하다. 때문에 이 조직 안에 변형 프라이온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과학 논문 조사에 따르면, 변형 프라이온 인자가 프라이온 전염병에 걸린 동물이나 인간의 골격근에서도 발견되었다. 예컨대 CJD(대부분 sCJD)에 걸린 환자의 근육에서도 (변형) 프라이온이 발견된다.    수혈로 인간광우병이 전염된 사례는 있는데, 아직 침이나 정액으로 그리 된 사례는 없다. 가능성이 있는가. 또 모든 종류의 CJD가 수혈로 전염이 되는가. 침이나 정액으로 인간광우병이 전염되는지를 확인할 만큼 자료가 충분치 않다. 그러나 사슴이나 엘크의 경우 침으로도 쉽게 프라이온병(CWD:사슴·엘크 프라이온병)에 전염이 된다. (프라이온병에 전염된) 양의 침샘에서 변형 단백질의 존재가 확인되기도 했다.

당신은 야생 동물이 전염된 동물에 가까이 있거나 전염된 동물을 잡아먹음으로써 프라이온병이 전염됨을 의심한다. 동물 간에는 종이 달라도 체액 등으로 전염이 쉽게 되는데, 인간은 동물 전염이 매우 적다.  ‘종의 장벽’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광우병 사례를 보면 종의 장벽이 무너질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얼마나 많은 사냥꾼이 CWD(사슴·엘크가 걸리는 프라이온 질병)에 오염된 사슴 고기를 먹고 CJD에 걸렸는지 확실하게 알려지지 않은 것처럼, 얼마나 많은 sCJD 사례가 BASE(소 전분해면양뇌증;변형

ⓒ시사IN 한향란인간광우병과 치매 등은 같은 퇴행성 질환이지만, 발병 연령대와 사망에 이르는 기간이 다르다.
광우병)에 오염된 고기를 먹고 발병했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에서 많은 젊은 사냥꾼이 CJD로 죽었다. 아직까지 프라이온 질병에 오염된 사슴·엘크나 오염된 양이나 소로부터 인간으로의 전염도가 얼마나 높은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sCJD가 프라이온에 오염된 고기를 먹고도 발생한다는 증거가 있다.

프라이온 질병을 앓는 소가 아닌 다른 고기를 먹고 광우병에 걸려도 인간광우병인가. 현재 가장 확실한 사실은 광우병 쇠고기를 먹어서 발생하는 것이 인간광우병이다. (〈네이처〉의) EMBO 저널 2002년 12월 호에 실린 논문 ‘인간 프라이온 단백질을 형질 전환한 쥐 실험에서 광우병 프라이온은 인간광우병이나 sCJD와 변형 프라이온으로 모두 나타난다’에 소개된 내용에 따르면, 쥐가 광우병 쇠고기를 먹으면 인간광우병과 sCJD 두 가지 질병에 노출된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최근 6년 동안 여러 과학 논문이 광우병이 (사람에게서) sCJD로 나타날 수 있다는 내용을 지지해왔는데도, 이른바 ‘전문가’들은 이 사실을 무시한다는 사실이다.

광우병 쇠고기를 먹은 개 등을 인간이 다시 먹음으로써 인간광우병에 걸릴 수도 있나.  소 전분해면양뇌증(BASE) 같은 변형 광우병은 sCJD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생화학 반응과 똑같은 뇌 반응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광우병 쇠고기를 먹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sCJD에 걸리고, 또 그로 인해 얼마나 사망했는지 모른다(참고로 우리나라에서는 2001~ 2007년에 sCJD 환자가 98명 등록되었다).

변형 프라이온은 어떻게 정상 프라이온을 공격하나. 프라이온 단백질(PrP)들은 여러 모양으로 접힌 상태로 존재한다. 문제의 변형 단백질(PrPSc)은 단백질 응집핵 형성 과정에 의해 정상 프라이온 단백질(PrPC)을 비정상 프라이온 단백질(PrPSc)로 바꾼다. 지금까지 확인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문제의 변형 프라이온 단백질이 직접 신경세포(뉴런)를 죽이지는 않는다. 대신 문제의 변형 프라이온 단백질은 세 개의 서로 다른 모습으로, 접힌 정상 단백질(PrP)의 세 유형(PrPsec·PrPCtm·PrPNtM)의 상대적인 비율을 바꾸고 그 중 PrPCtm의 비중을 높임으로써 세포 사멸을 유발한다.

치매·알츠하이머 같은 퇴행성 뇌질환들과 광우병은 얼마나 비슷한가. 퇴행성 뇌질환 중에는 (잘 접힌 정상 프라이온 단백질도 있으나) 단백질의 구조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발생하는 병이 많다. 정상적으로 구조가 형성된 프라이온 단백질은 세포 사멸을 방지하는 (좋은) 기능을 하지만, 광우병은 프라이온 단백질이 비정상으로 접혀서 생긴다(위 답변 참조).인간광우병과 알츠하이머·치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이 병들은 초기 단계에 비슷한 점이 많다. 기억상실, 기분 변화, 성격과 행동의 변화, 몸의 떨림 등…. 인간광우병의 경우 일단 병이 진단된 후 사망까지 속도가 매우 빠르다. 그에 비해 알츠하이머나 치매는 병 진단 뒤 사망까지 몇 해(5~20년)가 걸린다.   
ⓒ시사IN 한향란미국산 쇠고기(위)가 적지 않게 팔리지만, 아직 미국 소의 광우병 조사는 미흡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왜 인간광우병은 치매·알츠하이머에 비해 젊은 이에게 많이 나타나나.
아직 확실히 밝혀진 것이 없다. 어린 사람들의 페이어반(Payers patch)이나 창자 관련 임파 조직의 면역체계가 완전히 발달하지 않아서, 많은 양의 식이 프라이온이 체내에 들어올 때 쉽게 제거하지 못해서 그렇지 않을까 하고 추측한다. 그러나 이것 역시 이론일 뿐이다.

한국인 90% 이상이 M/M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둘러싸고 한국인이 광우병에 취약하다 아니다 논란이 많다. 이전에는 모든 인간광우병 환자는 M/M 유전자형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2006년 V/V 유전자형의 환자가 인간광우병으로 사망했다. 이는‘인간광우병의 파도’가 두 번 있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하나는 M/M 유전자형 파도이고, 두 번째는 V/V 유전자형 파도(실제 쿠루병에서는 두 번 파도가 있었다. M/M 형과 V/V 형의 발병 주기가 다른 것이다·편집자). 다른 유전자형(M/M, V/V)이 인간광우병에 안 걸린다고 확언할 수는 없지만, 통계상 M/M 유전자형이 인간광우병에 가장 취약하다고 볼 수 있다. 미국에서 뼈 있는 쇠고기를 수입하는 한국 정부에 대해, 그리고 섭취하게 될 한국인에게 해줄 말은 없는가. 언론이 어떻게 말하든, 미국에서 수입한 뼈 있는 쇠고기에는 측정할 수 없는 위험이 도사린다. 왜냐하면 미국 소의 (광우병) 감염에 대한 조사가 매우 불충분하기 때문이다. 이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 아닌가.  

최근 스페인에서 한 가족인 어머니와 아들이 인간광우병으로 사망했다. 이 사례가 인간과 인간 사이의 접촉, 가령 체액 등을 통해서도 인간광우병에 전염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 아닌가.  현재 이 특별한 사례에 대해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 두 사람이 헌혈을 같이 받았는지, 광우병에 오염된 쇠고기를 나누어 먹었는지, 어머니가 아들에게 전염시켰는지 확인 중이다. 나를 비롯한 과학자들은 그 해답을 기다리고 있다.

도움말:김현원 교수(연세대 원주의대·생화학교실), 최중국 교수(충북대 의대), 유수민(의사·〈과학이 광우병을 말하다〉 저자)

기자명 백수미 통신원(런던)·오윤현 기자 다른기사 보기 nom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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