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CJD의 발병 원인은 무엇인가?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 섭취와 관련이 있는가. 간단하게 말하면 “아마도”이다. 최근 광우병 쇠고기를 섭취하면 인간광우병뿐만 아니라, sCJD에도 걸릴 수 있다는 과학적 증명이 증가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새로운 CJD도 광우병 쇠고기 섭취로 걸렸을 수 있지만, 더 많은 증명이 필요하다.
광우병의 잠복기가 30개월이다. 이 말은 30개월령 미만 소도 광우병에 걸려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안전하지 않은 것 아닌가. 광우병(BSE)의 마지막 증상이 30개월 이후에 나타난다. 하지만 이미 30개월 이전에 뇌가 스위스 치즈와 같은 모양으로 변할 수 있으므로, 30개월령 미만 소를 먹는 것이 안전하다고 할 수는 없다(그러나 프라이온 함량이 훨씬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신은 살코기도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말한다.수혈로 인간광우병이 전염된다는 것은 확인된 사실이다. 이것은 곧 프라이온 단백질이 혈액 속에 있다는 뜻이다. 광우병으로 오염된 고기에는 혈관과 말초신경이 가득하다. 때문에 이 조직 안에 변형 프라이온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과학 논문 조사에 따르면, 변형 프라이온 인자가 프라이온 전염병에 걸린 동물이나 인간의 골격근에서도 발견되었다. 예컨대 CJD(대부분 sCJD)에 걸린 환자의 근육에서도 (변형) 프라이온이 발견된다. 수혈로 인간광우병이 전염된 사례는 있는데, 아직 침이나 정액으로 그리 된 사례는 없다. 가능성이 있는가. 또 모든 종류의 CJD가 수혈로 전염이 되는가. 침이나 정액으로 인간광우병이 전염되는지를 확인할 만큼 자료가 충분치 않다. 그러나 사슴이나 엘크의 경우 침으로도 쉽게 프라이온병(CWD:사슴·엘크 프라이온병)에 전염이 된다. (프라이온병에 전염된) 양의 침샘에서 변형 단백질의 존재가 확인되기도 했다.
당신은 야생 동물이 전염된 동물에 가까이 있거나 전염된 동물을 잡아먹음으로써 프라이온병이 전염됨을 의심한다. 동물 간에는 종이 달라도 체액 등으로 전염이 쉽게 되는데, 인간은 동물 전염이 매우 적다. ‘종의 장벽’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광우병 사례를 보면 종의 장벽이 무너질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얼마나 많은 사냥꾼이 CWD(사슴·엘크가 걸리는 프라이온 질병)에 오염된 사슴 고기를 먹고 CJD에 걸렸는지 확실하게 알려지지 않은 것처럼, 얼마나 많은 sCJD 사례가 BASE(소 전분해면양뇌증;변형
프라이온 질병을 앓는 소가 아닌 다른 고기를 먹고 광우병에 걸려도 인간광우병인가. 현재 가장 확실한 사실은 광우병 쇠고기를 먹어서 발생하는 것이 인간광우병이다. (〈네이처〉의) EMBO 저널 2002년 12월 호에 실린 논문 ‘인간 프라이온 단백질을 형질 전환한 쥐 실험에서 광우병 프라이온은 인간광우병이나 sCJD와 변형 프라이온으로 모두 나타난다’에 소개된 내용에 따르면, 쥐가 광우병 쇠고기를 먹으면 인간광우병과 sCJD 두 가지 질병에 노출된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최근 6년 동안 여러 과학 논문이 광우병이 (사람에게서) sCJD로 나타날 수 있다는 내용을 지지해왔는데도, 이른바 ‘전문가’들은 이 사실을 무시한다는 사실이다.
광우병 쇠고기를 먹은 개 등을 인간이 다시 먹음으로써 인간광우병에 걸릴 수도 있나. 소 전분해면양뇌증(BASE) 같은 변형 광우병은 sCJD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생화학 반응과 똑같은 뇌 반응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광우병 쇠고기를 먹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sCJD에 걸리고, 또 그로 인해 얼마나 사망했는지 모른다(참고로 우리나라에서는 2001~ 2007년에 sCJD 환자가 98명 등록되었다).
변형 프라이온은 어떻게 정상 프라이온을 공격하나. 프라이온 단백질(PrP)들은 여러 모양으로 접힌 상태로 존재한다. 문제의 변형 단백질(PrPSc)은 단백질 응집핵 형성 과정에 의해 정상 프라이온 단백질(PrPC)을 비정상 프라이온 단백질(PrPSc)로 바꾼다. 지금까지 확인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문제의 변형 프라이온 단백질이 직접 신경세포(뉴런)를 죽이지는 않는다. 대신 문제의 변형 프라이온 단백질은 세 개의 서로 다른 모습으로, 접힌 정상 단백질(PrP)의 세 유형(PrPsec·PrPCtm·PrPNtM)의 상대적인 비율을 바꾸고 그 중 PrPCtm의 비중을 높임으로써 세포 사멸을 유발한다.
한국인 90% 이상이 M/M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둘러싸고 한국인이 광우병에 취약하다 아니다 논란이 많다. 이전에는 모든 인간광우병 환자는 M/M 유전자형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2006년 V/V 유전자형의 환자가 인간광우병으로 사망했다. 이는‘인간광우병의 파도’가 두 번 있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하나는 M/M 유전자형 파도이고, 두 번째는 V/V 유전자형 파도(실제 쿠루병에서는 두 번 파도가 있었다. M/M 형과 V/V 형의 발병 주기가 다른 것이다·편집자). 다른 유전자형(M/M, V/V)이 인간광우병에 안 걸린다고 확언할 수는 없지만, 통계상 M/M 유전자형이 인간광우병에 가장 취약하다고 볼 수 있다. 미국에서 뼈 있는 쇠고기를 수입하는 한국 정부에 대해, 그리고 섭취하게 될 한국인에게 해줄 말은 없는가. 언론이 어떻게 말하든, 미국에서 수입한 뼈 있는 쇠고기에는 측정할 수 없는 위험이 도사린다. 왜냐하면 미국 소의 (광우병) 감염에 대한 조사가 매우 불충분하기 때문이다. 이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 아닌가.
최근 스페인에서 한 가족인 어머니와 아들이 인간광우병으로 사망했다. 이 사례가 인간과 인간 사이의 접촉, 가령 체액 등을 통해서도 인간광우병에 전염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 아닌가. 현재 이 특별한 사례에 대해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 두 사람이 헌혈을 같이 받았는지, 광우병에 오염된 쇠고기를 나누어 먹었는지, 어머니가 아들에게 전염시켰는지 확인 중이다. 나를 비롯한 과학자들은 그 해답을 기다리고 있다.
도움말:김현원 교수(연세대 원주의대·생화학교실), 최중국 교수(충북대 의대), 유수민(의사·〈과학이 광우병을 말하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