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안희태한국에서도 실물 경제 침체 징후가 두드러진다. 위는 서울 청계천의 한 공구 상가.

‘R(Recession)의 공포’가 지구촌을 강타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신용위기로 전이되더니 급기야 실물경제로까지 급속히 옮아붙은 것이다. 10월16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무려 126.50포인트(9.44%) 떨어진 1213.78을 기록했다. 사상 최대 하락 폭이다. 10월17일에도 코스피지수는 33.11포인트(2.72%) 하락해 1200 선이 깨졌다. 불안하기는 외환시장도 매한가지였다. 원·달러 환율은 133.5원 올라 10년10개월 만에 최대 폭등한 16일(1373원)에 비해, 17일에는 39원 하락으로 마감했지만 하루 종일 불안하게 오르내렸다.

경기 하강 속도가 예사롭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산업생산과 소비·투자·고용 지표들이 내리꽂힌다. 특히 고용 지표는 2년7개월 만에 가장 나쁜 수준을 보였다. 일자리 감소는 가뜩이나 움츠러든 소비심리를 더 얼어붙게 할 수밖에 없다. 소비와 함께 내수 경기를 좌우하는 투자도 곤두박질했다. 설비투자 증가율이 7월 9.9%에서 8월 1.6%로 떨어졌는데, 가히 번지점프 수준이다. 수출 역시 증가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질 전망이다. 소비와 투자, 수출이 일제히 나빠지면서 제조업 경기를 보여주는 산업생산은 11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경기동행지수와 선행지수는 각각 7개월, 9개월 연속 미끄러져 ‘L자형’ 침체마저 염려되는 상황이다.

내수 경기 하강 속도 줄일 방법 있나

나라 밖 사정도 긴박하기만 하다. 미국의 산업생산은 3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고 EU 경제의 핵인 독일도 2009년 성장률을 1.2%에서 0.2%로 대폭 낮추었다. 중국 등 아시아 신흥 경제국도 실물경제 악화라는 된서리를 맞지 않을 도리는 없어 보인다.
 

최근 국내 민간 경제연구소들이 내놓은 2009년 경제성장률은 약속이나 한 듯 3%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도 10월16일 처음으로 “내년도 성장률 4%대 달성은 쉽지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문제는 어떻게 내수 경기의 하강 속도를 누그러뜨리느냐에 있다. 강 장관은 감세와 규제 완화, 재정지출 확대라는 기존 정책으로 내수를 진작하겠다고 밝혔지만, 이견이 적지 않다. 한 경제학자는 “감세 드라이브를 계속하면  경제위기에 가장 심하게 타격받을 한계 계층을 무슨 돈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대부분 이번 실물경제 침체가 꽤 오래가리라 전망한다. 주식과 펀드,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더 떨어지리라는 관측이 많은 것을 감안하면 계층 가릴 것 없이 적어도 1~2년간 ‘R의 공포’에 시달려야 한다는 뜻이다.

기자명 장영희 전문기자 다른기사 보기 coo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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