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사그라진다. 바람이 나간다. 혈액의 운행이 멎는다. 한 사람이 그렇게 우리와 이별한다. 파블로 네루다는 시 ‘죽은 가난한 사람에게’에서 이렇게 썼다. “오늘 우리는 우리의 가난한 사람을 묻는다;/ 우리의 가난하고 가난한 사람.//(…)// 이제 우리는 적어도 안다 그가 얼마나 갖지 못했는지를,/ 그가 지상에 살 때 우리가 그를 돕지 않았다는 것을.”


그러나 그는 이제 지평선처럼 평온하다. 허공과 땅과 높은 별과 바람과 큰 바다는 다시 그의 일부가 될 것이다. 그는 다시 깨끗한 생명을 받아 돌아올 것이다. 오늘 그가 차갑게 식은 몸이 되더라도 그의 눈빛이 땅에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에게는 고요한 광명, 적광(寂光)이 충만하므로. 우리가 지켜보는 때에 그는 떠났다.

 

ⓒ성남훈고 박옥자씨(74).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 호스피스병동.

 

 

 

기자명 사진 성남훈·글 문태준(시인)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