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사그라진다. 바람이 나간다. 혈액의 운행이 멎는다. 한 사람이 그렇게 우리와 이별한다. 파블로 네루다는 시 ‘죽은 가난한 사람에게’에서 이렇게 썼다. “오늘 우리는 우리의 가난한 사람을 묻는다;/ 우리의 가난하고 가난한 사람.//(…)// 이제 우리는 적어도 안다 그가 얼마나 갖지 못했는지를,/ 그가 지상에 살 때 우리가 그를 돕지 않았다는 것을.”
그러나 그는 이제 지평선처럼 평온하다. 허공과 땅과 높은 별과 바람과 큰 바다는 다시 그의 일부가 될 것이다. 그는 다시 깨끗한 생명을 받아 돌아올 것이다. 오늘 그가 차갑게 식은 몸이 되더라도 그의 눈빛이 땅에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에게는 고요한 광명, 적광(寂光)이 충만하므로. 우리가 지켜보는 때에 그는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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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정의로웠나
결과는 정의로웠나
사진 이상희·글 김금희(소설가)
우리는 어느 한순간에도 완전히 안전해지지 않는다고, 모두에게 삶은 그토록 불안정하다고 넘기기에는 어딘가 비겁한, 명백한 죄책감을 원전 문제는 우리에게 안기고 있다. 우리는 그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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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생존 배낭 6개
우리 집 생존 배낭 6개
사진 조남진·글 피터 김용진(신촌서당 대표)
4층 빌라가 불안해 근처 단독주택으로 피신했다. 지진이 나면 근처 중학교 운동장으로 가야 하는데 다섯 살, 한 살 아이를 데리고 그 허허벌판에 서 있을 수는 없었다. 경주에 이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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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일어선 ‘작은 거인’
다시 일어선 ‘작은 거인’
사진 박김형준·글 김민섭(사회문화 평론가)
고층빌딩 사이에, 나도 선다. 허리를 펴고 너희보다 꼿꼿이 선다. 너희가 내려다보지 않듯 나도 올려다보지 않는다. 그 골목골목마다 내가 있고 우리가 있다. 웃으면서 삶을 볶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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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라져야 하나요
우리는 사라져야 하나요
글·사진 장준희
미얀마 북서부 라카인 주(아라칸 주) 사츄리아 마을에 사는 일곱 살 맘모슈와. 지난 8월26일 소년은 불교도인 라카인족 민병대의 습격을 받았다. 칼로 베인 깊은 상처를 입은 소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