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처음 홍콩에 가본 어떤 블로거가 말로만 듣던 딤섬이라는 걸 먹고 올린 평이 SNS를 통해 유통된다. 우연히 찾았던 그 집은 한 달쯤 뒤 맛집으로 승격해, 이내 한국인 여행자들이 줄을 선다. 맛이 없다. 한국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맛이 없다고 느꼈다면 그건 내 탓이라는 자책도 간혹 보인다.

여행에서 미식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시류 때문일까. 사람들로부터 여행지 맛집에 관한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 추천에 앞서, 우리가 애타게 구글 지도를 보면서 찾아가는 그 여행지 맛집이 과연 어떤 곳인지 먼저 이야기해보는 게 좋겠다.

현지인 손님이 50%는 넘어야 신뢰할 만

한국의 예를 들어보자. 언제부터인지 명동은 한국인이 아니라 외국인 여행자를 위한 공간이 되었다. 명동 뒷골목에는 유독 외국인에게만 인기 있는 집들이 있다. 대개 일본, 중국, 타이완의 여행 가이드북에 소개됐다며 해당 페이지를 크게 코팅해서 붙여놓은 식당이다. 이런 집들의 특징 중 하나는, 전통 한식집인데 한국인이 없다는 점이다. 명동에는 ‘한국인만 모르는 한식 맛집’이 정말 많다. 불과 한 블록 옆에 한국인들이 즐겨 찾는 오랜 전통의 곰탕집이 있건만, 외국인 여행자들이 긴 줄을 서서 들어가는 식당은 대로변 프랜차이즈 곰탕집이다.

ⓒ연합뉴스서울 명동에는 ‘한국인 손님이 없는’ 전통 한식집이 많다.

어처구니없는 풍경이라고? 사실 이 모습은 오랜만의 해외여행에서 맛집을 찾고 있는 우리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지난 여름휴가 때 홍콩이나 오키나와, 혹은 도쿄에서 검색에 검색을 거듭해 찾아간 맛집에 한국인만 가득했다면 말이다. 가이드북을 주로 쓰는 여행 정보 유통업자로서 이런 풍경을 볼 때마다 반성을 한다. 때로는 내가 소개한 식당 가운데 저런 곳이 없었는지 섬뜩할 때도 있다.

어디가 여행지 맛집인지 수많은 질문을 받으면서 요즘은 대답을 하나로 통일했다. 어떤 식당을 가더라도 현지인 손님이 최소 50%는 넘어야 신뢰할 수 있는 곳이라고 말한다. 기본적으로 대다수 외국인은 그 음식이 원래 어떤 맛을 내야 하는지 모른다. 현지인 손님이 있다면 주방장은 그들 때문에라도 요리의 맛에 신경을 쓴다. 그 음식의 맛을 모르는 외국인 전용 식당이라면 그 요리가 갖는 섬세한 디테일까지 재현해야 할 필요를 굳이 느끼지 않는다. ‘그 집 맛이 변했어. 이제 여기도 끝이네’라는, 식당 주인이라면 듣는 즉시 가슴이 오그라들 말은 현지인한테 나오지, 그 요리를 생전 처음 먹어보는 외국인한테서 나오지 않는다.

이 ‘답변’을 다시 홍콩에 적용해보자. 홍콩 섬의 중심부, 곧 센트럴의 식당들은 대개 ‘현지인 식당’에 속한다. 센트럴 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금융가인지라, 점심때가 되면 인근 직장인들이 식당 빈자리를 잡지 못해 아우성인 곳이다. 여기는 아무리 외국인 관광객이 많아도 현지인 장사를 기본으로 한다. 어딜 가도 여행자 손님이 현지 손님의 숫자를 넘어서기 쉽지 않은 지역이 홍콩 센트럴이다.

반면 홍콩 섬 건너편에 있는 바다 건너 침사추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여기는 관광지 성격이 더 강하다. 똑같은 프랜차이즈에 가서 같은 요리를 먹어도, 대부분 센트럴 쪽 지점이 요리를 더 잘한다. 현지인 손님 비율이 만들어내는 필연적인 결과다. 홍콩에서 밥값으로만 3500만원쯤 쓴 사람의 말이니 믿어도 좋다.

기자명 환타 (여행작가·<환타지 없는 여행> 저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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