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윤무영‘시골의사’라는 별칭이 따라붙는 박경철 원장(위)은 경제평론가·주식 전문가로 활발히 활동한다.
신입사원 ㄱ씨는 첫 월급으로 적립식 펀드에 가입할까 망설이다 안전한 정기예금을 선택했다. 하지만 물가를 고려하면 수익률은 제로이거나 마이너스이기 때문에 별 기대는 없다. 반면 2년 전 중국 펀드를 샀다가 재미를 본 자영업자 ㄴ씨는 저가 매입에 나섰다가 펀드 수익률이 자꾸 떨어져 불안하기만 하다. 주식 투자로 용돈을 벌어온 ‘개미’ 투자자 ㄷ씨는 요새 아예 손을 놨다. 위험 요소가 너무 크면 단타도 재미를 못 본다는 생각에 관망 중이다.

국내 금융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서민들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조언도 엇갈린다. “쉬는 것도 투자다”라며 관망론이 있는가 하면, “새로운 투자 기회로 삼으라”며 저가 매입을 부추기는 쪽으로 갈린다. ‘업계 밖’ 투자 전문가 박경철 원장(안동신세계연합병원)에게 조언을 구했다. 박 원장은 스테디셀러 〈부자 경제학〉의 저자이자 ‘증권사 직원에게 주식을 가르치는 외과의사’로 유명하다.

박 원장은 지금의 상황을 ‘러시안 룰렛’ 게임에 비유했다. 그것도 하나의 총알이 아니라 여러 개의 총알이 들어 있는, 더 끔찍한 상황이란다. “첫 번째 총알이 서브프라임 사태였다. 그걸로 끝난 줄 알고 안심하고 총을 쐈는데 또 총알이 나왔다. 그게 리먼브러더스 파산이다. 그런데 또 나왔다. AIG 구제금융 사태다. 이제 사람들은 총알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이고, 그것도 얼마나 들어 있는지 예측할 수 없게 되면서 극도의 공포감에 휩싸여 있다.”

박 원장은 ‘위기는 기회’라는 금융회사의 낙관론에 대해 “고장 난 시계도 두 번은 맞지 않냐”라는 말로 일축했다. “저점 매입은 무책임한 주장이다. 2000포인트가 무너질 때도 그런 말은 나왔고 1900, 1800… 계속 그랬다.” 끝을 알 수 없는 금융위기의 시대, 박 원장의 행동강령은 간명하다. “그 자리에 멈춰라. 기웃거릴 필요도 없다. 차가운 피의 파충류가 되어라.” 펀드 가입자의 경우 환매 시기를 이미 놓쳤기 때문에 금융시장의 운명과 함께하며 중장기전에 대비하는 게 낫다. 반면 여유 자금이 있다고 매입에 나설 필요도 없다. 더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이니 다음 총알이 어디에서 터지는지 지켜보는 것이 최선이다. “유일한 투자 수단이라면 머니마켓펀드(MMF)다. 안정적이고 수익률이 물가를 반영해주니까 자산 가치를 그대로 보존할 수는 있다.” 지금 같은 때 최고 수익은 ‘원금의 보존’이라는 얘기다.

기자명 박형숙 기자 다른기사 보기 phs@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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