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모의 애정 공세에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화답했다. 2월28일 박사모 운영자는 박 대통령 생일에 보낸 회원들의 편지에 대해 청와대에서 답신이 왔다고 썼다. ‘여러분들께서 보내주신 〈백만 통의 러브레터〉를 잘 받았으며, 잘 읽었습니다. 진심으로 고맙고,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대통령 박근혜’라는 내용이었다. “가슴이 찡하고 눈물이 납니다” “옥체 강령하시옵기를 두 손 모아 기원합니다” 따위 댓글 400개가 달렸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3월1일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옹호 세력을 총동원해 탄핵 반대를 위해 싸우라고 지시하는 국론 분열 행위”라고 비판했다. 양순필 국민의당 수석부대변인은 “박사모에 감사 편지를 보낸 건 탄핵 반대 관제 데모에 더 많이 나오라는 총동원령이나 다름없다”라고 꼬집었다. 반면 자유한국당 이우현 의원은 3월3일 라디오에서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다. 정치적 해석은 옳지 않다”라고 주장했다.
누구 말이 맞을까? 의심스러운 것은 똘똘한 사람에게. ‘김똘똘’이란 별명으로 이름 높은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사진)에게 여쭤보자. “지지자들이 촛불시위 등 불법 행동을 연일 강행하고 있는데도 대통령은 침묵하면서 동조하고 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국회 소추위원이었던 김기춘 의원이 한 말이다. ‘침묵’조차 지지자들에 대한 ‘동조’라고 해석한 그가, 팬클럽에 답신까지 전한 대통령을 좌시할 리 만무하다. 당시 소추위원 측 의견서에는 음미할 만한 구절이 더 있다.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 출석하지 않는 것은 주권자 국민을 무시하는 행위이다.” “불출석 재판은 혐의를 인정하는 피신청인이 자기방어 의지가 없을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다.”
‘의왕대학원(서울구치소를 일컫는 은어)’에서 평생교육을 받고 있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게 섬뜩한 팬덤이 등장했다. 3월1일 한 50대 남성은 서울 세종로에서 열린 박사모 집회에 새끼손가락을 자른 채 참석했다. 경찰 조사에서 그는 “김기춘 실장이 구속된 것에 화가 났다. 안중근 의사처럼 하고 싶었다”라고 진술했다. 이 남성은 가슴에 태극기 배지를 달고 팔에는 성조기가 붙은 군복을 입고 있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죄는 주인이 짓고 손가락은 노예가 자르네” “안중근 의사가 나라 팔아먹으라고 했나”라는 반응이 나왔다. ‘안중근+김기춘=손가락 없는 박사모.’ 굴곡진 한국 근·현대사를 오독하면 이렇게 끔찍한 혼종이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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