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북한에 대한 두 가지 옵션 중에서 운명적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하나는 대미 공격능력을 갖춘 북한과의 공존이고, 다른 하나는 군사력을 통한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파괴다.” 미국의 저명한 민간 싱크탱크인 외교협회(CFR)의 리처드 하스 회장이 북한의 신형 중거리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와 관련해 CNN과 인터뷰하면서 한 말이다.

북한이 미사일 ‘북극성 2호’를 성공리에 시험 발사하자 ‘대북 선제공격론’이 점차 활기를 띠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성공해 대미 공격능력을 갖추기 전에 북한을 선제공격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월 하순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트럼프 행정부의 일부 현직 관리들과 싱크탱크 인사들을 두루 만난 러시아 국적의 북한 전문가 안드레이 란코브 국민대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선제공격 가능성이 20%쯤은 된다.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것 자체에 주목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대북 선제공격론이 부쩍 힘을 얻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9월 북한이 5번째 핵실험을 단행한 직후부터다. 지난해 12월 공화당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군사위 청문회에서 대북 선제공격을 허용하는 법안을 도입하겠다고 공언했다.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도 동의했다. 이에 앞선 지난해 11월 월터 샤프 전 주한미군 사령관은, “북한이 발사 준비 중인 3단계 대포동 미사일에 장착된 물체의 정체를 확인할 수 없다면 선제공격으로 파괴해야 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가운데)이 2월12일 북한의 신형 중거리 탄도미사일인 ‘북극성 2호’ 시험 발사 현장을 방문했다.

트럼프 취임 이후에는, 대북정책 재검토 작업이 한창이라 그런지 미국 행정부 내에서 선제공격론이 공개적으로 제기되지는 않았다. 다만 란코브 교수는 “그런 구상(idea)이 논의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이 ‘선제공격’이라는 말을 직접 사용하진 않았지만 말이다.

미국, 시험 발사 ICBM 요격할 수도

공식적으로 대북 선제공격에 대해서 아직까지는 신중론이 대세다. 대북 선제공격이 가져올 이득보다 손실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군사 분석가인 대니얼 디페트리스는 보수 주간지 〈내셔널 인터레스트〉 최근 기고문에서 “대북 선제공격은 김정은을 굴복시키기보다 전면적인 지역 분쟁으로 번질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란코브 교수 역시 〈NK뉴스〉에 기고한 글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선제공격을 받으면 북한이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2400만여 명이 밀집한 서울과 수도권을 집중 포격하고, 이에 한국군이 대응하면서 제2의 한국전쟁이 터질 것이다.”

트럼프가 이런 위험 부담을 무릅쓰고 선제공격을 감행할 수 있을까? 일각에선 북한이 장차 시험 발사할 ICBM을 미국이 요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이 역시 북한의 보복 공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론이 우세하다.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북한 탄도미사일이 공해 상공을 비행하는데도 요격하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런 요격 행위는 ‘미국에 의한 대북한 전쟁 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북한의 군사적 대응을 촉발할 수 있다. 그렇다고 클링너가 무조건 요격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혹은 동맹국에 대한 북한의 전략적 핵공격이 임박했다는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기 전까지”는, 선제공격 카드를 실행하지 말고 보유하고만 있으라는 이야기다.

선제공격론이 소리만 요란할지 혹은 실행 가능한 옵션으로 제기될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재검토 결과는 기다려봐야 한다.

기자명 워싱턴∙정재민 편집위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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