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11%가 어디서 나온 숫자인지 모르겠다.”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본부 안준관 부장은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서 정부가 내놓은 신·재생 에너지 비중 목표치 얘기다. 정부는 2030년까지 풍력, 태양광, 지력 등 신·재생 에너지의 비율을 현재의 2.4%에서 11%까지 네 배 이상 끌어올리기로 했다. 그런데 안 부장이 전하는 뒷얘기가 묘하다.

“7월까지만 해도 정부안은 9%였다. 그런데 8월13일이 되니 11%가 되어 있더라. 2%가 왜 올랐는지 설명 한 줄 없었다.” 안준관 부장은 8월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저탄소 녹색 성장 담론을 꺼내며 신·재생 에너지 목표 11%를 이야기할 때에야 무릎을 쳤다. 대통령이 저 얘기를 할 때 이왕이면 두 자릿수인 편이 ‘그림이 되니까’ 그랬구나 싶더란다.

지식경제부가 밝히는 ‘2% 포인트의 비밀’은 이렇다. 우선 유가 예상을 상향 조정하면서 0.3%가 올랐다. 기름값이 비싸지면 대체에너지를 더 많이 쓰리라는 기대다. 나머지 1.7%는? “환경단체 등의 건의를 받아들여 목표치를 상향 조정했다. 구체 계획보다는 정책 의지로 봐달라.” 목표는 높여 잡았으되 정작 실천방안은 보이지 않는 기묘한 ‘계획’이다. 지식경제부 내부에서조차 “9%니 11%니 하는 숫자가 중요한 건 아니고…”라며 자신 없는 반응이 나오는 데는 이유가 있다.

신·재생 에너지는 다가오는 기후변화협약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핵심적인 기술이다. 신·재생 에너지 기술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데도 기여하지만, 당장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 청정개발체제(CDM) 아래서 특히 요긴하다. 신·재생 에너지 기술을 보유한 국가는, 이를 개발도상국에 적용해 감축시킨 온실가스만큼 자국에서 배출권을 확보할 수 있다.

여기서 문제 하나. 이명박 정부가 ‘청정 에너지’라고 내세우는 원자력은 청정개발체제에 포함이 될까? “체르노빌 사고 이후 집 앞에 장을 보러 갈 때도 간이 방사능 측정기를 휴대했던 게 유럽의 경험이다. 이들에게 ‘청정 에너지 원자력’을 주장했다가는 국제 망신거리다.” 녹색연합 석광훈 정책위원의 말이다.

기자명 천관율 기자 다른기사 보기 yu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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